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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쌤, 지금 똥개 훈련 시켜요?' 제자들과 함께 쓰고 함께 읽은 글

[인터뷰] 이무완 동해교육지원청 장학사 '생생한 교실일기' 책으로 출간

물렁물렁한 모습으로 비춰질까 “앉아, 일어서”를 시키던 강원 삼척 서부초(교장 박규호) 4학년 이무완 교사. “지금 우리 똥개 훈련시 켜요?”라는 아이의 말에 더 오기가 발동한다.

“그래, 똥개훈련 시킨다. 똥개도 소리 나면 소리 나는 쪽 돌아보고 귀 쫑긋 세우고 들으려고 하는데 사람이 부드러운 말에 움직여야지 딱딱한 말 들어야 겨우 몸을 움직이는 척 시늉하는 게 그게 무슨 사람이냐?” 그래도 짜증 섞인 아이의 목소리가 싫지만은 않다. 눈에 힘을 딱 주고 고개 빳빳하게 세우는 아이가 장차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는 법이다.

한 주에 두 번씩 하는 글 쓰기 시간에 아이들은 이 일을 일기장에 적었다. “쌤은 말도 못 알아듣는 사람은 똥개한테 넙죽 엎드려 절해야 한댔다. 참나, 어이가 없다. 우리가 똥개면 완두콩 쌤은 똥개 선생이다.(ㅋㅋ)” 아이들을 보내놓고 혼자 앉아 일기를 읽던 선생님은 부끄럽기도 하다가 우습고, 고마운 생각이 교차했다.

강원 동해에서 태어나 20년 가까이 초등학교 교사로 살아온 이무완 교사가 『쌤, 지금 똥개훈련 시켜요? 아이와 선생님이 함께 쓰고 함께 읽는 교실일기』를 최근 펴냈다. 서부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과 한 해 동안 부대끼면서 같이 느끼고 말하며 쓴 교실일기 글 들을 모아서 주제별 이야기로 엮은 책이라 아이들의 삶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스무 개의 이야기 속에는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쓴 글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별도로 교정하지 않고, 쓴 그대로 수록했기에 아이들의 생생한 글쓰기를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함께 책 을 읽고 쓴 독서 감상문, 동시, 느낌 글, 주장 하는 글쓰기 등 다양한 형식의 글들을 골고루 담았다. 그는 책 머리글에서 “아이들이 쓴 글을 읽는다는 건 선생 노릇을 하는 까닭에 누려 볼 수 있는 행복”이라며 “글을 읽으면 나도 모르 게 이야기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이 교사는 201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밥풀 묻었다’가 당선돼 문단에도 데뷔했다. 2012년엔 어린이시집으로 『샬그락 샬그란 샬샬』도 엮어냈다. 2009년에 지도한 서부초 2학년 학생 35명이 쓴 시를 묶은 책이다. 현재는 동해교육지원청에서 장학사로 근무하고 있다.


한지민 기자  mustgo@edu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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