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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2018.3월호] “한국과 핀란드가 추구하는 미래교육 다르지 않아, 차이는 사회적 지지의 정도”

류선정 한국-핀란드교육연구센터장
 

류선정 센터장은 “계획에서부터 평가까지 수업과 관련된 모든 면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지침이 존재하는 한국과 달리 핀란드에선 수업에 관해 교원의 자율성이 매우 강조된다”면서
“교사가 창의적인 수업을 할 수 있어야 학생들도 그 안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 중학교에 2015 개정교육과정이 올 3월부터 적용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미래 사회 변화에 맞춘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지식중심 교육에서 역량중심 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학생 참여형 수업의 확대, 과정중심 평가 등이 주요 변화로 꼽힌다. 

교육계는 이번 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목표에 공감하며, 이러한 변화가 미래교육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오랫동안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한 공교육이 개정교육과정의 적용만으로 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을 갖기도 한다.  

이에 핀란드의 교육 혁신 시도는 우리 공교육이 참고할 만한 좋은 사례다. 10년 주기로 국가교육과정을 개정하는 핀란드는 2016년 8월부터 미래교육의 방향을 담은 새 교육과정을 공교육 현장에 적용한 바 있다. 마침 지난 1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15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선 ‘핀란드의 미래교육’을 주제로 류선정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장의 기조 강연이 있었다. 강연을 위해 한국을 찾은 류 센터장을 만나 핀란드 교육 혁신의 구체적인 방향과 과정, 한국 교육계에 주는 시사점을 묻고 들었다.  

핀란드 헬싱키에 위치한 한국-핀란드 교육연구센터는 한국의 교육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핀란드 교육과 관련한 연수 및 세미나를 기획하는 교육연구기관으로, 류 센터장은 주핀란드 한국 대사관의 교육자문위원, 한국교육개발원의 핀란드 교육연구원 등을 맡고 있다.  

〇 핀란드의 PBL, ‘융합을 연습한다’ 
‘교육 강국’ 핀란드의 새 교육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일까. 류 센터장은 “새 교육과정에선 핀란드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1년간의 교육과정에서 최소 한 번 이상 PBL(Phenomenon Based Learning․현상기반학습)로 수업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명문화됐다”고 말했다. 이전에도 학교 현장에 PBL 수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개정교육과정을 통해 PBL이 보다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있다는 것.  

여기서 핀란드의 PBL(Phenomenon Based Learning)은 흔히 말하는 문제기반학습(Problem based Learning), 프로젝트기반학습(Project Based Learning) 보다 훨씬 넓은 개념이다. 류 센터장은 “꼭 문제를 해결하거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만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특정한 문제나 프로젝트가 아닌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현상’ 그 자체를 배움의 주제로 보자는 차원에서 핀란드는 현상 기반 학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핀란드 학교에서 진행되는 PBL은 어떤 모습일까. 류 센터장은 핀란드 카우하바(Kauhava) 지역에서 7학년(한국의 중1에 해당)을 대상으로 진행된 수업의 한 토막을 소개했다. ‘급식’을 주제로 한 이 PBL 수업에서 음식의 신선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화학 시간에, 식재료의 가격과 급식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수학 시간에, 무상급식 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교육복지의 역사와 효과를 사회 시간에 배우는 형태로 진행됐다. 굳이 급식의 문제점을 찾거나 프로젝트를 기획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과목이 통합된 주제를 두고 다양한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생이 배운 지식이 ‘급식’이라는 하나의 현상 안에 어떻게 다면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배우는 것. 

류 센터장은 “융합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은 사람에 따라 그 가짓수가 무궁무진하다. 따라서 학교에선 어떻게 융합하라고 가르칠 것이 아니라 융합을 하는 역량을 키워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가 배운 지식들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어떻게 융합되는지를 지켜보고 연습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〇 핀란드와 한국의 교육혁신 차이는? 사회적 지지! 
핀란드에서 최근 PBL이 강조되는 것은 학생 참여형 수업의 확대, 교실 밖 배움의 중요성 등 새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방침과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향성은 핀란드만의 특징으로 보긴 어렵다. 대부분 한국 교육현장에서도 이미 실천하고 있거나 실현하고자 하는 방향이다.  

류 센터장은 “미래 교육의 방향성은 큰 틀에서 모두 비슷하다”면서 “다만 한국과 핀란드의 차이는 이러한 ‘교육 혁신을 얼마나 사회가 지지해주고 받쳐주느냐’다”라고 말했다.  

2016년 8월, 첫 적용된 핀란드의 새 교육과정은 이미 2014년에 개발이 끝났다. 이후 2년여 간 국가교육위원회, 교육노조, 학부모와 학생, 교육회사, 지자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적극 반영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는 핀란드 모든 교육정책의 수립과 시행 과정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충분한 시간을 들인 상향식(Bottom-up)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여러 이해당사자간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됐거나 혹은 충분한 정보 공유가 이뤄진 상태에서 정책이 시행된다. 

류 센터장은 “새 교육과정은 PBL을 비롯해 평가의 다양성, ICT 활용 등 여러 변화를 담고 있지만 핀란드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 학교에게 이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면서 “이미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들이 동의했거나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의사결정과정 덕분에 핀란드의 교육 혁신은 비교적 단기간에도 전체로 빠르게 적용․확산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주로 교육부와 교육청 단위에서 정책이 먼저 결정된 후 일선 학교에 일방적으로 하향(Top-down) 전달되곤 한다. 그 과정에서 변화의 노력에 제동이 걸리거나 지지부진해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는 단계에서 움직여야 하는 것은 일선 현장입니다. 그런데 정책 시행 전에 현장과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학교나 교사들은 ‘이 변화가 정말 도움이 될까’ 의구심을 가진 채 변화를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 정책이 탄력을 받아 시행되기 어려운 것이죠. 교육 혁신이 동력을 얻으려면, 교육 정책이 수립되는 과정과 방식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류 센터장) 

〇 “교원은 전문성․용기 갖고 반발 돌파해 나가야” 
다양한 교육 혁신이 현장에서 단단히 뿌리내리려면 교원들이 변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류 센터장은 “새로운 변화는 반발과 충돌이 따르기 마련”이라면서 “미래교육을 위해 어떤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교사 스스로 교육가로서의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뒤따르는 반발과 충돌을 돌파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새롭게 시도하는 학생 참여형 수업이 학생, 학부모나 기존 학교 구성원의 반발을 사더라도 새 수업에 대한 교사 스스로의 확신이 있다면 이들을 상대로, ‘내가 어떤 근거로 이런 수업을 하고 왜 이런 수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교육전문가로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우선 교사 스스로 단순한 ‘수업 실연자’로서가 아닌 교육전문가로서의 역량과 전문성을 쌓아야 합니다. 이렇게 쌓인 역량을 바탕으로 기존의 반발을 돌파해나가며 혁신을 주도하는 과정이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와야 전체적인 교육 혁신에도 동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류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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