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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미국 수능의 혁신, 핵심은 기술이 아닌 교육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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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수능이 있었습니다. 과거와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다만 예전보다는 수능 비중이 적은 '학종'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입시에 대다수를 차지해, 조금 달랐다는 차이는 있었겠지요.

1년에 딱 하루 봐야 하는 시험. 철저한 보안 속에 이루어지는 시험. 절대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해 날카롭게 집중해서 입시에 임해야 하는 모습 등이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꼭 이래야 할까요? 사실 굳이 이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시험을 디지털화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시험을 보는 날짜를 다르게 해서 1년에 한 번 이상 볼 수 있다거나, 시험 날짜를 선택할 수 있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훨씬 편할 텐데 말이죠.

사실 미국 수능이라 할 수 있는 SAT나 ACT는 이미 이런 방식을 쓰고 있습니다. 매년 일정한 날짜에 시험을 봅니다. 학생은 원하는 날짜에 선택할 수 있고, 여러 번 시험을 볼 수도 있죠.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수능은 원래 'SAT'를 표방해서 나온 시험입니다.

최근에 ACT는 더욱 급진적으로 변했습니다. 전체 응시가 아니라 복수 응시가 가능하게 바뀐 거지요. 한국으로 치면 영어만, 수학만, 국어만 다시 다른 시험 날짜에 응시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건 오로지 디지털 버젼일 때만 가능합니다.

왜 ACT는 굳이 이렇게 기회를 준 걸까요? 우선 디지털화 되면서 기술적으로 충분히 여러번 시험을 봐도 재채점이 어렵지 않아졌습니다. 또한 부분 재응시를 통해 실수하거나 긴장한 학생에게 다시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있을 거로 보입니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기능은 아닙니다. 기술적으로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입니다. 바로 시험 문제라는 '콘텐츠'의 부족 때문입니다.

시험 문제 난이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언제 시험 보는지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진다면 공정성에 문제가 되기에 사실상 시험을 한 번으로 몰아서 단번에 보는 게 가장 간편하겠죠. 공정하기 위해 시험 유출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니 모두가 한 번에 시험을 함께 봐야 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결국 한국의 수능과 미국의 SAT, ACT의 문화가 완전히 다른 건 기술 문제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교육의 '철학'의 다름에 가깝습니다. 미국에서는 가벼운 마음으로 봐야 하는 자격 시험이 한국에서는 스트레스 가득한 통과 의례가 됩니다. 꼭 미국이 더 좋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다르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 다름은 기술보다는 '생각'의 차이에 있습니다.

한국의 교육이 스트레스가 과도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는 꼭 기술의 문제나 능력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학생이 긴장하지 않고 기회를 많이 주려는 게 더 중요한가, 혹은 공정하게 모두를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게 더 중요한가 라는 철학의 차이가 더 큽니다. 컴퓨터를 활용하고, 데이터를 활용해 기회를 몇 번씩 주는 건 한국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교육에서 결국 중요한 건 기술보다는 철학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ACT와 수능의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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