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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요즘N] “조금만 더 보면 안 돼요?” 우리 아이를 위협하는 ‘디지털중독’

디지털중독은 긴 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기억력 저하를 불러오는 등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뇌가 활발히 성장 중인 아동·청소년기에는 인지와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경기도 김포시에 거주하는 김세영 씨는 고민이다. 시도 때도 없이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여덟 살 딸 때문이다. 세영 씨의 딸은 요즘 유튜브 쇼츠에 푹 빠졌다. 식사 시간이나 차량 이동 시간은 물론, 이제는 잠들기 전에도 유튜브를 보겠다고 조른다. 휙휙 넘어가는 1분짜리 짧은 영상의 화려함이 딸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중독’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디지털중독의 문제가 제기된 것은 숏폼의 인기가 치솟으면서부터다. 유튜브는 지난 2021년 숏폼 서비스 ‘쇼츠’를 선보였다. 유튜브 쇼츠는 서비스 시작 이듬해에 평균 조회수 500억 회를 넘겼으며, 쇼츠의 일평균 조회수는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지난해 7월 기준) 인스타그램 또한, 지난해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기능으로 릴스가 2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숏폼의 선두주자 틱톡부터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까지,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이 숏폼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 디지털중독, 성인 넘어 아동까지

대부분의 숏폼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자극적인 정보와 내용으로 구성된다. 큰 쾌감과 자극을 느낀 사람들이 서서히 숏폼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 씨는 아침 출근 준비 전 한 시간은 무조건 인스타그램 등 SNS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또한, 아무리 졸려도 잠들기 전 한두 시간은 쇼츠를 봐야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장인 B 씨는 출근길에 쇼츠를 보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말했다.

뇌가 성장 중인 아동·청소년의 디지털중독 현황은 어떨까. 6세, 8세 두 딸을 둔 주부 김세영 씨는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의존도가 나날이 높아져 걱정이 많다. 세영 씨는 “최근 아이들이 시골 할머니 집에 더 이상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며 “이유를 물으니, 시골집에는 TV도 없고 와이파이도 안 된다고 말해 놀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숏폼 전체 이용자 중 23%가 이용 시간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청소년이 36.7%로 가장 높았고, 만3~9세에 해당하는 유·아동(34.7%)이 뒤를 이었다. 연령대별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청소년(40.1%), 유·아동(25%) 순이었다.

◇ 세계는 ‘디지털중독’과의 전쟁 중

전 세계적으로 퍼진 디지털중독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유럽연합(EU)이 나섰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는 틱톡의 보상형 플랫폼 ‘틱톡 라이트’에 대한 디지털서비스법 위반 여부 조사를 개시하고, 벌금 부과와 잠정 금지 조치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틱톡 라이트가 어린이들을 잠재적으로 중독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에 대한 사전 평가 없이 출시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틱톡은 EU의 조사 착수 2일 만인 지난 25일, 유럽연합에서 틱톡 라이트의 보상 프로그램 시행을 자발적 중단했다. 틱톡 측은 “EU 집행위원회 및 다른 규제기관들과 건설적으로 관여하려 한다”며 “그들이 제기한 우려 사항을 해결하는 동안 틱톡 라이트의 보상 기능을 자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틱톡과 세계 각국의 대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EU는 틱톡의 개인정보 보호 장치, 연령 확인 장치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틱톡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라며 이른바 ‘틱톡 금지법’을 의결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 또한 3세 미만 영상 시청 금지, 13세까지 스마트폰 소지 금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보고서를 제출한 전문가들은 특히, 소셜미디어(SNS) 사용은 15세부터 허용하되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은 만 18세가 돼야만 접속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은 지난해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도록 하는 ‘온라인 안전법’을 발의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18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 중독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 하루 2시간 스마트폰 제한을 시행하고 있다.

◇ 요즘 대세는 ‘디지털 디톡스’

국내에서는 디지털중독에 위협을 느낀 국민이 스스로 이를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는 일명 ‘디지털 디톡스’가 유행 반열에 오른 것이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스마트폰이나 전자 기기를 제출해야만 입장이 가능한 북카페가 등장했다. 해당 북카페 이용객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온전히 책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또한, 얼마 전 홍대입구역 일대에서는 핸드폰 제출 후 독서, 숨은그림찾기, 스도쿠 등의 게임을 즐기는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해당 팝업스토어는 큰 인기를 끌며 한 달간 연장 운영되기도 했다.

지자체에서도 디지털 디톡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시 강남구는 오는 7월까지 ‘손으로 사부작 힐링 데이’를 운영한다.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습관에서 벗어나, 내 손으로 천천히 힐링 오브제를 만들며 디톡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인천광역시 남동청소년센터는 지난달 청소년 캠프 ‘숲으로(秀 PRO)’를 운영했다. 청소년 행위중독 예방 프로그램 ‘도전 중독 타파’와 공동체 프로그램 ‘힐링 오케스트라’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 노출된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디톡스 경험을 제공했다. 

디지털중독은 긴 글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기억력 저하를 불러오는 등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특히, 뇌가 활발히 성장 중인 아동·청소년기에는 인지와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디지털중독을 완화할 만한 구체적인 규제와 법안이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예방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소수에 불과하다. 디지털중독으로부터 일상의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가 간절한 때다.

출처: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