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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동성애자는 기독교 대학 다니면 안 되나요?” 대학가에 부는 ‘성소수자’ 논란


최근 대학가에 성소수자 학생과 관련한 차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때 성소수자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전환자(Transgender), 동성애자(Queer) 등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권을 앞세운 일부 인권단체와 성소수자들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의 영역이 교육 현장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는 교양필수 과목 담당 교수가 성소수자 학생에게 성차별적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6일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2일 성전환자인 신입생 A씨는 학교 인성교육센터가 운영하는 교과목 합숙 수업과 관련해 센터에 문의 전화를 걸었다. 이 수업은 신입생 교양필수 과목으로 '개인의 삶을 성찰하고 이웃과 더불어 공동체를 지향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2박 3일 합숙이 교과 과정에 포함됐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을 전환한 A씨에겐 합숙은 큰 고민거리였다. A씨는 센터 측에 "제가 트랜스 남성이고 호적상은 여성인데 (합숙 대신) 통학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대체할 방법이 있느냐"고 문의했다. 전화를 받은 센터의 한 교수는 "호적에 따라 여자 방에서 자면 되는 거 아니냐. 본인이 가기 싫어서 안 간다는 거냐” 등의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A씨는 당시 느꼈던 심한 모욕감과 수치심을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에 털어놨다. 그는 "합숙이 걱정돼 상담을 위해 긴장한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며 "친절하게 존댓말을 하던 교수는 내가 성전환자임을 밝히자마자 웃음기 섞인 반말로 응대해 울컥 화가 솟았고 대화를 계속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호르몬 투여 때문에 내 외모는 신체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한다고 느끼는 '시스젠더 남성'과 다르지 않다"며 "교내 행정 절차를 거칠 때마다 수많은 교직원에게 커밍아웃해야 하는데 또 어떤 일을 겪을지 막막하고 두려웠다. 학교를 계속 다닐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A씨의 고민을 접수한 성소수자협의회는 센터 측에 "해당 발언은 분명히 차별에 해달하고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인성교육센터는 지난달 31일 뒤늦게 사과문을 내놨다. 센터는 사과문에서 "교직원은 성전환자 신입생의 입장을 공감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많은 제약을 인식하지 못한 채 신입생에게 호적에 따라 여성용 침실에서 숙박하라는 제안으로 상처를 준 것을 인정하며, 반말을 사용해 차별 응대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고 했다. 덧붙여 "성소수자들의 인권문제에 더욱 민감하고 공감적으로 응대할 것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기사 이미지
서강대 성소수자협의회 페이스북 캡처

기독교계 사립대인 한동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동성애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동대는 지난달 25일 ‘동성애와 동성애 결혼에 대한 한동대학교의 신학적 입장’이란 제목의 선언문을 발표해 동성애 행위가 성경적 진리와 윤리관에 반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동대는 이번 선언문을 통해 동성애와 동성결혼이 ‘반(反) 성경적’이며 ‘반 기독교적’ 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선언문에서는 “성경의 계시와 기준에 충실해지려는 복음주의 교회들과 지도자들은 큰 우려와 함께 동성애의 합법화가 반 성경적이고 반 기독교적임을 선언하고 있다”며 “성경의 계시를 중시하는 한동대는 이러한 복음주의 교회들과 신앙관을 같이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우리는 문화 안의 대세보다 성경의 계시를 기준으로 삼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우리는 동성애 행위가 근본에서 인간 개인과 공동체에 해와 병을 가져 온다는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동대 학생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찬반양론이 이어지고 있다. 한동대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한동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이 같은 선언문에 대해 ‘학생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학교 측의 일방적인 처사’라는 의견과,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현재 이 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했을 때 제일 처음 든 생각이 ‘이곳이 한동대학교인가, 한동교회인가’라는 의문이었다”며 “대학은 다양한 학문을 연구하고 배우며 함께 토론하는 학문의 장으로 모든 구성원 모두가 다양한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데, 대학이 독단적으로 동성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함에 따라 구성원 모두가 그러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매도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이 같은 대학 측의 선언은 학교 발전을 저해시키는 요소”라고 꼬집었다. 그는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말을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며,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선언문은 재학 중인 비기독교 학생들을 비롯해 학교와 학문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교수님을 무시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독교 대학으로서 당연한 입장 발표’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 학생은 “하나님의 대학을 표방하며 설립된 대학인만큼, 성경을 가장 우선순위에 둬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동성애를 '혐오'하는 게 아닌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 중 하나로서, 마치 동성애 반대가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 마냥,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인 마냥 취급하는 현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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