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자사고·일반고 동시선발 현실화… 고입 앞두고 중학 교실 ‘혼란’

전문가들 “목표한 대로 하되, 신중해야” 조언



정부가 외국어고·국제고·자율형사립고 폐지를 위한 첫 단계로 내년부터 학생 우선 선발권을 없애기로 결정하면서, 첫 대상이 된 중학교 2학년생들이 큰 혼란에 휩싸였다. 입시전문가들은 “정책에 휘둘리기 보단, 본인의 진로에 따라 신중히 결정해 고교를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고입 선발 시기 일원화… “외고·자사고 지원 위축될 것”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자사고·외고·국제고·일반고 고입 동시실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했다. 현재 전기에 신입생을 우선 선발해 온 외고·자사고·일반고가 내년부턴 일반고와 마찬가지로 후기에 모집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그간 입시 경쟁과 학교 서열화를 완화하고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외고·국제고·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학생 동시 선발은 일반고 전환에 앞서 이들 학교로 우수 학생이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입시전문가들은 선발 시기가 일원화되면 외고·국제고·자사고 지원자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자사고 지원자 수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서울 소재 광역 단위 자사고 22곳의 2017학년도 입시 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평균 경쟁률이 1.42 대 1로 전년보다 1.62 대 1보다 떨어졌다. 22곳 중 8곳(36.4%)은 경쟁률이 1.2 대 1이 되지 않아 면접 없이 추첨으로 신입생을 선발했고, 5곳(22.7%)은 미달이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최근 대입에서 학생부 중심 전형의 강화로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지원율이 하락하는 추세"라며 "그간 경쟁력이 없었던 광역 자사고들의 일반고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도 "선발 시기를 일원화하면 외고 국제고 등에 대한 선호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고나 영재고로 우수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 학생 우선 선발권이 유지되는 과학고나 영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문과 성향의 학생들이 외고와 국제고를 지원하는 경향이 많아 이공계 계통의 과학고나 영재고는 맞지 않을 수 있는 측면은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이 과학고나 영재고를 '무풍지대'라고 착각할 수 있다"며 "정부도 (과학고와 영재고를) 다른 특목고와 다른 시선으로 보고 있어 선호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 명문 일반고 쏠림 현상'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외고·국제고·자사고 지원이 위축되면서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지역 내 인기 학군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 임 대표는 특히 이런 현상이 비교육특구 지역에서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교육특구 지역은 외고·자사고에 지원하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 소재한 명문고 진학기회가 많은 편이지만, 비교육특구 지역의 경우 현재 광역단위로 선발하는 외고·자사고에 지원이 가능했으나 전형일정 통합으로 인해 학교 선택권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세간에서 우려하는 소위 ‘강남 8학군(강남·서초 학군)’의 부활은 쉽지 않을 거란 주장이다. 이 이사는 “최근 학생부 위주 전형의 확대로 학생과 학부모들이 강화된 내신에 부담이 커졌다”며 “교육 당국이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전면 실시하지 않는 한 내신의 커다란 압박을 느끼면서까지 ‘강남 8학군’으로 몰리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막막한 중2 학생·학부모⋯ “정책에 흔들리기보단 목표한 대로 하라” 
이번 발표에 따라 중2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대대적인 입시제도 변화와 자사고·외고 우선 선발권 폐지라는 양대 변수를 맞이한 중2들은 내년 고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한다. 중2 딸을 둔 학부모 최지윤(가명)씨는 "갑작스러운 수능개편 유예 발표처럼 고입 역시 또다른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입시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공교육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정말 특목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중2 학부모 이주영(가명)씨도 "우리 아이가 실험용 쥐도 아닌데, 이번 정부에서 하고 싶은 교육정책을 이것저것 다 적용해보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외고·자사고 입시에 실패할 경우에도 부담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사고나 외고, 국제고에 떨어진 학생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면 교육감이 임의로 일반고에 배정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제출할 시 교육청 여건에 따라 일반고에 추가로 배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근거리 일반고에 배정받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져 학생과 학부모가 입학 지원에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입시전문가들은 “일단 목표한 대로 하되,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임 대표는 “외고·자사고·일반고를 준비해 온 중2 학생들은 지금처럼 철저히 준비하면서 외고·자사고·일반고의 유불리를 면밀히 따져본 후, 상황을 살피고 3학년 1학기에 최종 결정하라”고 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뚜렷한 진로와 목표가 있는 학생이라면, 정책에 따라 흔들리기보단 초심대로 하는 게 옳다”며 “예컨대 ‘어학영재 양성’이라는 애초 외고 설립 목적에 맞게 정말 외국어에 관심이 있거나, 국제기구 및 지역전문가로서 갖춰야할 국제적인 감각을 배우기 위해 국제고 진학을 꿈꾸는 학생이라면, 본인의 뜻대로 이루고 싶은 진로에 맞춰 고교 진학을 준비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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