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막을 내렸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은 ‘탄소 중립 대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는 바람에 세계 각국 선수들이 무더위와 맞서 싸우느라 컨디션을 조절하기 쉽지 않았다고 하죠.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개막식이 끝나자마자 사격, 양궁, 펜싱 등에서 메달을 휩쓸며 투혼을 발휘하는 모습을 보여줘 대회 내내 감동적인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방학 때 올림픽이 열린다는 건, 부모에게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조용해도 너무 조용한 가족 분위기를 생각하면 분명 ‘호재’죠. 일단, 부모는 모처럼 자녀와 함께 응원하며 감동적인 장면들을 공유할 수 있고, 자녀는 올림픽 핑계로 은근슬쩍 공부를 미룰 수 있으니, 부모 자녀 간 이보다 완벽한 타협은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대 간 갈등과 가족의 무게를 좀 더 가볍게 해볼 기회로 여겼던 게 사실이고요.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번 올림픽 개막식 시청률을 보니 방송 3사 통틀어 3%라는 통계가 나왔더군요.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파리 올림픽 개막식 생중계의 TV 시청률은 KBS1 1.4%, MBC 1.0%, SBS 0.6%로 집계됐고, 이 같은 시청률은 17.2%를 기록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였습니다. 이게 “실화인가요?”라고 묻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입니다. 아무리 시차 영향이 컸다고 해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죠. 이런 상황을 두고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어쩌면 요즘 MZ 세대들은 긴 시간을 두고 봐야 하는 스포츠 경기 방식에 대해 크게 호응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소개한 칼럼도 비슷한 사례를 들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칼럼의 핵심은 “요즘 Z세대는 더 이상 안방에서 TV로 스포츠를 보지 않는다”라는 내용이었죠. 칼럼 내용은 지난해부터 이미 TV 중계로 보는 Z세대의 비율은 반토막이 났고 대신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결과와 이슈만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대목이죠. 이러한 현상은 이미 이전 칼럼에서 거론한 ‘짧고(Short)’, ‘빠르고(Speedy)’, ‘간편한(Simple)’ 걸 좋아하는 요즘 자녀들의 ‘숏확행(짧지만 확실한 행복)’ 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또 한 번 보여준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등에 불 떨어진 건 스포츠 시장일 겁니다. 특히 미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미식축구에서 Z세대 팬층을 확보하기 위해 NFL(National Football League) 협회가 먼저 경기 중계 방식에서 전문 해설자와 ‘스펀지 밥’이 함께 출연하는 중계를 시도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또, 방송 화면도 경기 장면 속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해 마치 인터넷 게임을 방불케 하는 기술을 보여줘 큰 인기를 끌었죠. 이번 시도에서 NFL이 원했던 건, 40대 부모와 10대 자녀가 안방에서 함께 볼 수 있는 미식축구 방송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부모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치 않을 겁니다. 학기 중에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달고 살아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는데 방학 동안에는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 또한 늘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오늘부터 부모는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 스포츠’를 고민해 보는 겁니다. 부모가 운동에 기초가 없다면 이참에 가족 레슨을 받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요. 그러면서 점차 아이와 함께 경기장을 찾아 박진감 넘치는 승부의 매력을 경험해 보면 점점 아이는 스마트폰 대신 스포츠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어쩌면 많은 자녀가 스마트폰에 푹 빠지거나 시간을 무의미하게 허비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호기심이 좌절되고 탐구심이 무시된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가족 스포츠를 추천하는 건 아이들의 ‘숏확행’ 문화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스포츠와 같은 ‘롱확행’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야구장, 축구장을 찾은 아이 중 그 누구도 스마트폰을 하는 아이는 없었다는 겁니다. 스마트폰 대신 응원 도구를 들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만 볼 수 있었죠. 더구나 시기적으로 봐도 올림픽이 끝난 지금 시점이 부모가 자녀에게 스포츠를 제안하기 좋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특히, 올림픽 영향으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양궁과 펜싱이 인기를 끈다고 하니 자녀가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죠.
스포츠가 아이들에게 입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스포츠가 단순히 스마트폰을 대신할 수 있는 막강한 ‘대체물’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 스포츠 경험을 통해 아이의 성장에 꽤 많은 도움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죠. 스포츠는 점점 희미해져 가는 아이들의 규범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붙잡을 수 있는 ‘막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스포츠가 아이들의 정신건강과 학업 성취도에도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꼭 기억해 주세요.
올림픽은 끝났지만, 오늘부터 우리 가족만의 올림픽을 구상해 보는 겁니다. 특히, 종목을 고를 때 올림픽 종목 중 하나를 정해 시도해 보죠. 예를 들어, 탁구와 배드민턴은 이미 가족 스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수영이나 조깅 같은 개인 종목도 점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종목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자녀의 의견을 고려하는 건 좋지만, 스포츠와 관련한 정보가 많이 없는 상황이라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종목을 공부하고 결정하는 과정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부모가 자녀의 여름방학을 잘 마무리하고 또, 2학기에 건강한 일상을 기대하고 싶다면, 가족 스포츠는 고민 1순위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올림픽을 흔히 ‘감동의 드라마’라고 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틀리지 않았죠. 우리는 이번 올림픽에서 청력을 잃은 배구선수와 한쪽 팔이 없는 탁구 선수를 보면서 장애를 뛰어넘는 투혼을 배웠습니다. 또, 승자를 위해 세러머니를 펼치는 선수와 경쟁 선수가 집중할 수 있도록 상대 선수가 관중을 향해 ‘정숙’을 요청하는 모습은 너무 근사했죠. 무엇보다 이념이 다른 남북한 선수가 함께 셀카를 찍는 장면은 압권이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에 뭔가 수를 내고 싶다면, 당장 ‘가족 스포츠’를 고민하는 데 집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