오늘(25일), 지난 7일 실시한 3월 학력평가의 성적표가 배부된다. 이미 가채점을 통해 원점수를 알고 있더라도 자세한 백분위나 등급은 성적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3이 되어 치르는 첫 모의고사인 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이 적잖을 터. 더욱이 3월 학력평가에는 늘 “3월 학력평가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이다”라는 말이 따라붙기 때문. 하지만 오늘 기대한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3월 학력평가 성적이 곧 수능 성적이라는 말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팩트’가 아니기 때문이다.
3월 학력평가는 고3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으로 수능과 그 응시 집단의 성격이 다르다. 물론 3학년이 돼 처음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중요도가 낮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때의 ‘중요도’는 결과보다는 활용에 있다. 즉. 3월 학력평가의 성적 결과만으로 수능 성적까지 예측해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오히려 3월 학력평가 성적에 대한 해석을 바탕으로 수능까지의 체계적인 학습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더 중요하단 뜻이다.
올해 치른 3월 학력평가에 대한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높은 편이었다. 각 입시기관들이 발표한 국어와 수학 1등급 커트라인 또한 80점대로 추정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만큼 시험을 잘 치르지 못한 수험생일수록 결과에 대한 걱정이 수능시험에 대한 막막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때일수록 3월 학력평가 성적을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3월 학력평가와 수능시험의 비교가 우선이다. 두 시험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이며, 정말 3월 학력평가 성적이 수능으로 이어지는 것인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체계적인 수능 학습 계획을 수립하자.
○ 수능과는 사뭇 거리가 먼 3월 학력평가의 의미
-[3월학력평가vs수능] 응시집단과 출제범위의 차이
학력평가 성적과 수능시험 성적의 상관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시험이 가지는 근본적인 차이점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두 개의 시험은 출제기관이 다른 까닭에 응시가 가능한 집단의 조건 또한 다르며, 시행 시기가 다르므로 출제 범위에서도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3월 학력평가는 시행 시기가 이른 탓에 국어, 수학, 영어 영역에서 전 범위 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 또 실제 수능과 달리 제2외국어/한문, 과학탐구Ⅱ 과목이 실시되지 않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바로 N수생 응시 여부에 따른 ‘응시 집단 구성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학력평가는 ‘각 시/도 교육청’ 주관의 모의고사이고, 수능 모의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의 모의고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은 수능시험을 출제하는 기관이며, 그 출제 목적이 해당 학년도 수험생들의 학업 성취수준과 시험의 난이도를 판단하는 것에 있기 때문에 6월과 9월의 수능 모의평가는 수능과 동일하게 N수생 응시가 가능하다. 즉, 3월 학력평가는 고교 재학생에 한해서만 응시가 가능한 것이다.
2019학년도 응시 인원 현황을 기준으로 3월 학력평가의 응시생은 456,250명이었다. 이는 6월 수능 모의평가보다 64,490명(12.38%)이 더 적은 숫자이며, 9월 수능 모의평가보다는 57,646명(11.22%) 더 적었다. 수능과 비교했을 때는 73,970명(13.95%)이 적은 숫자이다. 3월 학력평가는 그 대상이 수험생 중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만 한정되기 때문에 그 숫자가 가장 적을 수밖에 없다. 또 평가원이 발표한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결과」에 따르면,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 중 졸업생의 비율은 24.58%의 비율로 나타났다. 매해 재수생의 비율은 이 정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3월 학력평가의 결과를 해석할 때 유의해야 할 지점이 생긴다. 절대평가인 영어와 한국사를 제외하고, 상대평가 체제인 수능은 성적 산출 시 응시 집단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성취도, 즉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달라진다. 따라서 3월 학력평가는 2학년 겨울방학까지의 학습상태를 점검하는 지표는 될 수 있지만, 수능 시험의 표준적인 지표로 삼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3월 학력평가 성적과 수능시험 성적은 다른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
○ 3월의 내 위치, 앞으로 얼마나 달라질까?
-[3월학력평가vs수능] N수생 포함 여부에 따른 실경쟁자 간 위치 변화
이처럼 3월 학력평가는 재학생만을 대상으로 실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3월 학력평가 응시 집단 내에서의 상대적 위치는 수능에서의 상대적 위치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3월 학력평가 성적과 수능시험 성적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N수생 포함 보정 백분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N수생 포함 보정 백분위’란 수능 응시생의 1/4에 달하는 졸업생이 3월 학력평가에도 포함이 된다는 가정 하에 영역별로 산출한 점수대별 표본의 평균값으로, 실경쟁자 간의 위치 변화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이번 3월 학력평가에서 국어 영역 백분위가 92로 나왔다면, N수생들이 유입되었을 때는 2점이 하락해 백분위 90이 된다. 백분위는 각 수험생의 상대적 서열을 나타내는 수치로 나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의 백분율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신의 아래에 전체 응시생의 92%가 있던 상황에서 90%가 있는 상황으로 상대적인 위치가 변한 것을 보여준다. 즉, N수생들이 유입되는 상황에서는 실제 경쟁력이 더 떨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성적 하락 현상은 영역별로 하락 폭이 대동소이할 뿐 모든 영역에서 나타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등급별 백분위의 하락 폭이다. 1등급 이내의 재학생은 백분위 값이 -1~-2로 소폭 하락하는데 비해, 2~3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재학생들은 백분위 하락 값이 크게는 -6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N수생의 유입은 상위권에 비해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더 큰 타격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때 이러한 부분을 ‘성적이 떨어지면 어떡하나’하는 불안으로 연결하기보다는 ‘점수를 향상하게 되면 떨어지는 폭을 줄일 수 있으니, 더 안정적인 점수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으로 연결하여 학습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 3월 학평 성적, 수능 가면 어떻게 바뀔까? 변화는 스스로의 몫
-[3월학력평가vs수능] 3월 학평 대비 수능 성적 향상 비율 변화
3월 학력평가에 응시한 재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자신의 현재 성적이 실제 수능에서는 얼마나 향상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전년도 3월 학력평가와 수능 채점서비스 이용자 데이터를 근거로 수능 점수 변화 추이를 예측해 보면 다음과 같은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들 ‘3월 학력평가 성적이 수능 성적이다’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실상과는 거리가 다소 있다. 계열과 성적 구간에 상관없이, 3월 학력평가 성적이 수능 성적과 유사하게 나타나는 학생은 채 5%가 되지 않는다. 자연계열의 경우 매해 1%대의 학생만이 3월 학력평가와 비슷한 성적을 보인다. 결국 이 소수의 학생들을 제외하면 성적이 향상되거나 하락했다는 뜻인데, 기본적으로 수능에는 N수생 등이 포함되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상위권 표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3월 학력평가 대비 수능 성적이 하락하는 학생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위권 학생들의 경우 성적이 향상되는 비율도 낮지 않고, 3월 학력평가 백분위 200~205점 구간 학생들의 경우는 수능에서 성적이 향상된 학생이 하락한 학생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즉, 3월 이후 학습의 방향이나 몰입도에 따라 성적의 변화 가능성은 매우 높다. 3월 학력평가 성적에 자만할 이유도, 지나치게 낙심할 필요도 없다는 뜻이다.
결국 3월 학력평가는 진짜 시험을 치르기 위한 하나의 ‘모의시험’이며, 그 모의시험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완하기 위한 학습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략을 성실히 이행하는 동기로 삼으면 충분하다. 재학생이더라도, 또 최상위권이더라도 수능에서 성적이 더 상승하는 학생도 분명히 있는 만큼, 자신이 그런 학생이 되기 위해 앞으로 수능 학습에 더욱 집중하도록 하자.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