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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시·김칫국물 등 창 밖 투척⋯ 양심불량 이웃 때문에 괴로운 주부들


# 아파트에 사는 주부 손지은(가명∙경기 시흥)씨는 지난 주말 출처를 알 수 없는 음식물 쓰레기가 집 베란다에 사방으로 버려진 황당한 경험을 했다. 먹다 버린 복숭아씨와 과자 부스러기, 바나나 껍질 등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던 것. 심지어 창틀엔 살이 발라진 생선가시 등도 보였다. 손씨는 “며칠 전엔 라면 국물인지 김칫국물인지 모를 음식물을 위층서 창문 밖으로 쏟아버려 이 더운 날 땀을 뻘뻘 흘리며 방충망, 창문 틀 등 청소솔로 한참을 닦았다”며 “이후 범인을 찾으려 관리사무소에 공지도 올리고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사진도 붙였지만, 누가 왜 음식물을 베란다 밖으로 던진 것인지 심증만 있을 뿐 알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건지, 제발 그만 하시라고 말하고픈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 아파트 6층에 사는 워킹맘 김주희(가명∙세종시)씨는 이달 초 아무렇지 않게 베란다에서 무선 청소기의 먼지통을 비우는 옆집 이웃을 보곤 경악했다. 김씨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아무렇지 않게 청소기 먼지통을 난간 밖으로 탈탈 터는 모습을 목격한 것. 김씨는 “모처럼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 온 가구가 다 문을 열고 있었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 정말 황당했다”며 “그 이후로 아이와 함께 집에 있는 날은 베란다 문을 열 때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최근 이웃 간 층간소음을 넘어 창문 밖 쓰레기 투척으로 괴로워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찾는 온라인 지역 육아맘 커뮤니티에는 창 밖으로 생활 쓰레기나 음식물을 버리는 이웃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특히 최근 지속된 장마와 폭염으로 부패와 냄새 등의 피해는 더욱 극심한 실정이다. 하지만 주민 불편을 해결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선 이 같은 민원이 들어와도 마땅한 대응 방안이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인 경우가 허다하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강한나(가명∙서울 송파)씨는 “하루가 멀다고 계란 껍데기, 과자 부스러기 등을 창 밖으로 버리는 위층 때문에 미칠 지경”이라며 “이웃 간에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 경비실을 통해 건의했지만, 아파트 내 방송 정도로 주의를 줄 뿐 실질적인 해결책은 없었다”며 한숨지었다.

아이들 교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 아파트 1층에 산다는 워킹맘 김윤희(가명∙경기 고양)씨는 주말이면 집 앞 화단에 떨어진 담배꽁초와 사발면 그릇, 과자 봉지, 먹다 남긴 빵 등의 쓰레기를 줍느라 바쁘다. “간혹 다섯 살배기 딸이 ‘창밖으로 검은 무언가가 떨어졌다’며 쪼르르 달려와 알려주는데, 누군가 떨어지는 쓰레기를 맞을까 걱정돼요. 이런 몰상식한 일을 어린아이가 보고 따라 할까 봐 겁도 나고요.”


                    지난 8일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 건물 옥상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여 무단투기 된 쓰레기 3.5t을
                     모두 수거했다.
 /인천 남구 제공


실제로 쓰레기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전국적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14년 1만4553건에서 지난해 3만8926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울시내 주택가에는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라는 팻말이 곳곳에 붙어 있지만, 골목길 으슥한 곳엔 매일 쓰레기들이 쌓이고 있다. 이달 초 인천에선 버리러 가기 귀찮다는 이유로 창 밖으로 쓰레기를 던져 한 건물 옥상에 쓰레기 3.5t을 무단투기 한 '양심불량자'들이 적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쓰레기 무단투기가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제 주변만 깨끗하면 된다는 ‘개인 이기주의’를 꼽았다. 고강섭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1인 가족 증가와 핵가족화 등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상태”라며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가지고 개인의 영역만을 소중히 하는 이기심보단, 주민들 스스로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양심불량자'들을 올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쓰레기 무단투기 과태료 부과금액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폐기물관리법 등에 따르면, 휴대한 폐기물(담배꽁초, 휴지 등)을 버리는 행위에는 3만원, 간이보관기구(비닐봉지, 천보자기 등)를 이용해 쓰레기를 무단투기(또는 소각)한 행위에는 10만원이 부과된다. 문제는 무단투기 행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해도 개인 소유의 토지나 건물에 버려진 쓰레기는 관리자인 소유주가 치워야 해서 억울한 피해가 발생하는 점이다. 반면 일부 선진국의 경우 공공장소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에 대해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 홍콩은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약 21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프랑스는 지난해 담배꽁초 무단투기 벌금을 약 4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올렸다. 두바이에선 이런 공중도덕 위반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감시원 1000명을 투입하기도 했다.

김경환 민후 대표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이 같은 범법 행위를 줄이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에 차등을 두는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김 변호사는 “현재 횟수와 무관하게 과태료를 동일하게 부과하고 있지만, 위반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차등 부과토록 법을 개정해 ‘해선 안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일시적인 효과를 넘어 지속적으로 국민 의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힘써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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