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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없는 학종 괴담, 아이 미래 망친다

모순에 빠진 '대입제도 대국민 여론조사'

    ▲ 장흥교육지원청의 '고등학생 발명교육센터' [사진 제공=전남교육청]


8월로 예상되고 있는 정부의 ‘2021 수능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흔들기’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 언론과 교육 관계자 등 학종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요지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깜깜이’라 축소하고, 수능은 공정하기 때문에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7월 13일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발표한 ‘대입제도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와 이를 다룬 언론의 보도를 잘 살펴보면, 학종에 반대하는 이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자신에게 이롭도록 어떻게 취사선택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송기석 의원은 지난 6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 1,022명을 대상으로 ‘대입제도 대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보도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6%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신뢰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전형’이자 ‘상류계층에 더 유리한 전형(75.1%)’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74.8%는 부모와 학교, 담임, 입학사정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불공정한 전형’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들은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 43.9%, 수능위주의 정시 전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 56.1%의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국민여론조사 문항별 조사결과 (마 문항) [출처: 송기석 의원실 ‘대입제도 대국민 여론조사’ 자료집]

반대하지만 찬성하며, 찬성하지만 반대한다는 모순
그런데 송 의원의 여론조사 결과 자료집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의아스러운 구석이 많다. 송 의원의 발표와 배치되는 조사 결과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주로 다섯 번째 조사 결과인 ‘마.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종합 인식’ 결과와 이후 항목을 기준으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보다 앞선 가, 나, 다 항목에서는 이와는 반대되는 조사 결과가 나와, 조사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먼저 첫 번째 '가' 질문으로 수시 비율 확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줄이고, 수시 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가 30.5%, ‘정시와 수시 비율은 현행 수준이 좋다’가 25.7%, ‘수능 위주 정시 비율을 늘리고, 수시 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가 43.8%로 조사됐다. 결국 수시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는 답변이 56.2%인 반면, 수시 축소 주장은 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 '나' 질문으로, 수시전형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이 확대돼 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학생부 전형 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가 30.3% ’학생부 전형 비율은 현행 수준이 좋다‘가 32.5% ’학생부전형 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가 37.1%로 조사됐다. 학생부 위주 전형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이 62.8%인 반면 부정적인 의견은 그 절반을 약간 웃돌았다.

세 번째 '다'에서 학생부종합전형 확대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자 중 33.4%가 ‘현행 수준 유지’를 선택했고, ‘학종 비율을 지금보다 더 늘려야 한다’는 응답자도 29.4%나 됐다. 학종 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는 비율은 37.1%였다.

그런데 지금의 학종 논란은 현행 입시에서 학종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일부의 주장으로 인해 야기된 것인 만큼, 학종 축소 주장에 동조하지 않고 ‘학종 비율 현행 유지’를 선택한 사람들은 학종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학종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한다며 학종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 사람이 62.8%나 되는 반면, 학종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37.1%밖에 안 돼 우호 입장의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국민여론조사 문항별 조사결과 (가, 나, 다 문항) [출처: 송기석 의원실 ‘대입제도 대국민 여론조사’ 자료집]

네 번째 '라' 항목인 학생부종합전형 반대 이유를 물은 설문 결과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응답자 수가 전체 대상자인 1,022명이 아니라 380명이고, 중복응답이 가능해 전체 응답 비율을 더하면 약 318%나 된다.

결과적으로, 이 설문에 응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 1,022명 전체가 아니라 ‘학종 비율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대답한 380명뿐이다. 거기다 중복응답을 허용했기 때문에 각 항목당 선택 비율이 대단히 높게 나왔음을 알 수 있다. 한마디로 학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중복 답변을 받아서 낸 결과이기 때문에, 이를 조사 대상 전체의 여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민여론조사 문항별 조사결과 (라 문항) [출처: 송기석 의원실 ‘대입제도 대국민 여론조사’ 자료집]


이런 모순된 결과는 ‘자. 대입전형 개선에 관한 국민 여론’ 항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문항 중 ‘학생부중심의 수시전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가 43.9% ‘수능위주의 정시전형을 더 확대해야 한다‘가 56.1%로 나타났다.

그런데 또 다른 질문에서 ’수능 절대평가는 변별력이 약화되어 정시수능전형이 무력화되기에 현행 평가방식을 유지해야 한다‘가 39.9% ’수능성적은 수능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절대평가 등급제로 바꾸어야 한다‘가 60.1%로 나타난 것이다.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변별력이 약화돼 수능이 축소되고 수시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능과 수시는 시소와 같아서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 수능이 축소되면 자연히 수시가 확대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보면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수능 선발 비중을 더 확대하라고 하는 것이다. 창으로 방패를 뚫고,  방패로 창을 막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여론조사 문항별 조사결과 (자 문항) [출처: 송기석 의원실 ‘대입제도 대국민 여론조사’ 자료집]

학종이 무엇인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이처럼 같은 여론조사 안에서도 서로 모순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애초에 여론조사가 잘못된 방식으로 진행됐거나, 응답자들이 학종에 대해 구체적으로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응답의 일관성이 떨어져서 벌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여기에 대한 답은 여론조사 대상자 표본을 살펴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는 대상자 표본을 만 19세 이상 69세 이하 성인남녀로 한정해 인구 구성비에 맞춰 추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대학 입시는 대상자와 관계자가 분명하고 대입 관련 정보에 비교적 전문적인 요소가 많다. 따라서 대입 대상자나 관계자, 그리고 비교적 최근에 대입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조사 대상이 돼야 정확한 여론을 짚어낼 수 있다.

대입과 무관한 사람들은 대입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힘들다. 이러다 보니, 학종에 대해 무분별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일부 언론과 교육 관계자들의 주장이 여론으로 포장돼 유포되고, 이를 접한 사람들은 ‘학종은 금수저 전형이며 사교육을 확대한다’는 주장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학종을 비롯한 대입 전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설문 문항에 따라 이렇게도 찍었다가 저렇게도 찍어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모순적인 결과는 대입 전형과 교육 정책 방향에 대해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한 정보를 제공해 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학종 외의 대안은 없다
현재 학종에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학종이 가진 약점과 개선사항을 발전적으로 변화시켜 현실에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학종을 내리치며 성적 줄 세우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수능 만능주의를 외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학종이 아직 안정적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학교 교육의 많은 요소가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발등의 불을 보고도 우리 교육은 아직도 그에 기반한 대비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학종만이 유일하게 미래를 대비한 인재 선발 제도로 고군분투중이다.

따라서 지금은 학종의 단점을 수정하고 보완해 우리 교육 환경에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교육과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근본 취지를 도외시한 채 학종을 축소하고 수능을 확대하라고 하는 것은 눈앞의 편익을 위해 학생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의 달라질 환경요인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처사이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편협한 주장일 뿐이다.

학종 축소와 수능 확대는 교육의 방향이 과거의 암기 중심 주입식 교육과 성적 중심주의로 후퇴하는 것이고, 창의성과 협업능력, 자기주도학습능력 등이 필수인 미래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을 20세기의 낡은 방식으로 교육하겠다는 말이다. '학종 흔들기'가 아니라 '학종 바로 세우기'를 해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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