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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영어 시험 실수… 원인은 ‘교과서 암기’에 있다

김준현 박상준어학원 부원장이 전하는 고등 영어실력 잡는 중등 영어 학습법



“자꾸 아이가 시험문제에서 s를 빠뜨려요” 

중학교 서술형 시험 문제에 수동태가 출제되었는데 ‘be 동사원형’으로 써서 틀리고, 3인칭 단수에는 자꾸 s를 깜빡해 자녀의 시험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고 고민하시는 학부모님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학생은 고등학교에 가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합니다. an을 쓸 자리에 a를 써서 감점된다든지, 삼단변화(Take-Took-Taken)의 형태를 잘못 써서 4점이 날아갑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공통점은 중학교 때 자신의 행동을 ‘실수’라고 변명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친 필자는 알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실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요. 

○ 영어실력 향상, 기반 문법과 연관 문법에 달렸다 

가령, 중학교에서 ‘수동태’가 시험 범위라고 해 봅시다. 이때 학생에게는 총 5단계의 학습이 요구됩니다. 우선 이 학생은 문장을 ① ‘주어와 서술어’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술어의 핵심 품사인 동사에 ② ‘5개의 조동사요소(시제, 조동사, 완료, 진행, 태)가 결합하는 것을 형태 위주’로 먼저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동사가 어떤 보충어를 필요로 하느냐에 따라 ③ ‘목적어를 하나 취하는 동사, 2개취하는 동사, 5형식동사, 전치사구가 필수인 동사, 구동사’로 나누고 이 5개의 동사구 유형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④ 이 각각의 5가지 동사 타입에서 단계별로 수동태 훈련을 시켜야 비로소 ⑤ 모든 것이 아무렇게나 섞인 수동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 내신 시험에 대비해 풀게 하는 기출문제집은 마지막 ⑤ 단계의 문제들을 모아놓은 것입니다. ①~④ 단계의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⑤ 단계의 응용문제를 푸는 아이들은 문제집 자체의 문장은 어렵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게 가장 손쉬운 방법, 즉 문제와 답 자체를 외우는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응용이 안 되기에 문제와 답 자체를 암기하는 것이 학습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지요. 이는 무수한 문제를 풀고 외우면서 문제와 답 사이의 어렴풋한 패턴을 이해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다시 원점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하는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학습방법은 일시적으로 성적을 낸다 하더라도 근본 실력에는 변함이 별로 없고, 종합적인 응용을 요구하는 고등부 시험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중학교의 제한된 범위 시험과 범위 자체가 사라지는 고등부 시험이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중학교에서 고득점을 받았던 아이가 고등부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 “영어, 외우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 “영어가 싫어졌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쉬운 공부방법은 무엇입니까? 암기입니다. 예전 학습자에 비해 기본 데이터가 좋기에 요즘 아이들에게는 문장을 외우는 것이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는 않습니다. 반면, 문법으로 영어를 시작한 예전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문법 용어를 받아들이기가 훨씬 고통스럽고, 용법 등을 따지는 것이 고역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중등부 학원들의 손쉬운 전략은 ‘교과서 문장을 다 외우게 하고, 문법 문제들도 문제집을 여러 번 반복해서 풀면서 아예 문제와 답을 외우게 하는 것’이 됩니다. 암기를 큰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손쉬운 방법입니다. 아예 본문을 외워야 문제 풀이에 들어오게 하는 학원이 많고, 대학생 아르바이트 선생들을 붙여서 암기를 도와주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단순 암기를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학생들은 이 시기에 자연스레 탈락하게 되고, 영어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어릴 때는 분명히 영어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중등부에서는 영어를 못하는 아이라고 하고, 심지어 아이가 영어 자체를 싫어하는 경우까지 나아가니 학부모 입장에서는 더 답답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암기식 공부가 고등학교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중등부에서는 인기 있던 암기 중심의 학습 방법이 고등학교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고등부의 시험 범위가 너무 넓고, 중등부처럼 몇몇 키워드로 제한되지 않고, 문법 전반에 대한 지식과 영작 능력을 요구하는 문항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학교 때는 다루지 않는 언어 추론 능력과 정리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이 많기 때문입니다. 

○ 학습 기반이 잡혔는가의 기준은 ‘응용능력’에 있다 

하나의 문법 문제를 풀 때 바탕이 되는 기본 개념 10개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정확한 프로세스’ 속에서 문제의 답을 맞히지 못합니다. 설령 정답을 맞혔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응용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문제를 틀리면 ‘실수’라고 치부하고 가볍게 여기고, 부모님들은 이런 아이의 특성을 ‘꼼꼼하지 못하다’, ‘덤벙거린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아이의 성향도 아니고 문제를 적게 풀어서도 아닙니다. 기반 개념과 연관 개념이 머릿속에서 논리적으로 연동되지 못하고, 뒷단의 바탕이 되는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기에 앞단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왜 아이들은 수없이 배웠던 영문법을 응용하지 못할까요? 그 이유는 기반개념과 응용개념의 연속성 없는 학습 때문입니다. 기반이 잡혔는지 아닌지의 기준은 ‘응용능력’에 있습니다. 응용이 자유롭지 않은 아이들은 손쉬운 암기를 택하고, 기반이 안 잡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시시한 문제라 생각했는데 우리의 생각보다 상처가 깊고, 근본적인 원인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아무리 늦었다 해도 기반을 잡는 공부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 중등부의 영어 공부 기준… “쌓이는 공부인가? 영작 베이스가 되고 있나?”

중등부의 영어 공부는 따라서 2가지 기준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공부의 목표는 중등부 시험을 잘 치는 것이지만 큰 그림은 ‘고등부에 가서 응용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여야 합니다.  

첫 번째 기준은 시험을 치고 돌아서면 완전히 백지가 되는 일방적 암기식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일방적 암기가 아니라 품사부터 시작해서 중등부의 문법 키워드를 아이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개념을 전체 틀 속에서 자리 잡게 도와주는 학습 프로그램을 짜야 합니다. 무작정 교과서 본문과 앞뒤까지 다 외우는 식의 공부는 뒤에 가면 따지는 능력 자체를 없애버리기에 오히려 해가 됩니다. 암기식 공부는 결국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와 오히려 아이들을 공격할 것입니다. 문제 풀이를 할 때 자녀가 어디를 배우는 것인지 전체 맥락 속에서 알려주고, 모르는 것은 반드시 질문해서 알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그냥 문제집만 계속 풀리는 것은 문제와 답과 해당 키워드의 패턴만을 의미 없이 외우는 식의 손쉬운 공부로 넘어가기에 응용력이 길러지지 않습니다.

고등부를 향한 중등부 영어 공부의 두 번째 핵심은 영작과 언어 추론·정리 능력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영작이 제대로 되려면 문법적인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영작은 교과서 위주의 암기식 영작이어서는 안 되고, 단계별로 조립되면서 더 높은 수준의 문장으로 올라갈 수 있는 체계적 프로그램이어야 합니다. 또한, 국어 능력, 즉, 언어 정리와 추론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Topic’과 ‘Comment’로 항상 문단(단락)을 정리하게 하는 단계별 훈련이 있어야 합니다.  

▶김준현 박상준어학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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