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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캠프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는 그곳… 송은 소장품전

 
송은(SONGEUN)이 현대미술품부터 고미술품에 이르기까지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하며 공존하는 소장품전을 꾸렸다. 전시 ‘Past. Present. Future.’는 10년 만에 공개되는 송은문화재단의 컬렉션으로, 과거, 현재, 미래가 서로 구별되는 것이 아닌, 현재라는 시간에 과거, 미래가 교차되는 지점이 있음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고려 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의 회화, 공예, 서예를 비롯해 김세진, 김영은, 김우진, 김은형, 김준, 김준명, 김지평, 박보나, 박준범, 신정균, 이세경, 이은우, 이재이, 이진주, 정소영, 최성임, Orange Miner(고재욱) 등 동시대 작가가 참여, 이들의 벽화, 조각, 영상, NFT 작품을 통해 과거부터 흘러온 한국 미술의 흐름과 의미를 한자리에서 조명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의 시스템에 저항하거나 순응하는 개인의 다양한 화학적 반응에 관한 영상설치 등을 작업해온 김세진은 NFT 에디션 ‘전령(들)’(2022)을 선보인다. 김영은은 소리라는 매체가 인지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관심사를 다양한 형식의 작품을 통해 보여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에 사용되는 사랑 노래들을 다루는 ‘총과 꽃’(2017)을 내걸었다. 
 

김우진은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회적 규범, 장치 등이 개인의 삶에 은밀하게 작동하는 방식에 관심을 갖는다. 작가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NFT 작업 ‘완벽한 합창_NFT’(2019/2022)에서 언어의 단일화로 인해 소멸하는 제주어를 은유적으로 암시하며, 독자적 가치가 인정됨과 동시에 위기의 언어가 된 제주어의 소멸, 그리고 고유 문화 보존의 필요성을 재고하고자 한다. 김은형은 조선후기 도석인물화 및 산수화 등 다양한 회화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드로잉을 벽화, 애니메이션, 설치의 형식으로 선보인다. 
 

지질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특정 장소에서 채집한 소리를 아카이브 형태로 재구성한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에 몰두해온 김준은 작가가 유년 시절을 보낸 전라도 지역을 순회하며 채집한 사운드와 이미지로 구성된 ‘필드노트-뒷산의 기억’(2018)을 선보인다. 김준명은 주변에서 발견되는 대상이나 상황을 재해석하고 예술과 전통을 바라보는 관습을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가로적인 역사를 담은 도자기’(2018)는 역사의 세로적인 무거운 축에 개인적인 시선을 담아 ‘가로적’으로 전환시킨 작업이다. 
 

 
김지평의 ‘없는 그림’(2021)은 소실된 그림을 비유하는 닫힌 병풍, 문헌으로만 남아있는 그림에 대한 텍스트를 통해  ‘볼 수 없는 그림’이 갖는 문화적 의미와 미술사의 단절 등을 환기하며, 박보나의 ‘1967_2015’(2015)는 과거의 현재에 다시 재현하고 새로운 공간에서 다시 보여 지는 과정을 통해 장소성, 시대성과 미술의 관계 그리고 현재와 과거라는 맥락에서 서로 맞닿게 되는 지점들을 제시한다.
 

박준범은 환경 혹은 시대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불가항력적 통제를 가지고 있다는 보편적 편견을 전복시키기 위해 교묘한 장치들을 영상 속에 배치한다. ‘네 개의 비슷한 모퉁이’(2015)는 축소 모형과 모의 실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시나리오에 작가의 개입이 존재함으로써 실질적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신정균은 주변을 탐색한 결과를 픽션이 결합된 형식으로 선보임으로써 기존의 관념을 전환시키는 작업을 해왔다.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지하의 목업(mock-up)을 배경으로 촬영된 ‘TRACER’(2021)에서 작가는 곡예사와 협업해 공간의 구조적 특성을 드러내고 관람객을 가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인다. 
 

 
무늬 없는 흰색 도자기 위에 머리카락을 안료로 삼아 전통 문양을 표현하는 이세경은 다양한 조형 탐구를 시도하며 독창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염색한 머리카락을 정교하게 붙여 조선 시대 청화백자의 문양을 재현한 ‘백자 위의 머리카락’(2009)로써 고미술품과 머리카락이라는 소재의 낯선 결합으로 관객의 새로운 인식을 끌어낸다.
 

이은우는 사물의 관념적인 의미보다 그 사물의 재료나 생김새, 소비 형태 따위에 집중하며 사물이 다른 사물과 맺고 있는 관계나 사실들을 원료로 작업한다. ‘뒤죽박죽’(2021)은 송은문화재단 신사옥 건설 시 지하 2층 전시장의 나선형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조각으로, 바닥에 놓인 바위는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바위를 흉내 낸다.
 

이재이의 ‘Going Places’(2005)는 화면 가득한 풍선들 사이로 작가가 떠다니듯 뚫고 지나가며 그 움직임에 따라 풍선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여주며, 이진주의 ‘4의 견해’(2014), ‘깊은’(2014), ‘내가 본 것’(2017), ‘들을 수 없는’(2019)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동시에 불편할 정도로 기이해 한눈에 해석하기 어려워 오랫동안 바라보게 한다. 
 

 
정소영의 ‘어부를 위한 섬’(2018)은 불확실하게 인지되는 공간의 특성, 현실, 그리고 상상의 거리에서 오는 괴리를 표현했으며, 최성임이 초여름, 부분 일식을 관측하면서 느낀 단상들을 원과 무늬가 반복하며 교차하는 이미지로 옮겨낸 ‘일식’(2021)은 매일 뜨고 지는 해와 달, 집과 외부 세계를 ‘몸’이라는 중간 지점으로 연결했다.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나 빈틈을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Orange Miner(고재욱)는 ‘월리를 찾아라(Where’s Wally?)‘(1987)에서 영감을 받은 첫 NFT 프로젝트 ’Where’s the orange pill?(오렌지 필을 찾아라)‘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의 회고, 전통적인 소재와 표현기법에 대한 실험을 이어가는 동시대 작가들의 신선한 실험정신과 시간성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5월 14일까지. 
 

  •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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