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특목·자사고의 승자독식, 학종이 견제한다

학종 건재한 지금도 특목·자사고 출신 서울대 입학생이 절반 넘어



학종은 성적만으로 학생의 역량을 판단하지 않는다 
대학이 학생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덕목이 학업능력과 인성 그리고 발전 가능성이다. 이 말은 곧 수십 년간 이어져온 수능 지상주의와 고교 서열화가 허물어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소도시나 군 지역 고교 학생 중에 교과 성적이 뛰어나고 성실하고 적극적인 학교생활을 해서 활동 내용과 성장의 모습이 학생부에 잘 드러나 있는 학생이 있다 치자. 대다수의 입학사정관들은 이런 학생이라면 대학이 요구하는 학업역량과 인성,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선발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제는 대학이 인재를 선발할 때 성적 외에도 다양한 역량들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내신이나 수능 성적만으로 대입 당락을 점칠 수 없는 환경이 됐다.

실제로 내신과 수능 성적이 높은 A학생이 서울대 수시에 탈락하고, A보다 더 낮은 성적을 가진 B학생이 서울대에 떨어지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운명을 바꾼 것은 성적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이다. 

A 학생은 성적만 B보다 높을 뿐 학생부를 통해 학업역량과 인성, 발전 가능성, 성장의 모습 등을 찾아볼 수 없어 탈락의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다. 반면 B 학생의 경우 성적은 A보다 낮을지라도 학생부에는 B의 학습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독서 활동, 봉사 활동,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관심사를 깊고 넓게 탐구한 모습이 충실히 기록돼 있고, 이를 통해 B의 성장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처럼 문제풀이와 암기 중심의 수능 성적 순위가 대입의 당락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평가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생부종합전형, 교육을 바로 세우다 
물론 대입전형 가운데 학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2%에 불과하다.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전형이 학생부교과(42%)이고 다음이 수능 정시(25%), 학종 순이다. 하지만 사실상 대입 선발 방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서울 상위 15개 대학이 정원의 61.3%를 학종으로 선발하는 등 학종 중심의 대입 체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굳건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학종을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이 되고 있어, 진학 실적을 높여야 하는 일선 고교에서 학종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 같은 선순환에 의해 학교 교육이 대변화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학교는 거센 변화를 겪고 있는 중이다. 일반고 몰락이라는 세간의 우려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학생부가 대입의 결정적인 키로 떠오르면서 학교생활을 성실히 해야 대학에 합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일반화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학종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 수업이 변하고 평가 방식이 바뀌고 있다. 참여와 토론 중심의 수업, 활동 중심의 수행평가 등을 통해 학생과 교사가 한층 더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기 시작했다. 

또한 학교와 학원의 존재 의의도 점차 명확히 구분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교육의 주체는 학교가 돼야 하며, 학원은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거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학종이 도입되기 전까지는 ‘공부는 학원에서, 잠은 학교에서’라는 생각이 학생들 사이에 팽배해 있었다. 학종 도입 이후에야 성실한 학교생활이 대입의 기본 전제가 되면서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전히 ‘공부는 학원에서, 잠은 학교에서’ 식의 사고를 하고 있는 학생이라면, 그 학생은 학종에 대해 아직도 모르고 있거나 학종을 준비하지 않는 학생일 확률이 크다.

특목·자사고의 승자독식, 학종이 견제한다 
대입에 학종이 도입되지 않고 여전히 수능 중심으로 운영됐다면 지금의 학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학생들은 특목·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해 초중학교 때부터 치열한 경쟁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특목·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상위권 대학 합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반고는 여전히 잠을 자는 곳으로 전락해 있을 것이다. 

아래 표를 보면 서울권 상위 10개 대학의 2017학년도 입학자 중 특목·자사고 출신자 비율이 평균 35%를 넘는다. 나머지 65%가 일반고 출신이란 의미다. 

학종이 대세가 된 지금까지도 자사·특목고 출신자가 상위권 대학에 35%나 합격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대는 절반이 넘는 53.2%가 특목·자사고 출신자로 채워지고 있다. 바꿔 말하면 학종의 세력이 약해질 경우 일반고와 특목·자사고의 위태로운 균형은 바로 깨져버리고 말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학종이 균형추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일반고가 특목·자사고와 경쟁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종 확대를 반대하는 이익단체와 일부 언론에서는 이런 사실을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 

2017 서울 10개 대학 입학자 중 특목고, 영재학교, 자사고 출신 인원과 비율 


대학은 어떤 학생을 선발할까 
매년 대입 합격자 발표가 끝나면 지역 교육청과 진학 담당 교사들이 함께 진학 자료집을 출간한다. 각 지역 진학 자료집을 살펴보면 학종과 관련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기록이 과거보다 세세하게 기록돼 학생의 특성과 성장의 모습을 비교적 잘 나타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수상실적도 양보다 질로 승부하는 경향이 커졌다. 수상실적은 4~5개 정도로 많지 않지만, 전공 적합성이 높거나 자신의 관심사와 밀접히 관련돼 있는 분야에 천착해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려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서강대 등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의 학생부를 보면 내신 성적은 대개 1, 2등급이 주를 이루는데, 수능 성적은 1등급부터 낮게는 4등급까지 넓게 분포돼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독서활동을 활발히 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매 학년마다 많게는 15권에서 적게는 5권까지 책을 읽었는데, 독서를 토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키워나가면서 희망 전공과 관련한 책은 최소한 2~3권은 반드시 읽은 것을 알 수 있다. 

합격자들 중에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떨어진 학생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비록 학업성적은 떨어졌을지라도 학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이나 성실한 수업 태도가 잘 드러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대학이 과목 선택의 유·불리 문제까지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강 학생 수가 적어 성적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되더라도 해당 과목이 자신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고 전공 적합성을 높일 수 있어 그 과목을 선택한 학생이 있다면, 대학은 그 열정과 성실성을 인정하고 기꺼이 선발하고 있다. 

이처럼 학종은 정성평가라는 특성 상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해를 받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의 대학들이 일관된 선발 목적과 평가 기준을 가지고 운영하고 있다. 성적 줄 세우기만으로 학생의 역량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대학의 입장은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이제는 정부와 대학, 고교가 학종을 둘러싼 세간의 오해를 불식하고, 학생부 무단 정정·조작, 자소서 표절·대필, 서류·면접에서 출신고와 부모 직업 노출, 교내 상 몰아주기 등 학종의 공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문제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철저히 마련해, 학종이 안정적으로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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