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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간 개 ‘라이카’와 동물실험 [에듀팡교육뉴스]

1958414, 카리브해 바베이도스의 하늘 위에서 인공위성이 불꽃을 일으키며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에는 죽은 개 한 마리가 타고 있었죠. 인공위성 발사 때의 열광은 이미 식을 대로 식어서 그 개에 관심 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지만, 그는 인간의 충실한 친구로서 우주에 나가 영롱한 지구를 본 생명체였어요. 이 개의 이름은 라이카입니다.

길거리 개의 조용한 죽음

그로부터 약 반년 전인 1957113,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우주기지에서는 인공위성의 발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어요. 옛 소련이 10월혁명 40주년을 기념해 스푸트니크2호를 우주로 올려 보내는 순간이었죠.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1호가 발사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였습니다. 1호엔 아무도 탑승하지 않았지만 2호에는 라이카가 타고 있었어요. 인간을 우주로 보내기에 앞서, 라이카를 먼저 보낸 것이죠.

라이카는 모스크바 시내를 떠돌던 길거리 개였습니다. 소련항공의학연구소는 집에서 기르는 애완견보다 길거리 개가 더 튼튼하고 적응이 빠를 것으로 보아, 길거리 개 수십 마리를 데려와 우주비행 훈련을 시켰어요. 길거리 개들은 인공위성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 훈련, 엄청난 소음을 견디는 훈련, 원심분리기에 들어가 중력을 버티는 훈련 등을 받았죠. 이 과정을 거쳐 라이카가 선정됐고요.

그때는 미국과 소련이 우주 경쟁을 벌이던 시대입니다. 금세 자신들을 따라잡은 소련의 기술력에 미국은 경악했죠.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였어요. 개가 우주에 갈 수 있다면 인간도 곧 갈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라이카는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

그러나 라이카에게 스푸트니크2호는 죽음으로 향하는 통로였을 뿐이에요. 위성 캡슐엔 라이카가 먹을 음식과 물이 며칠 동안 제공되도록 준비돼 있었지만, 사실 이 캡슐은 애초에 지구로 무사히 귀환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라이카의 죽음은 예정되어 있던 거예요.

©shutterstock
오늘도 죽어 갑니다

라이카를 둘러싼 근본적인 진실은 동물실험입니다. 지금까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희생이 존재하죠. 한국에서만 한 해에 371만 마리가 동물실험에 동원돼. 가장 많은 동물은 마우스와 래트 등 설치류 322만 마리(86.9%)이고, 물고기 23만 마리(6.3%)와 조류 19만 마리(5.1%)가 그 뒤를 잇습니다(2019년 실험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에 고통스럽게 죽어 가는 동물은 아주 많아요. 동물실험 감시 단체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9,210만 마리가 매년 동물실험으로 희생된다고 합니다. 2015년 기준으로 중국(2,050만 마리)이 가장 많고 한국(311만 마리)은 세계 6위 수준이에요.

인간은 제멋대로인 존재입니다. 라이카는 우주 영웅으로 추앙하면서도 해마다 2억 가까이 되는 죽음에 대해선 말하지 않죠. 이제 화장품부터 생활용품, 다른 상품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제품으로 찾아 써 보면 어떨까요?

©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