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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공짜를 미끼로 아이를 위협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 사진출처:에듀팡

  •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누누티비’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말이 누누티비이지 불법 스트리밍을 대표하는 범죄 용어죠. 누누티비는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무단 유포하고, 불법 사이트 광고로 수익을 챙기는 범죄 사이트입니다. 한때 100원으로 불법 콘텐츠를 내려받기하던 방식에서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죠. 누누티비가 우리 주변에서 사라진 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최근에는 청소년 사이에서 유사 누누티비가 다시 인터넷에서 기웃거린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더구나 최근 넷플릭스 같은 OTT 전문 기업들이 계정 공유를 금지하면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늘었다는 말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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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누누티비의 등장은 청소년 사이에서 먼저 발견됐습니다. 청소년 세대의 특성상 인기 웹툰, 드라마, 영화는 물론 성인물까지 온갖 콘텐츠를 닥치는 대로 섭취하고 있어 청소년들이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물리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건 일반적인 규범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오징어 게임’부터 ‘카지노’, ‘더 글로리’ 또 최근에는 ‘마스크 걸’까지 화젯거리인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 콘텐츠는 곧 가십거리이자 시청 의무 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주머니 사정도 녹록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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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청소년 세대를 가리켜 ‘미디어 콘텐츠에 푹 빠진 세대’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청소년들은 웹툰과 드라마는 일상이 되었고, 성인물 섭취는 취미가 되었다고도 말하죠. 최근 사회 현상을 보면 딱히 이상한 말도 아닙니다. 최근 들어 국내외 미디어 연구에서도 ‘스크린 폭력(Screen Violence)’이라는 용어를 앞세워 미디어 콘텐츠와 청소년의 문제행동을 연결 짓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불법적인 콘텐츠들이 청소년의 사고와 행동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보는 거죠. 이건 최근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 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가해 이유가 없고 재미나 장난으로 폭력이 일어나는 현상들이죠. 특히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의 핵심은 바로 ‘무비용’, ‘무인증’,‘무등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건 바로 무등급입니다. 즉 합법 사이트에서는 청소년의 나이를 고려해 19세 이상의 콘텐츠를 시청하는 걸 제한하고 있지만,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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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청소년에게 온갖 소년범죄를 부추기는 점도 주목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게 사이버도박입니다. 현재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꽤 심각한 수준입니다. 해마다 사이버도박 경험률과 상담 치료 건수가 늘고 있고, 최근에는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사이버도박을 경험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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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에는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청소년 매체 이용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처음으로 청소년의 도박 경험률이 흡연율을 앞질러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특히 청소년 사이버도박은 2차 범죄가 마약, 보이스피싱, 성범죄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고 있어 청소년 사이버도박이 도박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면서 청소년 사이버도박의 접근 경로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말들이 많은데, 대부분 주요 경로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지목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보이는 사이버도박 배너 광고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많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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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입장하면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 메뉴보다 사이버도박을 광고하는 배너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노골적이어도 너무 노골적이어서 화딱지가 날 지경이죠. 청소년들은 불법 스트리밍 행위를 하기 위해 중앙에 진열된 도박 배너를 무시하고 콘텐츠를 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녹록지 않습니다. 실제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간하는 ‘2023 저작권 보호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웹툰 사이트 접속자를 대상으로 ‘배너광고를 통한 유해 사이트에 접속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서 이용자 10명 4명(38.3%)이 ‘경험 있다’라고 응답했습니다. 이 중 10대 청소년의 비율은 10명 중 2.5명(25.7%)에 달했고, 특히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접속한 유해 사이트 유형은 도박사이트가 76.9%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죠. 결국 청소년들의 사이버도박 경험률이 높은 이유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원흉이었던 걸로 드러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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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스트리밍 문제가 청소년들의 사이버도박 범죄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실제 영국에서는 불법 스트리밍 문제가 사회 문제로 등장했습니다. 세계 최대 사이버 보안업체인 ‘Opentext’는 50개의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그중 90%가 사람들에게 위험한 사이트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영국에서 불법 스트리밍하는 사람들 3명 중 1명(32%)은 자신이나 자신이 아는 사람이 사기 또는 신원 도용의 피해자가 되었다고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영국에서 270만 명이 넘는 불법 스트리머의 디지털 장치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보고도 있었죠.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 때문에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에서는 불법 스트리밍 운영을 주도하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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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우리가 청소년에게 불법 스트리밍의 위험성을 교육해야 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합니다. 불법 스트리밍은 디지털 환경에서 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하는 독버섯 같은 사이트라는 걸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여기에 청소년들의 성장 구간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배포되는 불법 콘텐츠와 광고는 청소년들에게 범죄와 문제행동을 부추겨 학교폭력과 사이버폭력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마약, 도박, 성범죄와 같은 대형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불법이 일상이 되면 무뎌지는 건 당연합니다. 이걸 우리는 ‘불법의 평범성’이라고 부르죠. 현재 불법 스트리밍 문제는 청소년 사이에서 불법의 평범성을 전염시키는 대표적인 악성 바이러스라는 걸 꼭 기억해주세요.

 

  •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공짜를 미끼로 아이를 위협하는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
     
    출처: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