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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D-7] 영어 절대평가의 ‘함정’을 주목하라

절대평가라면 영어 1등급 받기 쉽다? 답은 ‘NO!’



고3 수험생 A 양은 지난 9월 모의평가를 치른 뒤 큰 충격을 받았다. 아무런 걱정이 없던 영어영역 때문이다. 평소 90점대 성적을 꾸준히 유지하던 A 양은 영어영역은 당연히 1등급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부터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영어영역의 경우, 90점만 넘는다면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점 결과는 A 양의 예상과는 달랐다. ‘당연히 1등급’이라고 생각했던 영어영역에서 1등급은 커녕 ‘3등급’을 받은 것.


이는 비단 A 양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수험생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9월 모의평가 직후 “시험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 “늘 1등급을 유지했었는데 중요한 시험에서 갑작스레 등급이 떨어져 걱정” “절대평가라는데 왜 등급은 안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호소가 줄을 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는 9월 모의평가뿐만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10월 학력평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영어영역이 매우 까다롭게 출제돼 심지어 수험생들 사이에서 “영어, 혐오스럽다”는 반응까지 나온 것. 


올해 처음 절대평가가 시행되는 영어영역. 1등급 받기가 정말 이전보다 더 쉬워진 걸까? 혹시 수험생들은 절대평가라는 ‘달콤한 함정’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받은 수험생, 지난해 수능보다 적어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9월 모의평가에서 몇 명의 수험생이 90점 이상의 점수, 즉 1등급을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 90점을 넘긴 학생 수는 지난해 수능보다 현저히 적다. 종로학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에서 원점수 90점 이상, 즉 절대평가 체제 하의 1등급에 해당하는 학생 비율은 7.82%였다. 응시자 수를 반영하여 환산한 인원수는 약 4만2000여 명. 반면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수험생은 전체 학생 중 5.86%에 불과했다. 응시자 수를 반영해 환산하면 2만7000여 명에 불과한 것. ‘불수능’으로 악명 높았던 지난해 수능보다도 훨씬 적은 수의 학생이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는 90점 이상을 받은 인원이 가장 적었던 2011학년도보다도 더 적은 수준이다. 


9월 모의평가 바로 다음에 치러진 서울시교육청 주관 10월 학력평가의 결과는 더욱 충격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홈페이지 ‘학력평가자료’ 카테고리에 공개한 10월 학력평가 통계자료에 따르면 약 39만명이 응시한 10월 학력평가에서 영어영역 1등급, 즉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1만 4345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따지면 3.66%에 그치는 수준. 전체 응시생의 4%가 1등급을 받는 상대평가 체제라면 1만 5600명 가량이 1등급을 받는데, 올해 10월 학력평가는 1000명 가량의 학생들이 1등급을 도둑맞은 셈이다.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되기로 확정됐을 때만 해도 영어영역의 변별력이 상실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지만, 오히려 상대평가보다 1등급을 받는 학생이 줄어든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수능을 단 일주일 앞둔 지금. 수험생들은 이러한 통계를 남다르게 받아들여야 한다.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실시되니까 1등급 받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해 영어 공부를 안일하게 했다가는 큰 코 다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상대평가에선 ‘2점’ 차, 절대평가에선 ‘5점’ 차? 


절대평가 때문에 상당수 대학이 정시에서 영어영역 반영방법 및 반영비율을 변경한 것도 영어영역을 가벼이 봐서 안 되는 이유다. 정시에서 영어영역을 그대로 반영하되 반영비율을 축소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등급별 가산점을 주거나 감점을 하는 대학도 있다. 특히 등급별 환산점수를 산출해 반영하는 대학에서는 영어영역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연세대의 경우 △1등급은 100점 △2등급은 95점 △3등급은 87.5점 △4등급은 75점으로 환산해, 등급 간 5점 내외의 격차를 두고 있다. 원점수 기준으로, 기존에는 91점을 받은 학생과 89점을 받은 학생 간 점수 차이는 그대로 2점이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91점으로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00점, 89점으로 2등급을 받은 학생은 95점을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즉, 상대평가일 때는 2점에 불과했던 점수 차가 현 체제에서는 5점까지 벌어지게 됐다. 등급 간 점수 차가 10점 내외인 이화여대 등의 경우 그 여파는 더욱 심하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해당 대학들처럼 등급 간 영어점수 편차가 큰 경우, 국어·수학·탐구영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더라도 영어영역에 의해 합격 당락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그만큼 정시에서 영어영역이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영어영역에서의 미세한 점수 차가 정시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절대평가가 적용된다고 영어영역을 결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 성적에 맞는 마무리 학습 전략 세워야


그렇다면 단 7일 남은 수능, 영어 대비 전략은 어떻게 세워야할까? 지난 모의고사 성적을 토대로 자신의 성적 범위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령 3월 모의고사에서 90점, 6월 모의고사에서 89점, 9월 모의고사에서 85점, 10월 모의고사에서 83점을 맞았다면 자신의 성적 범위를 83점에서 90점 사이로 산출해보는 것. 이 학생처럼 최고 성적이 90점에 걸쳐있는 경우, 단 한 문제라도 더 맞혀 안정적으로 1등급에 진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늘 90점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던 수험생들이라면 평소처럼 공부하되 만들어 둔 오답노트를 체크하며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좋고, 꾸준히 80점대 성적을 받아온 수험생들은 무리하게 1등급을 진입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2등급을 안정적으로 받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은 “영어 절대평가라는 함정에 빠졌다가 큰 코 다칠 수 있다”면서 “현재까지 자신의 성적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목표 수준을 정하고, 마무리 학습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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