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의 ‘중대 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어요. 이 법안은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동계의 숙원사업이었지만 경영계는 ‘연좌제’, ‘헌법위반’, ‘과잉 입법’ 등 갖은 논리를 들어 반대해 왔죠. 지난 1월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 재해 처벌법은 내년 시행이 예정된 가운데, 노동계는 ‘본래 취지에서 후퇴한 법률’이라 비판하고 재계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등 노사 모두의 반발을 사는 모양새입니다.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의 사고 유형을 살피면 ‘떨어짐’(347명), ‘끼임’(106명), ‘부딪힘’(84명), ‘깔림·뒤집힘’(67명) 등의 순으로 나타납니다. 떨어짐, 즉 추락사고는 작업 발판, 안전난간, 추락방지망 설치와 안전모 착용 등으로 막을 수 있어요. 또 끼임 사고는 사람이 기계에 끼이면 작동을 멈추는 안전 시스템 장착 등의 방법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고요. 충분히 줄여 나갈 수 있는 문제인 겁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산재사고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약한 거예요.
‘위험의 외주화’에는 사업주 처벌이 현실적 대책
산재 사망 희생자는 대부분 사회적 약자였어요. 20대 사회초년생부터, 힘겹게 생계를 꾸려 간 장년의 노동자, 해외에서 온 이주노동자가 바로 그들입니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위험이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되는 현실을 ‘위험의 외주화’라고 불러요. 안전망을 구축하는 비용보다 노동자들이 재해를 입었을 때 지불하는 비용이 더 싸기 때문에 생겨난 현실이죠.
중대 재해 처벌법은 바로 이 지점에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실효성 있는 산재 사망 사고 근절 대책을 요구해 온 노동계는 ‘사업주 처벌’이 가장 현실적인 처방이라고 봤어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이 그 시작입니다.
노동계는 ‘누더기법’, 경영계는 ‘과잉 입법’ 주장
지난 1월 8일 중대 재해 처벌법안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하면서 2022년 1월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한 명이라도 사망하거나 두 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날 경우 기업의 대표, 원청회사의 경영 책임자까지 ‘1년 이상 징역’의 처벌을 받게 돼요.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애초 안보다 기업의 책임과 처벌 범위가 크게 줄었습니다.
전체 사업장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졌으며,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3년간 적용이 유예됐어요. 99%의 사업장이 50인 미만이고, 중대 재해의 85%가 이들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죠. 또한 처벌 대상 경영 책임자의 범위도 대표이사 ‘또는’ 안전 담당 이사로 수정됐고 공무원은 아예 처벌 대상에서 제외되었고요. 산재 사망 때는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 벌금’을 지도록 한 것이 최종합의의 내용입니다.
이에 산업재해 유가족들은 원안보다 후퇴한 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누더기법’이라며 성명을 냈습니다. 노동계는 ‘살인 방조법’이라고 비판했고요. 반대로 경영계는 “형사처벌 외에도 기업에 대한 벌금, 경영 책임자 개인 처벌, 영업정지 및 작업중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4중 제재를 부과하는 사실상 세계 최고 수준의 처벌법안”이라며 반발했어요.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책임주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도 중대하게 위배된다”면서요.
과연 중대 재해 처벌법은 현장에 안착해
소중한 생명을 지켜 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