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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분류

고3 살리려면 수능범위 '고2 진도'까지로 줄여야 할까?

-고3 진도 수능 범위에서 제외하면 고3 수업 파행 우려 
-수능시험 난도 조절이 최선의 선택 
-영어 어렵게 출제되면 재학생 손해 커진다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고3 수험생들의 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N수생과 경쟁해야 하는 수능에서 재학생들의 손해가 막심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에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수능 출제범위를 고2 과정까지로 축소할 것을 제안해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현직 고교 교사인 전주고 권혁선 선생님의 심층 분석 글을 싣습니다. 수능범위를 축소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인지, 고3 수험생들이 겪을 불공정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2020학년도 수능 현장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이 4월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범위를 고2 과정까지로 축소할 것"을 제안했다. 

김승환 교육감은 “코로나19로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해 고3 수험생들의 학습 탄력성과 시험 적응력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다.”며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고 있는 올 고3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수능 시험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이대로 수능 시험이 치러지면 재학생과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졸업생들과의 편차가 크게 나 불공정하므로, 과감하게 범위를 줄이는 것이 옳다”면서 “올해 수능 출제범위에서 고3 교육과정을 과감히 배제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학생들이 안정적으로 대입을 준비하도록 하려면 수능 범위 축소를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며 “교육감 협의회나 시도 교육청과의 협의 등을 통해 공론화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능 범위 고2까지로 조정하면? 
김 교육감의 주장처럼 고3 교육과정을 수능에서 제외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국어 영역의 경우 학교별 교육과정 편성의 다양성으로 인해 쉽게 결론 내리기 어렵지만, 고2 교육과정까지만 수능을 실시하자는 취지에 따른다면 화법과 작문, 문학, 독서, 언어 4개 영역 가운데 수능시험 출제가 가능한 영역은 문학과 독서 영역에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일반고의 경우는 화법과 작문, 언어를 3학년 교육과정에 편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학 영역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학교에서 수학Ⅰ, Ⅱ 과목을 2학년 과정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미적분, 확률과 통계는 3학년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학교가 상당수이다. 따라서 수학은 인문, 자연의 구분 없이 기초 과목만 학습하고 수능시험을 응시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상대적으로 사회 영역은 부작용이 없는 편이다. 선택 과목이 10여 개로 많고 전략적으로 2학년 과정에 학생들이 많이 선택하는 과목을 운영해 3학년까지 연계해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심화 선택 과목이 없어 선택의 다양성이 그만큼 보장되는 특성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 영역은 우려가 크다. 2009 교육과정에서는 1학년에서 공통과학, 2학년에서는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Ⅰ을 학습하고 3학년에 4과목 전체 과학Ⅱ 혹은 2과목의 과학Ⅱ를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2015 교육과정에서는 일부 학교가 2학년 과정에서 과학Ⅱ과목을 이수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일반고는 아직도 3학년에 과학Ⅱ를 이수하고 있다.

문제는 과학Ⅱ 과목의 수능과 연관성이다. 다행히 수능시험에서 과학Ⅱ를 의무적으로 요구하는 학교는 서울대 하나뿐이다.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서울대가 우리나라 교육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볼 때 만약 과학Ⅱ과목을 서울대가 요구하지 않을 경우 수시와 정시에서 서울대 지원에 따른 최소한 필요조건이 사라지기 때문에 서울대 입시를 둘러싼 과잉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단순 교육과정 분석을 통해 과연 2학년 과정까지의 수능이 가능한지 검토해 보았을 때 불가능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현재도 일부 대학에서는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낮아 대학에서 필요한 수학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3 교육과정이 없는 수능시험은 대학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최소한의 수단적 가치마저 상실하게 된다. 

고3 진도 수능 범위에서 제외하면 고3 수업 파행 우려 
만약 수능 범위를 축소하는 상황이 실제 발생한다면 현장에서 진학 지도를 하는 교사들이 가장 염려하는 점은 수능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파행적 운영이 될 것이다. 

고3 교육과정을 수능에서 요구하지 않는다면 등교 수업이 실시될 경우 학생부종합전형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제외한 60% 이상 학생들에게 나머지 고3 교육과정과 학교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내신 성적이 반영되기 때문에 형식적인 학습은 이루어지겠지만 이마저도 EBS 문제풀이 수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3학년 2학기 수준만큼은 아니겠지만 거의 그 수준에 버금가는 막장 교육과정 운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수능시험 난도 조절이 최선의 선택 


수능 출제 범위는 현재와 같이 그대로 두고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물론 난이도 조절을 지금부터 교육부나 평가원이 앞장서서 “금년도 수능을 쉽게 출제하겠습니다.”라고 방송할 필요는 없다. 자칫 졸업생들에게 금년도 수능 응시 욕구를 더욱 자극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부분적 난이도 조절을 통해 재학생들의 불이익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국어, 수학 영역은 상대평가 영역이기 때문에 난이도 조정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재학생들은 정시보다는 수시를 통한 입시를 더 선호하고, 실제로도 수시가 정시보다 더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표준점수나 배분위 합계보다는 개별 영역의 해당 등급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난이도를 쉽게 하면 성적 부풀리기 현상으로 11% 이상의 학생들이 1, 2등급을 얻게 돼 혼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낮은 졸업생들에게 단순히 높은 등급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졸업생들은 등급보다는 1점이라도 높은 표준점수나 백분위가 관심 대상이다. 따라서 졸업생에게 1등급이라는 숫자는 전반적인 수능 난이도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재학생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점수 1점보다는 경계선에 걸려있는 등급이 더욱 중요하다. 즉, 백분위 89%의 2등급과 88%의 3등급이 갖는 의미는 비록 1점의 차이에 불과하지만 재학생들에게는 지난 3년 동안 학습한 모든 것에 해당할 만큼의 가치를 갖는다. 즉, 같은 점수라고 해도 느끼는 체감 점수는 확연하게 다르다. 결론적으로 수능 난이도를 쉽게 조절하면 재학생들이 유리해질 수 있다.



영어 어렵게 출제되면 재학생 손해 커진다 


수능 시험 난이도 조절의 바로미터는 영어 영역이다. 그동안 ‘불수능’, ‘물수능’의 스모킹건 역할을 영어 영역이 했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이 어렵게 출제되는 경우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이 좋지 못한 졸업생들에게 커다란 혜택이 되어 상대적으로 수능 최저 등급이 높은 의생명과학 분야에 쉽게 합격하는 사례들이 반복됐다.

2018학년도에는 내신 성적 5등급 내외 학생도 합격한 사례가 발생하였다. 금년 수능에 재도전을 하는 졸업생들에게는 ‘리멤버 신화’가 될 수도 있다. 졸업생들에게 어려운 영어 시험이 ‘영어 로또’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졸업생들에게 이러한 행운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좋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업 결손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학생들을 생각할 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선택지는 절대 아니다. 

수능 범위와 축소와 난이도 조절이 갖는 의미와 현재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학생들을 위한 선택지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린다. 

*에듀진 기사 URL: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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