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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구성하는 많은 일들이 그러하듯, 대학입시 역시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사회적 경험, 그것이 이익으로서의 경험이든 손해로서의 경험이든 사회적 경험이 많은 이른바 부모 세대가 경험이 부족한 자녀 세대에게 자기 경험을 이입하여 설득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대학입시의 복잡다단한 층위 중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모 세대는 스스로 결론을 낸 상황에서 그 결론으로 자녀 세대를 설득하려고만 하고, 자녀 세대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 입시 관련 결정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 ‘대학만 가면’이라는 ‘목표’로서의 대학입시
대다수 부모가 자녀에게 ‘특정 대학을 가야 해’라며 목표를 심어주고, 그 목표를 향해 매진하도록 강요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들은 “대학만 가면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혹은 “대학 가서~”라며 최후의 통첩을 한다. 결국 그 특정 대학이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돼 그 대학이 아니면 모두 실패로 규정된다.
대학을 진학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다음 단계가 대학이기 때문이다. 여러 특성화고와 달리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중등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고등 교육 과정으로 진입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기에 대학 진학이 곧 고등학교 생활의 성공 증거인 것이다. 즉, 어떤 대학이냐가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 고등교육으로의 진입이 성공의 기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진학하였으나 목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들은 자신의 중등 교육 과정을 실패로 규정한다. 나아가 앞으로 만나게 될 여러 도전 앞에 ‘또 실패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이는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요인이 돼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진다. 특정 대학에 진학하지 못해 실패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학입시를 실패로 규정했기 때문에 다른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자신이 목표하는 대학에 진학해 대학입시에 성공했다고 판단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도전 앞에 망설임이 없다. 대학입시에 성공한 것처럼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자신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정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학입시를 성공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이에 따라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대학입시에서의 성공을 무엇으로 규정하느냐가 핵심이지, 특정 대학의 진학 여부가 핵심 기준이 될 수 없다.
◇ 성공한 경험이 성공을 낳는 과정으로서의 대학입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간중간 작은 목표와 성취감보다는 최종 결과로서의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만 관심을 둔다. 그래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입시적 선택으로서의 가성비를 따지게 된다. 쉽게 이룰 수 있는 작은 목표의 성취를 통해 성공의 경험을 자각하고, 이런 작은 성공을 반복하면서 자기애와 자신감을 형성할 때 대학에 진학하는 궁극적 의미가 있다. 대학에 다니고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여러 기계와 인공 지능이 인간의 역할을 대처하는 세계에서 대학의 가치나 명성만 변하지 않을 리 없다. 부모 세대의 대학은 다르며, 성공한 삶의 모습도 아주 다르다. 따라서 변치 않는 가치에 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그 가치를 강화하는 데 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가치 중 하나는 성공의 경험으로부터 비롯한 자신감과 추진력이며, 대학입시 역시 그 자신감과 추진력을 형성하는 과정일 뿐이다. 아이들이 지금까지의 삶이 성공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