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5월은 자소서의 달? 일찍 가려다 더 늦는다

자소서 작성 '적기의 진실'


5월. 대학의 수시모집 요강이 모두 발표되자 학생들의 마음은 들썩인다. 중간고사도 끝나고, 주요 모의고사 일정도 없어 안 그래도 공부 의욕이 잠시 자리를 비운 차에 수시모집 요강까지 발표되니 “어차피 공부도 안 되는데 수시 준비라도 시작해볼까”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이다. 


이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건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다. 비교과 활동을 하려면 이런저런 준비가 필요해 당장 시작하긴 번거롭고, 1단계 합격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면접 준비를 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인식 때문. 많은 수험생들이 5월부터 자소서 작성에 열을 올리다보니 ‘5월은 자소서의 달’이라는 풍문이 떠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일찍이 자소서 작성을 시작했다가 아깝게 시간과 힘만 낭비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정말로 지금 당장 자소서 작성을 시작해야 할까? 자소서 작성 ‘적기’의 진실은 무엇일까?


○ 무작정 작성 시작했다간… 전면 수정 가능성 농후해


일부 입시 전문가들은 5월 완전한 형태의 자기소개서를 써내려고 마음먹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왜일까. 

 

3개의 대교협 공통문항으로 구성된 자기소개서를 쓸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은 ‘선택’과 ‘스토리텔링’이다. 교사가 사실에 입각해 ‘기술’한다는 느낌으로 최대한 많은 내용을 적어내는 학생부와 달리, 자기소개서는 학생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에 따라 가장 매력적인 요소를 선택하고 이를 기-승-전-결로 재구성해 하나의 이야기로 ‘서술’하는 게 핵심. 따라서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서술하는지에 따라, 다시 말해 자소서의 ‘흐름’을 어떻게 잡아내는지에 따라 그 내용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그런데 지금은 이 흐름을 확정하고 작성을 시작하긴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것. 원서접수까지 남은 시간 동안 비교과 활동이 추가될 수도 있고, 또 더 적절한 흐름이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2018 학생부전형 가이드북’에 실린 자기소개서 사례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2017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중앙대에 합격한 이 학생은 자소서 2번 공통문항(의미 있는 교내활동)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적었다.


“경제 현상에 관심이 있어서 교내 경제토론동아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지역에 위치한 산업 분포를 조사하다가 타 지역에 비해 산업 분포가 자영업 위주로 되어 있는 현상을 알게 되었고, 이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서 조사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중략) 이는 교내 학술제 도전으로 이어졌습니다. 기장으로서 무엇이든 공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선행 연구 자료를 뽑고, 조원 회의를 주관해 정기적으로 진행 상황을 확인했으며, 학술제 PT 작성 과정을 기록한 일지를 매번 작성하는 역할을 도맡았습니다. (후략)”


여기서 핵심 활동들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① 경제토론동아리 활동 

② 동아리 활동 중 특정 주제로 조사 및 탐구 수행 

③ 교내 학술제 참가 

④ 이 과정에서 기장(리더)으로서 팀원을 이끔


이 학생은 동아리활동에서 파생된 탐구 경험, 교내대회 참가 경험 등을 한 번에 드러낼 수 있도록 이를 ‘의미 있는 교내활동을 3개 이내로 작성’할 것을 요구하는 2번 문항에 쓰는 전략을 세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향은 어떤 전략을 세우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② 탐구 수행 경험을 보다 강조하면 자소서 1번 항목(학업역량)의 훌륭한 글감이 된다. ④ 기장으로서 팀을 이끈 경험은 자소서 3번 항목(협력·배려·나눔)에 쓸 수 있는 소재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과정에서 생긴 경제학과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강조한다면 대학이 4번 개별문항에서 주로 요구하는 ‘지원동기’로도 활용 가능하다. 무엇이 가장 적절한 흐름인지는 학생에 따라, 또 지원 대학 및 학과에 따라 다르다. 


자신의 성향, 지원하려는 대학 및 학과의 성향에 따라 정확한 흐름을 잡아낼 때까지 섣불리 자소서 작성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활동을 몇 번 항목에 기입하느냐에 따라 자기소개서의 틀이 전체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미리 써둔 자소서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A 활동을 자소서 2번 항목에 썼다면 1, 3번에는 A 활동이 아닌 다른 활동을 써야 한다. 그런데 이미 A 활동을 2번 항목에 써둔 상태에서 뒤늦게 새로운 흐름을 잡아 1번 또는 3번 항목에 쓰고자 한다면? 2번 항목뿐만 아니라 1, 3번 항목까지 전면 수정해야하는 상황이 생긴다. 장프로 참된교육컨설팅 대표는 “지금은 완성된 형태의 자소서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양한 흐름을 구상하며 자신을 가장 잘 어필할 수 있는 최상의 흐름을 고민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자소서 대회? 대학들은 ‘관심 無’ 


학생들이 5월부터 자기소개서 작성을 시작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자기소개서 작성대회’다. 자기소개서 작성대회는 특별한 교내대회가 열리지 않는 경우, 또는 이외에 다른 교내대회에서 수상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 등 ‘궁지에 몰렸을 때’ 주로 참가하는 대회. 하지만 수상경력 한 줄을 추가하겠다고 이 대회에 참가해 미리 자기소개서를 쓰는 건 “10을 얻자고 100을 버리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대학에서 수상경력을 통해 보고자 하는 것은 학업역량, 자기주도성 등이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대회는 이 둘 중 무엇도 어필하기 힘들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자기소개서 작성 실력’ 뿐인데, 이는 자신이 제출한 자기소개서에서 충분히 증명된다. 이 대회를 위해 자기소개서를 미리 쓰는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목동에서 학생부 컨설팅 학원을 운영 중인 한 입시전문가는 “자소서 대회는 수상을 하더라도 큰 의미가 없다”면서 “차라리 수상을 하지 못하더라도 전공과 관련된 특별한 대회에 참가하여 그 경험에서 배우고 느낀 바를 자기소개서에 솔직히 기술하는 방식으로 ‘자소서의 질’을 높이는 것이 합격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금은 ‘쓰지’말고 ‘생각’할 때


따라서 학생들은 지금 자소서를 ‘쓰기’보다는 학생부에서 자신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하고 이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스토리를 구상해야 한다. 이때 무작정 학생부를 읽기보다는 활동 별로 키워드를 정리하면 소재를 찾기가 더욱 쉬어진다. 예를 들어 학업과 수상, 봉사, 동아리까지 4개영역으로 활동을 나눠보고, 이후 각 자기소개서 문항에 적합한 키워드들을 분류해 그 중 필요한 소재들만 정리하는 식이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학생부가 객관적인 사실(기록된 내용)을 평가자에게 주관적 판단의 도구로 사용된다면, 자소서는 주관적인 경험(작성한 글)을 평가자에게 객관화시키는 근거로 활용된다. 그래서 자소서는 지금껏 해온 활동의 나열(객관화된)이 아니라 그 활동을 통해 본인이 배우고 느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작성해야만 한다”면서 “아주 소소한 이야기라도 나에게 중요했다면 디테일을 살리고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관련기사



배너

지금은 토론중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