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을 고려한 진로선택과목 수강 요령
1학기를 마무리한 고1 앞에 ‘중대한 선택지’가 놓여 있다. 바로 앞으로 공부할 과목을 선택하는 일이다. 많은 고교들이 여름방학이 본격 시작되기 전에 학생들에게 고2와 고3 때 수강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자신의 희망과 진로를 고려한 교육과정 이수가 중요해지는 가운데, 선택지가 다양한 만큼 학생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향후 대입에 도움이 되려면 어떤 요령을 갖고 과목 선택을 해야 할까?
○ 일반선택? 진로선택? 배울 과목이 왜 이렇게 많죠?
2015 개정교육과정의 적용을 받는 현 고1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과목 가운데 자신이 이수할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의 교과 구분은 다음 표와 같다.
단순하게 분류하자면, 일반선택 과목은 수능 출제과목이라고 보면 된다. 2021학년도 수능 국어 출제과목은 △독서 △언어와 매체(매체 제외) △화법과 작문 △문학, 총 네 과목으로 표의 나타난 일반선택 과목과 일치한다. 즉, 수능을 볼 생각이라면 가급적 국어 과목의 일반선택 과목을 모두 수강하는 것이 좋다. 만약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되는 일반선택 과목을 고교에서 수강하지 않고 수능을 보려면, 학교 수업과 별개로 혼자 해당 과목을 따로 공부해야 한다.
수학은 수능에서 볼 시험 유형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면 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명시적으로 문‧이과를 구분하지 않지만, 수능 시험에선 수학이 여전히 가형과 나형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선택해야 하는 것. 2021학년도 수능 기준, 수학 가형은 △수학Ⅰ △미적분 △확률과통계에서, 나형은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통계에서 출제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일반선택 과목으로 분류된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통계 4과목 중 수능에서 가형에 응시할 것인지, 나형에 응시할 것인지에 따라 선택과목을 고르면 된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 참고로 2021학년도 수능 시험과목은 다음과 같다.
○ 진로선택 과목,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2015 개정교육과정은 학생 진로에 따른 선택권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로선택 과목을 3개 이상 이수하도록 했다. 진로선택 과목은 △고전 읽기 △수학과제 탐구 △경제수학 △영미 문학 읽기 △여행지리 △융학과학 △과학사 △생활과학 등 말 그대로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 교육이 가능하도록 심화 편성된 과목이다.
일례로, 경제수학은 ʻ수학Ⅰʼ을 학습한 후, 수학의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여 경제 및 금융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과목으로, ʻ경제 수학ʼ에서 학습한 수학 및 경제의 내용은 경제･경영･금융을 포함한 사회과학 분야를 학습하는 데 기초가 될 수 있다. 꼭 자연계열이 아니더라도, 상경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에 선택 수강할 수 있는 것.
현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체제에서 학생이 어떤 과목을 주도적으로 선택해 이수하였는지는 지원 전공에 대한 지원자의 관심과 노력을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향후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을 희망하는 고교생들이 진로선택 과목을 더욱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 이유다.
만약 각각의 진로선택 과목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고, 어떤 학과와 관련이 깊은지 알고 싶다면, 서울시교육청 교육정보연구원이 발간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과목 안내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이 안내서에는 과목의 목적의 내용은 물론 관련 학과와 관련 직업, 어떤 교과 학습이 선행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정보까지 안내하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선택과목 안내서'에 소개된 진로선택 과목 - 경제수학 과목 관련 정보(예시)
○ “왜 우리 학교에선 이 과목을 안 가르쳐요?”
이처럼 새 교육과정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인 여건 상 고교가 진로선택 과목을 모두 개설해주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해당 과목을 가르칠 교사와 공간, 성적 처리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
하지만 자신이 소속된 고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이라고 해서 배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추후 고교학점제 도입이 예고되어 있는 만큼 시도교육청마다 고교 간 연합교육과정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기 때문. 대표적으로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현재 지역별로 53개교가 ‘거점형 선택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개별학교에서 개설하기 어려운 △국제경제 △현대문학감상 △기초드로잉 △과학과제연구 등 소인수·심화과목 중심으로 인근 학교들과 협력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
대표적으로 양재고는 강남서초 지역에서 과학 영역을 중심으로 선택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는 “인근 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시간을 활용해 매주 자신의 고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학 과목 수업을 들으러 양재고로 온다”면서 “해당 수업 활동 내역이 학생부 ‘세특’에 기록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을 거쳐 일부 탈락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만약 인근 지역에 거점형 선택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학교가 없다고 해도 실망하긴 이르다. 선도학교를 중심으로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도 운영 중이기 때문. 앞서 소개한 양재고는 과학사와 과학철학 과목을, 한서고는 국제경제 과목을 온라인 수업 형태로 제공한다.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은 지역의 제한이 없어 서울지역 어느 고교 학생이나 선택 수강이 가능하다.
○ ‘과욕’은 금물… 전체적인 학습 균형 고려해 과목 선택해야
그러나 주어진 과목 선택권을 마냥 폭넓게 활용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아무리 진로선택 과목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국‧영‧수 기본 교과의 이수단위와 비중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 전체적인 학습 균형을 고려해 자신에게 꼭 필요한 과목 위주로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본인이 좋아하는 과목이나 분야를 중심으로 공격적으로 지식을 취득하고, 관심을 확대하는 노력 자체는 학생부종합전형 취지를 감안할 때 대학이 분명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라면서도 “그러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가장 기본적으로 살피는 부분은 ‘학업역량’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본인이 관심분야와 연관된 교과를 적극적으로 선택 수강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들 교과를 이수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 때문에 기본 교과에 대한 학습 충실도가 떨어져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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