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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마트엘리트인터뷰] ‘IT쟁이’가 햄버거 회사에 간 까닭은?

정영학 맥도날드 IT 이사

  
 

컴퓨터 ‘덕후’, 전자공학을 만나다
제가 재직 중인 곳은 한국 맥도널드 회사입니다. 맥도널드 햄버거를 만들고 전국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라고 기억하시면 쉽겠네요. 지금 회사에서는 IT, 즉 정보통신 관련 기기 및 시스템 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정영학 맥도날드 IT 이사

그러나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다른 그룹 계열사에서 IT 관련 일을 하고 있었던 저였죠. 물론 저는 더 이전인 1995년도부터 IT 기기들을 연구 개발하는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해, 계속 IT 관련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 왔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20년 넘게 일해 온 IT업계를 나와 식음료를 판매하는 업계로 뛰어들게 되었을까요? 그 이유를 얘기하기 전에, 먼저 제가 IT업계에 근무하게 된 과정을 우선 설명해 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저는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공학 분야, 특히 소프트웨어 공학 쪽에 엄청나게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기인 1980년대 후반에는 개인용 컴퓨터(PC)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했던 때라, 아주 소수의 학생들만 컴퓨터를 접해 볼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생일 때, 우연한 기회에 PC라는 기기를 접해본 후 부모님을 졸라 컴퓨터 학원을 다니게 된 것이 기억납니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자연스럽게 가입하게 된 교내 컴퓨터 동아리에서는 고가의 최신 PC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고, 또 KAIST와 연결된 대형 컴퓨터에도 접속하여 초기 인터넷을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 관심은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이를 통한 서비스로 좁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러던 중 유학을 갈 수 있는 기회가 닿아, 당시 공학 분야에서 좀 더 앞서 있던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 대학에서는 1학년 때는 자유 전공을 하고 2학년 때 자기 전공을 정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공학이라는 학문을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고등학교 때 좋아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가지고 실제 전자기기에 접목해 볼 수 있는 분야여서 상당한 매력을 느꼈죠. 물론 선택한 후 실제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어려운 공부들에 치여 가슴 절절하게 후회한 적도 많았지만, 새로운 기술과 기기들을 접하게 되면서 계속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재미와 호기심이 이후 대학원 석사 학위까지 할 수 있던 힘이 아니었던가 생각합니다.

어려운 고비마다 버티게 해 준 것은 ‘호기심’
저의 첫 직장생활은 국내 H그룹 전자회사의 기술연구소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그 당시 진행하던 개발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은 HDTV 개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지금은 일반 가정에서 Ultra HD TV를 놓고 시청하고 있지만, 제가 처음 직장을 다니던 1995년만 해도 아날로그 TV만 있고, 디지털 TV는 전 세계적으로 겨우 생산 계획만 가지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당연히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직접 사용하게 될 제품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세계 최초가 될 제품을 연구 개발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했습니다.

이어서 시작하게 된 CDMA 휴대폰 단말기 개발 프로젝트도 새로운 제품 개발이라는 호기심과 자부심에서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기회가 되어 국내 S그룹 통신회사로 옮기게 되는데, 이 회사에서는 글로벌 사업이라는 새로운 방면에 대한 호기심이 눈 뜨게 되었습니다.
 

  
▲ 수원대학교 입학처 http://goo.gl/OI0ptt


미국 현지회사 설립을 진행하면서, 해외 주재원으로서 ‘새로운 시장에서 신제품을 어떻게 적합하게 만들어야 할까?’ 하는 또 다른 호기심이 어려운 고비마다 저를 계속 버텨나가게 해 주었습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IT 분야를 박차고 왜 식음료 분야로 옮기게 됐는지를 얘기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한국 맥도날드사로 옮기기 바로 전, 저는 온라인 쇼핑 고객들을 일반 상점에서도 똑같은 경험으로 쇼핑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이 일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햄버거 매장이나 커피 매장 카운터 너머에서 일어나는 일이었습니다. 손님으로서 매장과 카운터에만 익숙해 있었지만, 음식을 만드는 공정, 주문 공정, 재료 준비 등 그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확하게 알아야 서비스가 완성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한국 맥도날드사로부터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왔고, 과연 지금의 업무분야를 바꿔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거꾸로 식음료 회사에 제가 갖고 있는 IT 분야의 노하우와 지식을 적용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과감하게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기적의 수시 워크북' https://goo.gl/wvn93Z

지금은 회사를 옮겨 새로운 분야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차원에서 잠깐 매장에 나가 햄버거 만들기도 배워보고 프렌치프라이도 튀겨보면서 새로운 분야로 옮긴 재미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저의 인생스토리 안에서 이어지는 한 가지 맥락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술과 제품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저의 이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새로운 기술로 만든 새로운 제품을 새로운 시장에 출시하면 어떤 새로운 반응이 있을까? 이러한 물음들이 계속되며 이 호기심을 실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제가 여태껏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호기심이 있어야 새로운 기회 또는 도전이 다가왔을 때, 바로 그것이 기회 또는 도전인지 알 수가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새로운 회사로 옮길 때, 새로운 분야로 경력을 바꿔야 할 때 모두 이러한 호기심이 없었다면 새롭게 도전해 볼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10년, 혹은 20년 아니면 죽을 때 뭐가 되고 싶은지 물어보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만일 IT 분야에 일을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좋아하는 것이 뭔지, 그것이 왜 좋은지 치열하게 생각해 보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거기서 출발한 엉뚱한 호기심이, 먼 훗날 생각지 못한 기회와 맞물려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본 기사는 <나침반 36.5도> 2017년 3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에듀진 기사 원문: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389

  
▲ 진로 설계 필독서 <우등생보다 스마트 엘리트> 출간 https://goo.gl/SVmxY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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