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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학생 줄어드니 교사도 줄인다? 교육계 “기준, 시각 모두 틀렸다”

교원 ‘임용 절벽’이 당초 예상보다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최근 초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급감에 대응해 교사 정원을 감축할 것을 시사하면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 중 하나로 급격한 인구 감소에 맞춰 교원 수급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 말 발표할 학령인구 감소 대응방안에 교원 수급 관련 내용을 담고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 최종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후 각각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성명과 집회를 통해 “교육을 효율성 논리로 따져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사 수 또한 똑같이 줄여서는 안 된다”며 “오히려 교육여건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교원 수급 계획을 둘러싼 갈등이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서 ‘교육공동행동’ 집회를 열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제공



○ 예상 뛰어넘은 학령인구 감소… 교사 수급 계획 수정 불가피

교육부는 지난해 4월 학령인구 급감을 대비한 2030년까지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통계청 장래추계인구에 따라 2030년 초등학생 수가 225만 800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맞춰 2030년 초등교사 신규 채용 규모 또한 최대 3500명 수준으로 안정화해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등교사 또한 2030년 3000명 수준의 신규 채용을 계획했다.

그러나 올해 나온 통계청 장래추계인구를 보면 당시 예측보다 학생 수가 더욱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2030년 초등학생 수는 172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1년 전 교육부 전망과 53만 명가량이나 차이가 벌어졌다. 결국 계획의 지표가 된 학생 수 전망이 크게 달라지며 계획된 교사 채용 규모를 줄이는 것 또한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

이에 따라 각각 초등교사와 중등교사를 양성하는 교육대학(교대)와 사범대학(사대)의 정원 감축 또한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특히 초등교사만을 양성하는 교대의 경우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정부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으로 교사 정원의 급격한 감축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기자 전국 교대생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교대, 경인교대를 비롯한 전국 8개 교대와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제주대, 한국교원대 학생회로 구성된 교대련은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국방송통신대 인근에서 ‘교육공동행동’ 집회를 열고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원 수급 계획 수정 논의가 필요한 것은 맞지만 교육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정책이 마련돼선 안 된다”며 “특히 교사 정원 산정 기준을 ‘교사당 학생 수’에서 ‘학급당 학생 수’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목표는 OECD 평균, 지표는? ‘교사당 학생 수 vs 학급당 학생 수’

교육 당국과 현장의 일차적 목표는 같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또는 그보다 높은 수준으로 교육여건을 끌어올리는 것. 그러나 이를 판단하는 지표, 즉 기준을 무엇으로 할 지에는 입장 차가 있다. 정부는 교육여건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삼고 있다. 실제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2015년 기준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하게 하는 것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지난해 나온 교육부의 중장기 교원 수급 계획의 중점 목표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급당 학생 수’를 보다 주요한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사당 학생 수’가 지역별 격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는 여전히 학생 수가 31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적지 않은 반면 도서 및 농어촌 지역에서는 학생 수가 적어 여러 학년이 한 학급에서 학습하는 ‘복식학급’이 나오는 등의 편차가 ‘교사당 학생 수’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OECD 통계와의 비교와 이를 통한 교사 정원 산정 기준 또한 ‘학급당 학생 수’로 해야 실질적인 교육여건 개선을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계 주장대로 ‘학급당 학생 수’를 기준으로 OECD 평균과 비교하면 교사 정원 감축 폭은 기존보다는 작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발표된 ‘OECD 교육지표 2019’를 보면 OECD 평균 대비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보다는 학급당 학생 수의 격차가 더 컸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초등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6.4명으로 OECD 평균(15.2명)보다 1.2명 많았으나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23.1명으로 OECD 평균(21.2명)보다 1.9명 많았다. 중학교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교사 1인당 학생 수(14명)와 OECD 평균(13.3명)은 0.7명 차이에 그쳤으나 학급당 학생 수는 우리나라 27.4명, OECD 평균 22.9명으로 4.5명 차이로 크게 벌어졌다.

교대련은 지난 21일 집회에서 “현재 국내 초등학교에는 학급당 학생 수가 31명 이상인 ‘과밀학급’이 5000개가 넘는다”며 “한 아이도 놓치지 않도록 교육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사 정원 산정 기준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학령인구 감소는 위기가 아닌 기회”

교육 현장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사 정원 감축을 경계하는 이유는 또 있다. 경제적 논리를 떠나 교육적 관점에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면 교육 발전을 위한 ‘순기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 때문이다. 교사 수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학생 수가 감소하면 수업 혁신과 기초학력 지원, 개별화 수업 등이 이뤄져 교육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돼 2025년엔 전체 고등학교에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도 교사 정원 감축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 개개인에 맞춘 다양성 교육이 고교학점제의 목표인 만큼 이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는 학생 수 대비 교사 수가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직 교사 단체 중 하나인 전교조는 정부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으로 교원 수급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직후인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교사 수 감축을 시사한 것은 교육 정책을 ‘재정의 효율성’ 관점으로만 바라본 것”이라며 “교육에 대한 이해가 없는 황당한 교원 정책 논의”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가 말하는 대로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기초학력을 책임지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 시민을 양성하려면 학령인구 감소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교육에 과감히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교육적 관점과 접근에 근거해 교원 수급 논의가 이뤄져야 함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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