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

내년 중1 ‘부실’ 수학 교과서로 공부한다고?

포장만 새 교과서…새 교육과정 전혀 반영 안 돼



내년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울 새로운 수학 검정교과서가 2015 교육과정 개정 취지의 핵심인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반영하지 않아, 일선 학교의 수업과 평가에 커다란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12월 7일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회의실에서 ‘새 수학 교과서의 문제점 해결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새로운 수학 교과서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와는 달리, 수십 년간 유지돼 온 교사 중심의 일방주입식 수업과 문제풀이식 평가에 맞춰 구성돼 있다”며 “새 교과서가 교육부가 현재 추진 중인 학생 참여 중심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와 충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수학 성취 기준이 내용과 지식 위주로만 구성돼 있고, 총론에서 강조한 의사소통, 추론, 창의·융합 등 수학 교과의 핵심 역량을 각 교과 내용과 기계적으로 1대 1 매칭해 둔 것에 불과하며, 핵심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교과서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새 수학 교과서에는 수업 중에 다루는 과제가 아닌 별도의 과제를 따로 만들어 교육과정-수업-평가가 일관성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핵심은 과정 중심 평가, 즉 중간·기말고사 등의 평가가 아닌, 수업을 통해 학생의 성장 과정을 관찰하고 누적적으로 평가하는 선진형 평가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것으로, 내년도부터 중1, 고1 학년에 적용된다. 

한편, 사교육걱정은 새 수학 교과서를 심사할 때 심사 기준에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 등 두 요소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수학 교과서가 전보다 나아진 것이 맞다”며 “수학과 핵심 역량은 교과서 개정이 아닌 수업하는 교사의 역량에 좌우된다”고 교사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발언을 해 일선 교사과 교육 관계자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사교육 걱정은 “현재 교과서대로 수업이 이루어진다면 수업과 평가를 혁신한다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면서 “부실한 수학 교과서가 나온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시급히 교과서 검정기준을 새롭게 만들어 2015 교육과정과 연계된 상태로 2019년 이후에 사용할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에 즉시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과서에서 사라진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
그동안의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 수업에 의존해왔고, 학생들은 수업을 소홀히 해도 선행학습으로 지필고사를 잘 보면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구조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업을 학생 참여 중심으로 바뀌고, 평가 역시 그 참여 과정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도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새로운 수학 교과서 검정 기준에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넣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교육부가 만든 수학 교과서의 심사 기준 가운데 수업과 평가에 직결되는 영역인 <교수・학습 및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이 두 기준이 확실히 빠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사교육걱정의 분석 결과, 중1 수학 교과서 10종 모두 ‘개념 열기’로 동기 유발을 하려는 시도는 하지만 형식적이고, 이어지는 본문에서 수학 지식을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해당 활동이 무슨 개념과 연관돼 있는지 알려주는 결정적인 힌트가 코너 옆에 답처럼 제시돼 있고, 문제 형태는 1~2분 만에 답할 수 있는 단답형으로 제시되는 식이다.

더구나 답을 바로 아래 연결된 본문에서 제시하고 있어, 결국 교사든 학생이든 ‘개념 열기’는 형식적으로 읽고 넘어가거나 아예 수업에서 다루지 않아도 되도록 구성돼 있었다. 



위의 그림을 보면 발견하고 깨달아야 할 ‘맞꼭지각’을 학습 주제로 명시했는데, 학생들은 개념 열기 과정을 직접 해보지 않고도 바로 본문으로 가서 맞꼭지각과 관련된 개념을 읽으면 되도록 구성돼 있다.

개념열기 활동을 통해 학생 스스로 탐구하여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본문에서 제시한 설명을 읽고 이해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결국 탐구를 통한 학생의 자기 주도적 발견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경향은 10종의 교과서에서 모두 발견됐다. ‘개념 설명→예제 풀이→문제 풀이 연습’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3단계 설명식 교수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 발견학습이나 탐구학습이라는 용어가 무색할 정도다. 



교육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교육과정 개정에만 신경을 썼을 뿐, 그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교과서 개발에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교육걱정은 “이번 중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를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검정에 통과한 10종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교육부가 2015 교육과정 핵심 목표와 연결된 이 두 항목을 심사 기준에서 왜 뺐는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 교육이 생명인데…‘한 문제당 역량 하나’ 기계적으로 매칭
한편, 수학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이 여전히 지식 위주로만 구성돼 있어, 총론에서 강조한 핵심 역량이 교과서에 형식적으로만 제시돼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기존에 제시돼 있는 ‘문제 해결’, ‘추론’, ‘의사소통’의 세 가지 수학적 과정에 추가로 ‘창의·융합’, ‘정보 처리’, ‘태도 및 실천’ 등 세 가지를 넣어 수학 교과 역량을 총 여섯 가지로 규정했다. 

하지만 새 교과서의 성취기준을 살펴보면 수학 지식 학습에 대한 내용만이 제시돼 있고, 새롭게 추가된 수학 역량에 매칭되는 내용은 교과서 뒤편에 몰아넣은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6가지 수학 교과 역량은 학습 과정 전체에서 통합적으로 키워져야 한다. 

하지만 새 교과서들은 새로운 수학 역량 강화 코너를 별도로 마련해 두고 그 코너에서만 해당 역량을 키우도록 해, 보여주기용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과정 중심 평가, 교과서에 전혀 반영 안 돼
교육부는 그 동안의 수학교육이 문제풀이 식이었다는 반성 아래 2015년부터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을 시행했다. 앞으로는 수학의 원리와 개념을 익히는 과정 중심의 교수·학습방법과 평가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적이었다. 

학생들에게 ‘수학 공부 = 문제 풀이’라는 공식을 심어준 그동안의 수학교육 방식은 수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줘,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 성취도를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을 통해 문제풀이식이 아닌 원리와 개념을 익히는 과정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 방법 마련하기 위해 과정 중심의 교수·학습과 평가가 가능한 교과서를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사교육걱정은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마련한 교과서 검정 기준에서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한 항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교육걱정은 “이 때문에 2015 수학 교과서에 과정 중심의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 방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책에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교육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또한 제2차 수학교육 종합 계획에서 선다형 지필평가를 지양하고 과정 중심의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기평가, 서술형 평가, 관찰평가 등의 대안평가 방안에 대한 지속적인 안내를 통해서 학교 현장을 바꿔나가겠다고 했지만, 이런 정책 역시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사교육걱정은 밝혔다. 

과정 중심 평가는 학습이 일어나는 수업 상황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교수·학습과 평가가 하나로 통합되는 평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수업과 별개인 중간·기말고사가 아니라, 수업 시간 교수·학습 과정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즉, 수업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학습 과정이 곧 평가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15 수학 교과서에 제시된 과정 중심 평가는 대부분 수업 시간에 다루는 과제가 아닌 별도의 과제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구성돼 있다. 이는 정책을 실행하는 당사자인 교육부가 과정 중심 평가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잘못이란 것이 사교육걱정의 주장이다. 

사교육걱정은 “수학계나 교과서 집필진이 아직도 과정 중심 평가를 꼭 점수로 환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으며 “과정 중심 평가의 핵심은 교사가 학생의 성장 과정을 누적적으로 관찰한 내용을 피드백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평가한 자기평가나 동료평가 등을 자신의 학습에 반영해 성장해가는 모습을 기술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의 정책 담당자는 지난 11월 29일 사교육걱정과 신동근 의원실이 함께한 국회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교과서가 질 좋은 교과서, 학생 개념 중심의 교과서이고, 핵심 역량도 교과서에 반영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과서가 잘 개발됐으니 이제는 교사들이 어떻게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는가에 성패가 달렸다”고 주장했다. 

사교육걱정은 이에 대해 “정부가 무책임하게 수학교육의 책임을 현장 교사들에게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고, 수학 교과 역량이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은 교과서를 만들어놓고, 책임은 수업하는 교사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은 “교육부 관계자 말대로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 과정 중심 평가를 위해 교사가 교과서를 재구성해야 한다면, 애초에 교과서는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교과서 검정 기준 새로 만들 즉시 수정작업 들어가야
사교육걱정을 비롯한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2015 수학 교과서로는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새 정부는 내년도 수학 교과서 속에 2015 개정 교육과정 목표가 반영이 안 된 채 졸속으로 발간된 경위를 면밀히 검토해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하며 “해결 대책을 즉시 마련해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야기될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를 교육 현장에서 제대로 실현할 수 있으려면 그 취지에 맞게 설계된 교과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한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잘 벼려진 무기가 필요한데, 지금의 새 교과서로는 무 한 쪽도 제대로 썰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교육부는 새 교과서 검정 문제를 통해 드러난 교육부 내의 엇박자를 하루빨리 바로잡고, 해결 대책을 즉시 마련해 내년 3월 학교 현장에 야기될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학기 시작, 3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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