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소년범 엄벌뿐 아니라 재발방지·피해자 회복도 고려해야”

13일, 국회서 ‘청소년 범죄, 회복적 사법에서 길을 찾다’ 토론회 열려



“청소년 강력범죄가 잇따라 보도되면서 소년법 폐지 청원이 50만명에 육박하는 등 소년범에 대한 엄벌 요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만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엄벌주의만이 능사가 아니라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최우선으로 두는 ‘회복적 사법’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소년범에 대한 엄벌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청소년 범죄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13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청소년 범죄, 회복적 사법에서 길을 찾다’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소년범에 대한 적정한 처벌과 교화뿐 아니라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서다. 법조계·교육계 전문가 수십 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서는 이춘석 국회의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발제 및 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토론에서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중심에 두는 ‘회복적 사법’에 대해 열띤 의견을 나눴다. 회복적 사법은 범죄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재의 형사사법체계와는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 지역사회공동체까지 해결주체로 끌어들여 그들 간의 상호 이해와 화해, 원상회복 등을 통해 사회공동체의 평화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말한다. 토론엔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천종호 부산가정법원 부장판사가 발제를 맡았다. 이어 문영권 법무부 범죄정책국 보호법제과장, 이재영 한국회복적정의협회 이사장, 우철문 경찰청 생활안전국 여성청소년과장, 김영삼 서울시교육청 장학사, 강지명 성균관대 법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이들은 먼저 가해자에 대한 엄벌보다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에 나선 천종호 판사는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과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인해 소년법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며 “하지만 먼저 가해자에 대한 엄벌만으로 피해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을 위한 일인지부터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영 이사장도 “지금까지 청소년 범죄가 크게 사회적 문제로 거론될 때마다 이에 따른 대책의 대부분은 엄벌을 통한 강력한 처벌과 통제로 귀결돼 왔다”며 “물론 엄벌주의가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으나, 시간이 흐르고 사회적 이슈가 된 시기를 지나면 결국 시민이 느낄 만큼 크게 문제가 완화되거나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처벌은 그 행위를 통해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 그릇된 행동을 깊이 뉘우쳐 앞으로 이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해자는 처벌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기보단 처벌을 최소화하는데 급급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 이후에도 피해자가 주눅이 들어 있는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죠. 가해자로 하여금 자신이 한 행위로 인해 아픔을 겪은 피해자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행 사법 체계만으론 이를 실현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 ‘회복적 사법’ 개념이 도입된 것은 2007년 소년법 개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이때 재판단계에서 소년부 판사가 피해변상 등 피해자와의 화해를 유도하고 이를 보호처분 결정에 반영하는 ‘화해권고(제25조의 3)’ 규정을 신설했다. 또 학교폭력예방법상 ‘분쟁조정(제18조)’은 사법절차는 아니지만 이와 유사한 제도로, 자치위원회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 간 손해배상 등 분쟁을 조정하며 조정결과를 학생 조치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우철문 과장은 “현행법상 ‘화해권고’와 ‘분쟁조정’은 사건처리의 최종단계인 처분결정 시에 이뤄지는데, 이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저해시키는 일”이라며 “화해와 관계회복에도 존재하는 일종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 기능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해결할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회복적 사법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선 경찰단계에서 ▲전문가에 의한 비행요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 참여제’ 의무화 ▲경미 소년사건에 대한 경찰 재량권을 부여하는 조건부 훈방제도(입건유예) 명문화 ▲소년부 판사의 화해조정 권한을 경찰서장에게도 부여하는 규정 등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처벌 이후 재발방지나 가해자 교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판사는 “소년의 건전한 육성에 최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과제는 ‘재비행의 예방’이며, 이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비행소년들을 건전하게 교화시키기 위해선 인적·물적 환경이 그들의 특성에 맞게 갖춰져야 합니다. 국가는 국가대로, 민간은 민간대로 최선을 다해 교육환경을 조성해줘야 해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보호소년들을 위한 환경은 턱없이 부실하고 부족합니다. 예컨대, 경상남도에는 소년원 시설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또 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위한다는 소년법에 따라 설립된 시설들은 너무나 형편없어 보호소년들을 위탁하기가 꺼려질 정도입니다. 소년들도 인적·물적 시설 정도를 보고 자신들이 존중을 받고 있는지 아닌지를 피부로 느낍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이 지속한다면 교육의 효과는 결코 높아질 수 없습니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정부부처 등 사회 공동체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삼 장학사는 이 가운데서도 학교 구성원의 노력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이 시행된 지난 10년 동안 학교폭력 해결은 오로지 법과 절차를 따를 뿐, 교육의 역할은 없었다. 사소한 갈등도 학교폭력으로 범주화되는 순간 교사의 손을 떠나 절차에 따라 처분됐다”며 “앞으로 교사들은 교과교육뿐 아니라 생활교육에도 중점을 둬 ‘징계보다 중요한 것은 관계 맺기와 관계 회복’이라는 점을 늘 아이들에게 상기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영 이사장은 “학교폭력은 같은 지역에 연고를 두고 사는 이웃 간 관계의 문제이며, 학교라는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 사이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분쟁으로만 치부할 경우 그 악순환의 고리는 끊기기 어렵다”며 “학교폭력은 우리 모두를 잠재적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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