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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능개편 때 ‘대입 블라인드 면접’ 도입한다는데…

교육계 “취지 공감하지만, 실효성 의문”

    수능이 개편되면서 출신 고교를 밝히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이 대입에도 도입된다./ 조선일보 DB


정부가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면서 대입 전형을 단순화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블라인드 전형이 서류까지 확대되지 않을 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출신 고교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교차하고 있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수능 개편 관련 브리핑에서 “대입전형을 학생부와 수능 위주로 단순화하고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겠다”고 지난 31일 밝혔다. 논술 및 교과 특기자전형 등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요소는 최대한 줄이고 수능과 학생부만으로도 대입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고치겠다는 뜻이다. 김 장관은 구체적 방법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수능 최저학력기준 완화·폐지 ▲교사추천서 등 학생부 기재양식 개선 ▲대입 평가기준 공개 및 블라인드 면접 도입 등을 제시했다.

현재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도 출신고에 따른 차별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면접을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별 선발 방식과 과정이 모두 비공개로 돼 있어 실제로는 외고나 자사고(자립형사립고), 일반고 등 출신 고교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대입 블라인드 면접’ 도입은 입사지원서에 출신지, 가족, 학력, 사진 등을 표기하지 않도록 한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와도 같은 맥락이다. 인재를 채용하는 데 있어 출신지, 가족, 학력, 사진 등을 표기하지 않도록 하는 채용 방식을 민간 기업으로 확산시키고, 입시에까지 반영해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교육부의 이 같은 발표는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국정 로드맵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과제 중에도 포함된 바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대입전형 첫 단계인 서류전형에는 ‘블라인드 선발’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 서류에는 출신 고교를 기재할 수 있다. 면접은 이 서류를 기반으로 이뤄진다”며 “대학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면접관은 서류 평가에도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미 서류 검토 과정에서 출신 학교를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면접관이 학생에 대한 일체의 사전정보가 없다면 면접은 학생부 기반이 아닌 제시문 활용 면접이나 심화구술평가 형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서울 소재 A 대학 입학처장은 “블라인드 면접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대학은 면접 심사를 위해 서류를 자세히 본다. 만약 학교명을 기재하지 않더라도 기재된 교육과정이나 운영 프로그램, 세부 특기사항 등을 통해 어느 고교인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이사 역시 “서류에 출신 학교 기재가 허용된다면 블라인드 면접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면접 시 교복 착용부터 금지하는 게 현실적”이다. 그는 “블라인드 면접을 의무화하면 대학들은 변별력을 판단할 수 없어 면접 비중을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일선 대학은 수년간 학종을 실시하면서 웬만한 고교에 대한 데이터베이스(DB)는 구축한 상태다. 때문에 블라인드 면접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서울 소재 B 대학 입학처장은 “학종의 기본 취지 중 하나가 ‘고교와 대학의 연계’다. 자연스럽게 어느 고교가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지 대학이 속속들이 알게 됐다”면서 “굳이 출신교를 밝히지 않아도 내용을 보면 어느 학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접에서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질문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A  입학처장은 “평가자들에게 출신 고교 명을 보지 말라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고교 간 학력 격차가 만연한 현실에서 좋은 학교 출신의 인재를 뽑고 싶은 것이 솔직한 입학처의 심정”이라며 “학교를 유추할 수 있는 질문을 면접에서 다양하게 풀어놓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지방 국립대의 C 대학 입학처장은 “블라인드 전형을 도입하면 공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이에 앞서 전면 도입 전에 정부가 고교 간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고교명을 가리지 않고 대학이 자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면 부작용이 여전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표기되는 학생 정보 가운데 출신 고교와 고교 위치 정보를 암호화해 ‘○○고교’, ‘△△고교’ 같은 방식으로 학생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고 대학에 전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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