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중학교판 ‘SKY 캐슬’ 만드는 자사고 입시

약진하는 일반고…자사고 불패 신화 깨진다



명문대에 자녀를 입학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상류층 학부모들의 이전투구를 그리고 있는 드라마 ‘SKY 캐슬’이 화제 속에 방영 중이다.

그런데 학생들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다름 아닌 서울의 자립형사립고. 드라마 속 학부모들이 자녀를 자사고에 보내기 위해 쏟은 시간과 돈과 노력 역시 대입에서의 그것 못지않았을 것이다.

자사고는 2010년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만족시키겠다는 이유로 도입한 고교 유형이다. 그동안 자사고 진학은 SKY대 진학으로 가는 프리 패스로 여겨졌다.

일반고에 비해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이 자유로워 국·수·영 등 주요과목의 심화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은 정시 수능전형을 대비하는 데 큰 이점이 됐다. 거기다 수시 학생부조합전형이 대입의 대세가 된 후에는 다양한 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종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더구나 자사고를 비롯해 국제고, 외고 등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반고보다 한 달 가량 먼저 신입생을 선발했다. 이 때문에 비싼 학비를 지불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가정의 성적 우수 학생들을 미리 뽑아오는 선점효과까지 누릴 수 있었다.

약진하는 일반고…자사고 불패 신화 깨진다 

그런데 최근에는 대입 판도가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많은 일반고들이 특목·자사고 수준으로 활동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고 학생부 관리에도 적극 나서면서, 상위권 대학 학종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은 학생이라면 자사고에 들어가 비슷한 성적대 학생들과 힘겹게 내신 경쟁을 하는 것보다, 학종 대비를 잘하는 일반고에 진학해 1등급을 받고 학종을 준비하는 것이 SKY대 진학에 훨씬 유리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대의 2019학년도 수시모집 선발 결과는 일반고의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서울대 발표에 따르면 전체 인원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는 수시모집에서, 올해 합격생을 1명 이상 배출한 고교 수가 2014학년도에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한 이래 가장 많았다. 총 849개교로 전년보다 18개교 증가한 수치다.

또한 최근 3년 동안 합격생이 없었던 95개 일반고에서 새롭게 합격생을 배출한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그만큼 일반고의 학종 대비 수준이 크게 상승했다는 의미이다. 

반면 일부 자사고 중에는 일반고보다 대입 대비 역량이 떨어져,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해 놓고도 입시 때 낭패를 보는 곳도 있다. 그래서 입학 때는 전국 상위권 성적대였던 학생이 자사고에서 보낸 3년 동안 학업역량이 급전직하로 떨어져 대입을 실패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학생 중에는 상위권 대학 진학은 고사하고, 인서울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더러 나온다. 

중학교판 ‘SKY 캐슬’ 만드는 자사고 입시 

한편, 자사고가 대거 등장한 이래 고교의 SKY로 여겨지는 자사고·특목고 진학이 극심한 고입경쟁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특히 전국단위 자사고가 자사고 위의 자사고로 존재하면서, 전국단위로 중학교 성적 우수자들을 독점하고 있다”며 “이것이 선발효과를 기반으로 한 전국단위 자사고의 대학입시 실적으로 연결되면서 고교서열화의 정점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사고가 생기기 전에도 특목고 진학 대비 사교육 등이 있었지만 일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면, 자사고가 대거 등장한 지금은 고입 사교육과 선행학습은 이제 초·중학생들의 일상적인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고입경쟁은 대학입시의 전초전이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졌으며, 이로 인한 사교육비 부담 또한 심각한 상황에 이른 것이 사실이다.

2018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고등학교는 2,358개교이다. 이 중 영재학교·과학고 외국어고·국제고·자사고(전국단위, 광역단위 포함) 등은 모두 112개로, 전체 고교의 4.7%에 해당한다.

사교육걱정은 “이들 학교가 교육과정의 다양성이나 어학 등의 특수 목적을 위한 인재 양성을 이유로 일반고보다 앞서 학생을 선발하는 ’학생 우선선발권‘ 등의 특권을 누리며 고교체제를 수직 서열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교서열화는 초·중·고 평준화를 통해 비교육적 입시 경쟁을 완화하려고 했던 교육정책의 흐름과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사고·특목고 등이 등장하며 고교유형별로 고등학교가 수직 서열화되면서 사실상 고교 입시가 부활했다. 그 결과 사교육이 초등학교와 유치원으로까지 내려가게 됐다고 많은 교육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자사고 우선선발권 특혜가 고교서열화 심화시켜

자사고 입시에서 가장 불공정한 것으로 꼽히는 것이 ‘학생 우선선발권’이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고입전형에서 일반고보다 앞선 시기에 학생을 선발하는 특혜를 누려왔다. 이는 자사고·특목고의 대입 실적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고교서열화를 더욱 심화시켜왔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 12월에 시행령을 개정해, 2019학년도 입시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일반고와 고입을 동시에 실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사고, 상산고, 현대청운고 등 일부 자사고에서는 자사고·외고·국제고와 일반고의 고입 동시실시 시행령 개정이 위헌이라며 지난해 12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자사고 측은 “학생 우선선발권이 특혜가 아니며, 자사고가 고교서열화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은 이에 대해 “학생 우선선발은 서울대가 제일 먼저 학생을 선발하고, 그 다음으로 고려대·연세대가 학생을 선발하고, 남은 학생들 중에서 또 그 다음 서열인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해가도록 대입제도를 설계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고입 동시 실시’로 시행령을 개정한 것은 이런 불공정을 개선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우수학생들, 자사고·특목고로 쏠린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조사가 실시됐다. 최근 사교육걱정이 김해영 국회의원과 함께 ‘2018학년도 서울 소재 외고·국제고 7개교, 자사고 23개교, 일반고 204개교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 성적’을 전수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8학년도 서울 소재 7개 외고·국제고 신입생의 경우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10%에 해당하는 비율이 44.4%로 일반고의 8.5%에 비해 5.2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소재 23개 자사고 또한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10% 이상인 학생들이 18.5%로, 일반고의 2배가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경향은 자사·특목고가 밀집해 있는 서울지역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서울소재 자사고 중 전국단위 자사고인 A고의 경우, 신입생 중 중학교 내신성적 상위 10% 이내의 학생들이 무려 85.9%에 달해, 상위권 성적 학생들의 쏠림 현상이 매우 심각함을 확인할 수 있다.

■ 2018학년도 서울 소재 A자사고(전국단위) 신입생 내신 성적 분포 

 

또 다른 조사에서는 중·고교 교사들의 82.4%가 “고교서열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이 오영훈 국회의원과 함께 실시한 조사에서, 중학교 교사 응답자 중 86.4%인 1,127명은 ‘고교서열화가 문제 있다’고 답했고, 13.6%인 178명만이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고교 교사 중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80%인 1,751명이었다. 그에 반해 ‘문제가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인 438명에 불과했다.

사교육걱정은 “자사고·특목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은 결과적으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을 특정 유형의 학교로 모아 따로 교육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사실상 고교를 서열화시키는 가장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성적 중심 선발로 중학교 교육 정상화 어렵게 해

고입전형은 선발시기뿐 아니라 선발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 등은 지원 학생의 중학교 내신성적, 면접, 자기소개서, 기타 서류 등을 활용해 학교가 원하는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데 반해, 평준화 지역의 일반고는 대부분 추첨으로 학생을 배정받고 있다.

한마디로 영재학교, 특목고, 자사고에는 우선선발권을 주고 성적을 반영해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반면에, 대부분의 일반고는 후기에 그냥 배정해 주는 대로 학생을 받으라는 것이다. 이러니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선발방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성적을 반영하는 고교유형별 고입전형 방법


물론 학생들의 소질과 적성을 고려해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특수고의 대다수 전형에서 성적이 평가 잣대가 되고 있고, 학교들 사이에 사실상 성적에 의한 서열화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교육걱정은 “현재 중학교는 자유학기제 등을 통해 수업과 평가를 변화시키고 적성과 소질을 탐구하고 성취평가제 등을 통해 중학교 교육의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학생들의 고입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이고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사고·특목고가 대입에서 지금까지 좋은 실적을 낸 것은 학교의 교육력이 월등해서가 아니라 우선선발권을 가지고 우수한 학생을 선점한 것이 주된 이유다.

이런 상황에도 최근 많은 일반고들이 구습을 탈피해 토론·참여 중심의 수업과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하며 수시에서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의 모습이 전체 학교에까지 미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설명: 학부모 대상 진학캠프 [사진 출처=서울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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