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학부모들 ‘가짜공부’ 그만 강요했으면”

‘그래도, 부모’ 출간한 권승호 전주영생고 교사

스스로 선택 아니면 성취감 없고 ‘남 탓’ 역효과
많이 배우는 것보다 혼자 익히고 질문하게 도와야
학교 7교시만으로 충분, 믿어주고 기다리면 성장



권승호(56·사진) 전북 전주영생고(교장 국방호) 교사는 요즘 학부모들에게 할 말이 많다. ‘과유불급’, ‘신데렐라 계모’가 자꾸 떠오른다고 했다. 그래서 최근 학부모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담아 수필집 ‘그래도, 부모’를 출간했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이 범람하는 우리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 그 가운데 학부모의 잘못된 역할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진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며 깨달은 자기주도학습 등을 통해 해결책을 소개한다.

지난달 29일 전주영생고에서 만난 권 교사는 이 땅의 부모들을 다 만나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난 듯했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의 지나친 간섭, 잘못된 양육법에 지친 나머지 무기력증에 빠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들이 뭔가 결정할 일이 있으면 ‘엄마에게 물어보고요’라는 대답을 먼저 한다”며 “10년 전만 하더라도 스스로 결정하는 아이들이었는데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학부모님들을 만나 ‘이건 아닙니다’ 말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어렸을 때 똑똑하고 가능성이 커 보인 아이들이 중·고교를 거치며 학부모들의 그릇된 선택으로 무기력해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는 그. 이를 두고 권 교사는 ‘가짜교육’이라고 했다.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공부는 도움이 되지 않고 그저 앉아있는 시늉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성취감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으므로 ‘남 탓’으로 돌린다고 했다. 

학습(學習)이란 한자어에 왜 ‘익힐 습(習)’이 들어갔고, 학문(學問)이란 단어에 ‘물을 문(問)’을 넣었는지 다시금 곱씹어볼 때라는 게 권 교사의 생각이다.

그는 “배우는 것만큼 스스로 익히고, 질문하는 활동이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상당수 학부모가 자녀에게 자꾸 많이 배우는 ‘학(學)만 강요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런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일부 학부모는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하면서 의욕을 떨어뜨린다. 

권 교사는 “한 교사가 수행평가로 독서교육을 했더니 ‘아이가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왜 책을 읽으라고 하느냐’ 항의가 들어온다”면서 “아이들에게 독서교육이 얼마나 중요한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권 교사 역시 배움만 강조하던 때가 있었다. 교사 이전에 학원 강사, 원장을 지냈던 그는 당시 많이 배워야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다 공부에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가 있었다. 상위권 학생은 정작 사교육 없이 잘 하는 반면 학원에 열중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부진한 것에 대해 한 여학생이 질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공교육 교사가 된 이후에는 학생, 학부모에게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전도사’가 됐다. 학기 초 상담할 때마다 적극 권유해 잘 받아들이는 경우 괄목상대 효과를 나타냈다. 

처음 1학년 담임 때 반 아이들에게 적용한 뒤 2학년, 3학년 진학하면서 계속 담임을 맡아 곁에서 조언했다. 그 결과 반 상위권 학생부터 하위권까지 모두 좋은 대입 성적을 보였다. 또 이들의 대학 이후 사회진출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굴지의 대기업 등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얻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한다. 

권 교사는 교육 전문가인 교사를 믿고 따르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교육 신뢰 회복, 그리고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진로를 위해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학부모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우는 7교시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 믿어줘야 한다”면서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평생친구, 칭찬, 믿음, 용서, 기다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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