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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대학입시의 진실, '학교현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 교원 전문성 함양 및 교수학습법 개선 위한 연수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지난 22일부터 EBS 다큐프라임 ‘대학입시의 진실’이 방영됐다. ‘대학입시의 진실’은 EBS 제작팀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6개월간 수도권 4년제 대학 2015~2016년도 입학생 중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경험이 있는 대학생 136명의 학생부를 수집해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방송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주제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축적된 연구·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제작됐다고 소개했지만, 정작 지금까지의 방송분 어디에서도 긴 시간동안 고민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지엽적인 시각으로 편협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EBS는 이처럼 지엽적이고 편협한 방송으로 학부모나 학생의 환심을 샀을지는 몰라도, 정작 고교 현장에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의 공감을 얻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진로진학정보원 단톡방에 모인 교사들은 방송을 보고 비판의 말들을 쏟아냈다. 이들은 모두 중고교에서 진로와 진학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로 한국진로진학정보원의 회원들이다. 에듀진은 교육의 현장에서 생생하게 입시를 경험하고 있는 교사들이 이번 EBS 방송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았는지 살펴보고, '교육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왜곡된 방송, 누구를 위한 것인가?


 

 
▲ EBS 다큐프라임 교육대기획 ‘대학입시의 진실’
[사진 캡처=EBS 홈페이지]

현행되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풀어 나가야 할 과제와 해소해야 할 갈등이 산적해있다. 하지만 전형의 봉쇄가 아니라 이 전형이 가진 장점은 살려 나가고, 문제점은 해소해 가며 점차 진화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은 학생부종합전형이 현재 교육의 과도기에 밀려 아직 사회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해 안고 있는 모순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점을 마치 제도의 전부인양 왜곡시켰다.

처음부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합리적인 고민과 해결방안 모색을 다룰 의지는 없었다. 인내를 가지고 몇 편의 방송을 지켜보더라도 그저 철폐해야 할 대상이라는 점만 뚜렷하게 남아있다.

아무리 EBS가 수능 위주의 시각에 경도돼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교육 공영방송에서 지금까지 누적돼온 고교 현장의 참담한 교육 실종과 황폐화된 교실 현장을 학생부종합전형이 치유하고 개선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불순한 의도와 주장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은 가히 충격을 넘어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방송을 시청한 한 B교사는 “진정한 교육적인 성찰이 아닌 학교 수업까지 장악한 EBS의 수능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순수한 교육적 의도보다는 수능 교재시장 축소를 우려한 의도가 다분히 보였다. 이는 언론 권력의 횡포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학생부는 한 사람의 교사에 의해 학생의 모습이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학생을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교사들에 의해 작성되는 공동 기록물이다. 하지만 방송에서는 일부 부정한 학교에서 자행되는, 소수 교사에 의해 학생이 만들어지는 문제가 마치 보편적인 학생부 기록의 실체인 듯 보도했다. 

또한 이것이 학생부종합전형의 온상인 냥 비춰내 방송을 지켜본 학부모와 학생의 불신을 키움과 동시에 많은 선생님들의 노력을 매도하고, 헛되이 만들었다는 사실에 교사들은 분노를 넘어선 좌절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장단점을 모두 수렴해 고민다운 고민과 그 결과를 내놓았다면 그 진정성에 대해 수긍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편파적인 방송을 내보내는 것에 영향을 받아 학생부종합전형이 위축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 현장 교사 다수의 의견이다.

미래를 위한 교육, ‘수능’은 통하지 않는다
EBS ‘대학입시의 진실’ 방송이 나간 후, 교육자와 학생·학부모 등 피교육자의 반응은 양극으로 치닫는다.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들은 방송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런 반응의 차이는 가지고 있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당장의 입시가 중요하다. 당장 중요한 것은 ‘교육’에 목적이 있지 않고, ‘대학 진학’에 목적이 있다. 물론 대학서열화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사회문제로 고착된 시점에 학생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한번쯤은 장차 성인이 될 우리 아이가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며 미래를 대비할지 신중히 고려해봐야 한다.

새로운 입시제도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학력고사 세대부터 고착된 교육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을 바라보는 안이한 시각에 문제가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은 교육뿐만 아니라 전 사회, 나아가 전 세계적인 미래 핵심 키워드다. 기성세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된 문명사회 속에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것이다. 그런 시대에 패턴화된 유형과 암기식 학습으로 길들여진 수능이 과연 옳은 교육 방향일까?

선택형, 단답형 평가로는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미래 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이야기하고, 논리적으로 서술할 수 있어야 한다. 학문적으로 맞든, 틀리든 그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스스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 그것이 바로 학생부종합전형의 방향이다.

교육의 목적은 SKY 진학이 아니다!
또한 방송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sky에 진학하려면 내신 1등급대가 나와야 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학생부종합전형이 결국 내신으로 회귀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에 대해 K교사는 “그렇다면 반대로 수능은 몇 등급이 나와야 sky에 진학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역·학군별로 수능 1등급 비율과 내신 1등급 비율 비교를 통한 공정성을 제고한 것인지 의심스럽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T교사는 “소위 SKY로 통칭되는 상위권 대학 진학을 척도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재단해 본래 목표인 ‘공교육 정상화’를 흐리게 하고, 대학진학을 초·중·고의 교육 목표로 보는 태도는 과연 교육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있었는지를 의심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은 마치 상위권 내신이 아닌 학생은 교육 실패라는 소리로 들려 안타깝다. 가장 많은 비율의 5등급 학생들과 그 이하의 학생들을 미래에서 배제하는 느낌이다. 입시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발굴하고 육성해 그 진로에 적합한 진학을 돕는 것이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교육의 목표는 학생들을 줄 세워 그들의 미래 가치여부를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것에 있다. 상대평가로 인해 자신들의 장점을 제대로 꽃피워보기는커녕 그것을 찾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4등급 이하의 학생들 역시 이 땅의 미래이고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사회의 적재적소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관점에서도 입시관리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 안고 있는 공정성에 대한 문제, 합불 여부를 가늠하기 어려운 문제는 차츰 개선해가야 하는 과제로서 인식해야 한다. 공정성의 우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우리 교육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

제도 개선으로 학종을 진화시켜라!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 피교육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학생부기록에 대한 부분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에 직면한 교사들의 입장 역시 난처한 것이 현실이다.

학생부가 소수 교사에 의해 기록되는 것이 아닌 공동의 기록물이라는 점은 교사 1인이 맡은 학생의 수가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실제로 K교사는 “교사 1인이 맡은 학생 수가 최소 100명인 곳에서 교사들이 학생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수업에서의 변화과정을 서술해내는 것은 또 하나의 사슬이다.”며 과중한 업무로 인한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한 “자소서나 추천서 등을 감당해내기 어려운 일부 교사들은 그들의 전문지식이나 교육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좀 더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관찰과 수업에서 변화 과정을 하나하나 서술해내는 것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대입을 위해 학생부를 관리해야 하는 학생입장에서도 불만을 야기하는 계기가 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입시에서 교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학생부 기록을 간소화하는 등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향후 학생 수가 급감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만 보다 실리적인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한편 L교사는 “지금까지 학종이 수도권 소재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확대됐을 뿐, 나머지 대학은 비중이 미미하다. 이는 ‘학종은 일부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대입’이라는 인식에서 발생하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 대부분 대학들이 진정으로 학종 중심의 대입을 시행해야 하고, 이는 곧 자연스럽게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 일체화의 보편화로 교사에 따른 학생부 격차 발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확대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보편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해 교사에 따른 학생부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모든 교사와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이해하고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 광주대학교 입학처 https://goo.gl/iRIvID



학종이 풀어야 할 과제 '신뢰 회복'이 핵심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신의 상대평가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점은 사실 전형 자체보다 학생부종합전형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시대착오적 수능 배치표체제 및 내신 상대평가, 그리고 우리 사회의 잘못된 사회경제구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부종합전형이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생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역시 중요한 문제로 이야기된다. 학생부에 대한 불신에서 파생돼 나오는 전형에 대한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교사의 노력을 무의미하게 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더욱 사교육에 기대는 현상을 초래한다.

이에 대해 J교사는 “신뢰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신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면 더 이상 아무런 것도 논할 수 없다. 지속적인 대화와 노력으로 불신을 해소해 신뢰관계를 단단하게 형성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다.”고 말했다.

또한, “어려운 과정이더라도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 일정 반열에 올라가면 그 다음은 더 행복한 교육 현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교육의 병폐, 외면하는 EBS
대학입시 문제는 어떤 전형을 놓고 보더라도 쾌도난마로 단숨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어떤 제도든 명암의 경계가 뚜렷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교육’의 의미와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국가와 학교가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함부로 재단했다. 이로 인해 뒷줄에 선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소외당하는 비정한 현실을 낳았고, 잘못된 제도로 인해 사교육에 잡아먹힌 학교교육이 실종되고 황폐화된 것을 이제는 책임져야 한다.

L교사는 “국민의 뜻으로 출범한 새 정부가 비로소 한국교육의 진정한 변화와 개혁을 시작하고자 하는 지금, 기존 수능배치표 체제에서 큰 이익을 누려온 당사자인 EBS가 이번과 같은 다큐를 의도적으로 제작 방송함은 대단히 유감이다.”며 실망감을 표했다.

또한 “EBS는 이제라도 일말의 교육자적 양심과 시대적 사명감이 있다면 깊은 자성과 올바른 극복방안을 제시함이 옳을 것이다.”라는 뜻을 밝혔다.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898

 

  
▲ <2018 수시 백전불태> 출간 https://goo.gl/7JtU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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