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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W]“검색하기도 귀찮아”⋯ 무엇이든 알려달라는 10대 핑프족



“**대학교 학과 종류 좀 알려주세요.” 
“표준점수·원점수·백분위가 뭔지 설명해주세요.”
“논술 합격자 발표는 언제 나오나요?” 

온라인에 질문하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 속에서, 최근에는 정보를 찾으려 노력하기보다 무작정 질문부터 하는 10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엔 이런 학생들을 두고 일명 ‘핑프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핑프족은 ‘핑거 프린세스(finger princess)’ 또는 ‘핑거 프린스(finger prince)’를 일컫는 신조어로, 간단한 정보조차 스스로 찾아보거나 조사하지 않고 온라인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기대 물어보는 사람을 뜻한다. 이러한 질문이 쏟아짐에 따라 실제로 10대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핑프 사절’, ‘핑프짓 그만’, '손가락이 공주님이라서 검색할 줄도 모른다' 등 이를 비판하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특히 내달 치러질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앞두고 온라인 대입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예컨대, 검색만 하면 나오는 간단한 입시정보에 대해 묻거나,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용을 알려달라는 식이다. 유용한 대입 정보를 얻기 위해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를 자주 찾는다는 고3 김준영(가명·18)군은 “공부에 지치고, 입시 준비에 치이다 보면 최신 정보에 둔감할 수 있다는 건 같은 수험생으로서 십분 공감한다”며 “하지만 간혹 해당 대학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알 수 있는 단순한 내용을 알려달라고 쓴 걸 보면 도대체 어디까지 떠먹여 달란 건지 괜스레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진 역시 이런 핑프족의 질문 세례에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한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 관계자는 “같은 질문에 대한 기존 답글이 있는데도 물어보거나, 답변을 해줘도 또다시 묻는 경우가 많아 알려주는 사람까지 허탈해질 때가 잦다”며 “현재 ‘이런 질문은 삼갔으면 한다’는 공지까지 올려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형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상담글 작성 양식 첫머리에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모집요강 내용 숙지하고 질문하기’라고 써 두는 등 핑프족을 대응하려는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수험생 회원이 다수인 유명 온라인 입시 커뮤니티 공지 게시판 캡처 이런 현상은 점차 고교생을 넘어 초등생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학교나 학원 등에서 내준 과제에 부담을 느낀 초등생들 사이에서, 과거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해 ‘베끼기’로 숙제를 해결하는 형태에서 나아가 아예 직접적으로 대신해주길 바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저기 인터넷 사이트를 돌며 검색해 ‘짜깁기’하는 것조차 수고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일례로 한 초등 3학년생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교 숙제인데,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하고 다양하게 알려달라. 살펴보고 골라서 쓰겠다’는 등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학교 토론 주제가 ‘왜 학교 숙제를 해야 하는가’인데, 찬성 측 주장과 근거, 구체적인 자료 등을 최대한 빨리 써주세요.” “학교를 주제로 한 ‘시 쓰기’ 숙제가 있는데 도와주세요.” 등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 과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단 남에게 의존해 쉽게 넘어가려는 경우가 잦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대학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꼽는다. 빠르게 핵심 정보를 습득해야만 성과를 얻는 현 교육환경이 이를 더욱 심화하게 했다는 얘기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은 어떤 분야를 공부할 때 방대한 자료를 가지고 깊게 생각하며 공부하기보단, 필요한 핵심 내용만 간단하게 정리한 요약본만 보려고 한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이어진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이런 단편적이고 자기 중심적 지식 습득 현상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10대들의 무분별한 정보 수용 방식도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정애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이런 방식으로 얻어낸 답변은 대부분 검증되지 않았거나, 불분명한 정보원에 의한 단편적이고 편향된 정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청소년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과 태도부터 변화시켜 차차 자신에게 필요하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을 키워줄 교육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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