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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수능 범위' 이과에선 기하 빼주고, 문과에는 함수 '폭탄'?

국어, '매체' 포함돼 시험범위 늘고, 과학Ⅱ 수능 출제 불가피



올해 고교 1학년들이 응시할 2021 수능 출제범위를 두고 교육계의 입장차가 확연하다. 교육부는 이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를 빼겠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겠다는 이유다.

하지만 문과 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수학 ‘나형’에서는 '수학I'을 출제범위로 넣겠다고 해 일관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쉽게 말하면 이과 학생들의 수학 출제범위는 줄이고 문과 학생들의 수학 출제범위는 늘리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올해 고1 학생들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적용을 받게됨에 따라, 이들이 치를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공청회를 2월 19일 서울교대에서 열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수능 개편안 발표를 유예하면서 2021학년도 수능 출제범위를 올해 2월 말까지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교육부가 밝힌 출제범위 결정의 기본 원칙은 수능 출제범위를 현행과 동일하게 하되, 교육과정 개정으로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학습 부담 완화를 위해 교육과정 선택과목 범위와 난도 등 수능 출제 범위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수학 가형 출제범위에서 '기하' 제외 유력

공청회에서 가장 치열한 논박이 오간 과목은 단연 수학이었다. 2009 교육과정에서는 일반과목이었던 수학Ⅰ·Ⅱ, 미적분Ⅰ·Ⅱ, 확률과통계, 기하와벡터가 2015 교육과정에서는 공통수학, 수학Ⅰ·Ⅱ, 미적분, 확률과통계로 변경됐다. 더구나 수학Ⅰ·Ⅱ, 미적분, 확률과통계가 일반선택 과목으로, 기하가 진로선택 과목으로, 벡터가 전문교과과목으로 이동하면서 출제범위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수학 ‘가형’의 쟁점은 ‘기하’(기하와 벡터) 과목의 출제 여부다. 기존 수능처럼 가형에서 난도가 높은 기하를 출제하면 학생들은 사실상 일반선택 전과목과 진로선택인 기하까지 배워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공통수학 8단위와 각 5단위인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통계, 기하까지 더하면 수학시수가 2009 교육과정에 비해 크게 늘어난다. 또한,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늘리겠다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만약 기하를 빼고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만을 출제범위로 두면 학습 부담이 줄고 2015 개정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기하를 뺄 경우 이공계 대학생의 수학 기초소양이 부족해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현행 수능 출제범위와 차이가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교육계 전반의 분위기는 기하를 출제범위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모아지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부산, 대전, 울산, 경기, 강원, 경북, 경남 등 8개 시도교육청과 고교 교사와 대학교수 등 교육 관계자 76%, 학부모 시민단체 89%가 기하를 출제범위에서 제외하는 데 동의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 교육과정이 바뀌면 수능 수학 시험범위 역시 이에 준해 고치는 것이 당연하다"며 "올해 고1이 되는 학생 대부분이 배우지 않을 ‘기하’는 출제범위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공청회 결과 수학 ‘가형’의 출제범위를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로 하고, 기하는 제외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수학 나형 출제범위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로 늘어

수학 ‘나형’의 쟁점은 공통수학과 수학I 중 무엇을 출제범위로 하는가다. 교육부는 기존 출제범위가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통계인 점을 고려해 공통수학, 수학Ⅱ, 확률과통계를 출제한다면 학습 부담은 줄지만 고1 과정(공통수학)은 수능출제 시 제외한다는 그간 출제기조와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설명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은 "현재 문과수학의 시험범위는 ‘수학Ⅱ’, ‘미적분Ⅰ’, ‘확률과통계’인데, 이중 수학Ⅱ는 1학년 2학기에 배우고 있다. 따라서 고1 과정은 수능 출제 시 제외한다는 기조는 애초에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교육걱정은 "본질적인 문제는 공통수학이 출제범위에 들어가면 학생들의 학습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공통수학은 8단위 과목으로 2학기 동안 배울 양이므로 현재의 범위보다 최소 3단위는 증가하는 셈"이라며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를 1안으로 결정할 경우 교육부가 제시한 기대효과이자 수능 개편 원칙인 학습 부담이 완화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은 또한 수학Ⅰ을 출제범위로 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수학Ⅰ에서 추가되는 영역이 지난 교육과정의 이과 미적분Ⅱ에 있었던 ‘지수함수와 로그함수’, ‘삼각함수’이기 때문에, 난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가 제시한 1, 2안 모두 학습 부담 완화라는 원칙에서 어긋난다"며 "과다한 학습량을 경감하고 수포자 양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과 학생들이 치르는 ‘수학 나형’의 수능 출제범위를 축소하는 데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청회 토론자로 나선 대구달성고 여욱동 교사는 문과 학생들이 매우 어려워하는 부분이라 학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염려를 표하면서도, “이제까지 수능은 2015 개정교육과정의 수학과목 중 일부분만 수능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수능과 비슷하게 하기위해 수학과목 중 집합과 명제, 함수와 그래프, 경우의 수처럼 일부분만 출제한다면, 교과서에서 어느 부분은 수능 출제가 되고 어느 부분은 출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출제범위로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설문조사 결과 역시 양측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통수학, 수학Ⅱ, 확률과통계를 출제범위로 하자는 1안에 대해서는 경기, 경북, 경남, 제주 등 4개 시도교육청과 교사, 교수 등 전문가 30%, 학부모 시민단체 39%가 지지의사를 보였다. 

반면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를 출제범위로 하자는 2안에 대해서는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대전, 울산, 강원, 전남 등 8개 시도교육청과 교사, 교수 등 전문가 45%, 학부모 시민단체 50%가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광주, 세종, 충북, 충남, 전북 등 5개 시도교육청과 교사, 교수 등 전문가 24%, 학부모 시민단체 11% 등이 1, 2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다고 응답해, 수학 나형의 출제범위 조정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수학 나형의 2안 중 수학Ⅰ이 기존 문과 학생들의 수능 범위와 다소 달라 추가 학습 부담이 우려된다"면서도 "의견 수렴 결과에 따라 2안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밝힌 바대로 결정된다면 문과 학생들은 2017년 수능부터 빠졌던 삼각·지수·로그함수를 수학Ⅰ 과목에서 배워야 한다.
 
국어, '매체' 포함돼 시험범위 는다

국어 영역의 쟁점은 '독서'와 '언어와매체'의 수능출제 여부다. 2009 교육과정의 ‘독서와문법’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독서’, ‘언어와매체’로 분리·확대됐기 때문이다. 언어는 지난 교육과정의 문법에 해당한다.

교육부는 수능 출제 1안으로 독서,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문학을 출제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 안대로 언어와 매체를 전부 출제할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부합한다. 하지만 일반선택 과목이 수능 범위에 들어가 과목선택권이 축소될 수 있고, ‘매체’를 추가해 현행 수능보다 출제범위 확대돼 학업에 대한 추가부담이 염려된다.

구본관 서울대 교수는 “‘매체’는 기존 교육부의 발표와 다르고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도 실제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며 매체 영역의 성격상 5지 선다형 출제가 쉽지 않을 것이므로 “일단 2021년 대수능 국어 과목의 출제에서는 유보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언어와매체 중 언어만 출제하는 안도 제시됐다. 이 경우, 현행 수능 출제범위 동일해 학업 부담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언어와매체라는 한 과목 내에서 일부만 출제돼 학습 파행이 우려된다는 단점이 있다.

2안으로는 독서, 화법과작문, 문학을 출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출제범위를 최소화해 학생 부담을 줄일 수 있고, 학생의 교육과정 과목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대해 구 교수는 “한국사와 더불어 국어는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과목이고, 말의 근본인 언어 문법이 빠지면 우리 말의 근본을 가르칠 수 없다”며 "언어를 출제범위에서 빼는 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교육부는 "여론 수렴 결과, 국어 출제범위를 교육과정상 한 과목 내에서 출제를 분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1안인 ‘독서, 언어와매체, 화법과작문, 문학’을 출제범위로 할 것을 제안했다. 

과학, 과학Ⅱ 수능 출제 불가피

과학은 2009 교육과정상 일반과목이었던 ‘물리Ⅰ·Ⅱ, 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가 2015 교육과정에서는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이 일반과목으로 유지되지만, 물리학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 과학사, 생활과과학, 융합과학은 진로선택과목으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쟁점은 진로선택 과목으로 이동한 '과학Ⅱ(물·화·생·지Ⅱ)’를 수능출제에서 제외할 것인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 출제영역은 일반선택 과목 중심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교육부가 수능개편 유예안을 발표하면서 "과탐은 전과 같은 구조를 유지한다"고 밝혀, 과학Ⅱ의 수능 출제는 불가피하게 됐다.

한편 영어, 사회탐구, 직업탐구 영역은 사회탐구에서 2009 교육과정상 ‘법과 정치’가 2015 교육과정에서 ‘정치와 법’으로 수정될 뿐 특별한 구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결정될 수능 출제범위는 2021학년도 수능에만 적용된다. 2022학년도부터는 8월에 발표되는 2022 대입 개편안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교육부가 개정 교육과정 도입 취지를 끝가지 견지하지 못하고 조변석개하는 여론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점, 그리고 결국 고교 교육과정과 수능범위가 불일치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 예비 고1학생들만 혼란을 겪게 했다는 점에서 교육부는 비난을 피치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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