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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

고교 교사가 ‘학종빠’가 된 이유

학종이 학생과 학교와 세상을 바꾼다


    ▲ 중·고생, 지도교사 등 70여 명이 참가한 '고흥 청소년 단편영화 제작캠프' [사진 출처=전남교육청]


정부가 2021 수능 개편안 확정을 1년 유예하면서 수능에 집중돼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금 학생부종합전형에 집중되자, 학종 반대론자들이 학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은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이후 학교의 긍정적인 변화를 몸으로 직접 겪었기에, 학종에 대한 저간의 비난이 지나치며 우리 교육 발전을 위해 학종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이 많다. 

권혁선 이리고등학교 역사 교사도 그런 교사 중 한 명이다. 권 교사는 자신을 '학종빠'라고 자처하며, 교실을 사람 냄새 나는 배움터로 바꾸고, 성적 중심주의로 획일화된 사회를 다양성이 넘쳐나는 사회로 바꿔주는 학종을 더욱 발전시켜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에 소개할 글은 권혁선 교사가 학종에 대한 견해를 자신의 SNS에 실은 것이다. 권 교사의 동의를 얻어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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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이 교실을 바꿨다  
저는 대학 입시에서 이른바 ‘학종빠’입니다. 순화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적극 지지자쯤 되겠네요.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가 왜 학종빠가 되었을까? 학종이 도입되기 이전에 학교 교육은 정말 단순하고 편했습니다. 교과서 수업하고 문제지 풀고 그리고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입학사정관 제도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다른 할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에게 교과서 밖의 책을 읽도록 지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말이면 체험 활동이란 것을 하면서 박물관도 유적지도 군경묘지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요양원에 가서 봉사활동이란 것도 하게 되었습니다.

천편일률적이던 현장체험 학습을 이제는 학생들의 흥미에 맞춰 모둠을 만들어 떠나게 되었습니다. 영어 단어나 수학 공식만 이야기하던 교실에서 진로와 꿈이란 것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그중에 가장 좋은 것이 꿈과 진로를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난수표처럼 복잡한 배치표를 가지고 입시 상담을 하다가, 이제는 꿈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지금도 너무 좋습니다.

교과서의 단어를 가지고 해석만 하다가 교과서 밖의 철학을 가지고 토론하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비록 성적은 뒤처지지만 독특한 철학을 가진 친구들과 호흡하는 것이 지금도 너무 좋습니다.

적성과 흥미 깨우는 교육과정 편성이 급선무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학종의 장점보다는 단점만을 말하는 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럼 과거로 돌아가 문제집만 푸는 교육, 성적 이외에 아무런 대화가 필요 없는 교육이 좋습니까?  

물론 학종이 일부 세력에 의해 악용되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특목고와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고 고교 학점제와 고교 내신 절대평가제를 주장합니다. 학교 교육과정과 대학 입시가 다양해지면 사교육이 파고들 수 있는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현재는 교육과정이 학생들의 진로와 희망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보니, 교과 영역만큼이나 비교과 영역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의 진로와 교육과정이 하나가 된다면 그만큼 비교과 영역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그만큼 교육과정이 중요합니다. 많은 이들이 정작 중요한 교육과정은 보지도 않고, 비교과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니 낮니, 외부 사교육 컨설팅에 의해 입시가 좌우되니 마니 합니다.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교육과정 편성을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학종이 다양성과 공정성 담보한다 
일부에서는 변별력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물론 변별력 중요합니다. 수학과를 가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100점과 99점의 차이는 큽니다. 영문과를 가고자 하는 학생에게도 그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학과를 가고자 하는 학생에게 역사 점수 100점과 90점의 차이는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변별력을 줘야 한다면서 무조건적이 점수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공정한 게임은 일방적인 사회적 잣대를 가지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구선수를 노래를 가지고 선발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고딩 래퍼’ 선발대회보다도 못한 대학입시와 교육은 제발 그만 두길 바랍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실을 사람 냄새 나는 배움터로 바꾸고 성적 중심주의로 획일화된 사회를 다양성이 넘쳐나는 사회로 바꿔주는 학종에 더 이상 왜곡된 프레임을 씌워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 에듀진 기사 원문: http://www.eduj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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