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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헌고 사태로 “교사 정치 이념 주입 우려” VS “제한 과해”

-인헌고 학수연 “학생에게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라”
-인권위 “국내 교사 정치적 표현 전면 제한 지나쳐”
-관련 청원 1만명 넘겨… 교육청 특별장학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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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인헌고등학교 학생수호연합은 서울 관악구 인헌고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교사의 정치적 발언이 중립성 의무를 위반했다며 학생들에게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DB


“정치적 이념을 선동한 교사와 교장을 징계해주세요.” (서울시교육청 시민 청원 게시판 中)

최근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에서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교육 논란이 일면서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2일 서울시교육청 시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의 서명 참여 인원은 작성 일주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31일 오전 10시 기준 1만 658명이다. 교육청 청원 가운데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청원이 됐다. 인헌고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 법에 명시… 특정 이념 주입 우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6조에서도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려는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서도 교육과 교육자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다.

문제를 제기한 인헌고 학생들은 일부 교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조국 장관 관련 가짜뉴스를 믿으면 개돼지’ ‘너 일베니?’ 등의 표현이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다는 것이다. 최인호 인헌고 학생수호연합(학수연) 대변인은 지난 23일 “교사의 정치적 중립은 의무인데, 일부 교사의 정치적 발언은 이를 위반하는 행위”라며 “학생들에게 사상의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했다.

일부 교사들 사이에서는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울산의 A고 교사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학생이 직접 문제의식을 느껴 목소리를 낸 것”이라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상반된 주앙을 골고루 전달해 학생이 스스로 가치 판단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가치관 형성이 덜된 청소년에게 자칫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주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학생이 다양한 현상을 고민하고, 균형 잡힌 관점을 형성하도록 돕는 게 교육의 본질”이라며 “정치 편향 교육은 학생의 학습권을 박탈하고 교육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가져와 교권을 스스로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총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 등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당국에 철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엄중문책, 정치 편향 교육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치적 표현 자유 제한 과도해… 해외에선 폭넓게 허용

반면, 논란이 된 발언이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다고 판단하는 건 무리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9일 인헌고 교내에 붙은 익명의 대자보 작성자는 “교사가 양심과 가치관에 따라 교육하는 건 교육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고 주장했다. 일부 발언만으로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을 어기는 경우는 ▲특정 정당에 가입했을 경우 ▲특정 정당에 정치자금을 내거나 모금했을 경우 ▲특정 정당에 대해 지지하거나 투표하도록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홍보한 경우라고 주장했다. 이는 현행 국가공부원법과 공직선거법에서 제한한 교사의 정치적 행위다.

일각에서는 도리어 교사의 정치적 표현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외와 비교해 국내 교사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됐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을 제외한 미국, 영국 등 주요 OECD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교육공무원의 정치적 표현과 행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사의 정치적 자유를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은 과잉금지원칙과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권위는 이러한 지적을 바탕으로 교육부를 비롯한 행정부처에 권고를 내렸지만,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경기 지역 B고 사회 교사는 “이제는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제도적인 보완점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적어도 수업 외의 시간에는 교사가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제한을 조금씩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서울 인헌고 사태는 학수연이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반일 구호 작성과 제창을 강요받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뉴스는 가짜뉴스라는 사상을 주입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주목받았다. 학교 측은 “왜곡·과장됐다”고 반박하며 갈등 양상이 심화하는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인헌고에서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교육이 이뤄졌다는 문제 제기와 관련해 지난 22일부터 학생 면담과 전교생 대상 설문조사 등 특별장학을 실시했다. 특별장학을 주관하는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의 한 관계자는 “현재 특별장학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결과 발표 일정은 아직 미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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