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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시대’를 거부한 아이들, 정시에 올인하다

아이들과 학부모 나아가 교사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이고 모두에게 효율적인 대학입시 제도가 마련돼야

현 중3 학생들이 치러야 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일 년 유예한다는 교육부 발표에 일선 학교가 술렁이고 있다. 더군다나 내년부터 시행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맞물러 시행될 줄 알았던 대수능 개편안이 현행과 같이 유지된다는 소식에 일부 학부모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심지어 한 지인은 자신의 아이가 제도의 희생양이 되었다며 교육부를 원망하기도 했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정시모집으로 대학가기가 여간 힘들지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특히, 수시모집으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저학년 때부터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본인이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다. 따라서 아이들은 고1 때부터 생기부에 적을 스펙 쌓기를 소홀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 소재, 한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는 2학년 한 여학생은 생활기록부에 상(賞) 하나라도 더 적으려고 교내에서 시행하는 모든 경시대회에 참가하여 2학년 1학기 기준 생기부에 기록된 각종 수상 경력이 무려 100여 개나 달했다.
  
한번은 탐구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그 아이에게 수상 소감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공부보다 스펙 쌓기가 더 힘들다는 그 아이의 말에 씁쓸함이 감돌았다. 한편, 이것이 우리의 교육 현실이라는 생각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수시모집 준비가 아이들에게 지나친 부담이 된 걸까? 최근 스펙 쌓기에 한계를 느낀 2학년 일부 아이들의 반란이 시작되었다. 수시를 포기한 아이들이 정시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수능선택과목이 아닌 교과 시간에 수능 공부를 하겠다며 그것을 허락해 달라고 아이들은 주문했다. 
  
퇴근 무렵, 정시 도전을 선언한 한 아이의 학부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학부모는 교과수업 시간 아이가 수능 관련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위해 학교 차원에서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학부모는 아이가 스펙 쌓기로 너무 지쳐있고 내신마저 곤두박질하여 더는 아이의 상황을 지켜볼 수 없어 의논한 결과, 수능에 올인하기로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하였다. 학부모의 뜬금없는 요구가 다소 당혹스러웠지만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9월 수시모집을 앞둔 3학년의 한 남학생은 나름대로 스펙은 열심히 쌓았지만, 내신관리를 잘 못 해 갈 대학이 없다며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 몇 군데를 추천해 달라고 했다. 생기부 스펙 중심으로 몇 개의 대학을 추천해 주었으나 워낙 내신이 좋지 않아 염려스러웠다.
  
현재 고3 담임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스펙이 좋으면 내신이 좋지 않고, 내신이 좋으면 스펙이 좋지 않은 아이들과의 진학상담이다. 두 가지 조건이 최적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학종시대’, 아이들은 스펙과 내신, 수능 최저학력 등으로 삼중고를 겪어야 한다.
  
아이들과 학부모 나아가 교사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합리적이고 모두에게 효율적인 대학입시 제도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이 제도를 믿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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