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亞 流 *버금 아(二-8, 3급) *흐를 류(水-9, 5급) ‘그는 피카소의 아류에 불과하다’의 ‘아류’가 ‘독창성이 없이 모방하는 일이나 그렇게 한 것’을 이르는 까닭을 알자면 ‘亞流’의 속뜻을 잘 파악해 봐야 한다. 亞자의 자형과 본뜻에 대하여는 여러 이설들이 많고 정설은 없다. ‘버금’(second)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아시아’(Asia)의 약칭으로도 쓰인다. 流자의 원형은 아이[子]가 물살에 휘말려 떠내려가는 모습으로, ‘떠내려가다’(be swept away)가 본뜻이다. ‘云’ 비슷한 것은 ‘아이 자’(子)가 거꾸러진 모양이 변화된 것이다. 오른편 요소가 발음도 겸하는 것임은 硫(유황 류)의 경우를 통하여 알 수 있다. ‘(물이) 흐르다’(flow)는 뜻으로도 쓰인다. 亞流(아:류)는 ‘첫째에 버금[亞]가는 유파(流派)’가 속뜻이다. 둘째가는 사람은 인정받기 어려우니 아류가 되지 말자. 그리고 악행 보다는 선행을 하자. 옛 선현 왈, “선한 일을 하면 백세에 향기를 풍기고, 악한 짓을 하면 만년토록 악취를 풍긴다.” 爲善則流芳百世, 爲惡則遺臭萬年. - 程允昇. ● 글쓴이: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에듀인뉴스=황그린 기자] 駿 馬 *뛰어날 준(馬-17, 2급) *말 마(馬-10, 5급) ‘그는 야생마를 훈련하여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준마로 만들었다’의 ‘준마’를 표음문자로는 의미를 찾아낼 수 없다. 표의문자로 바꾸어 쓴 ‘駿馬’에 속뜻이 숨겨져 있다. 하나하나 찾아내 보자. 駿자는 ‘빼어나게 잘 달리는 말’(a swift horse)을 뜻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니 ‘말 마’(馬)가 의미요소이고, 나머지는 발음요소다. ‘뛰어난 사람’(an outstanding person) ‘뛰어나다’(be better than)는 뜻으로도 쓰이고 이름에도 널리 애용된다. 馬자는 ‘말’(a horse)을 나타내기 위해서, 뒷목의 털을 휘날리며 달리는 말 모습을 본뜬 것이었다. 네 점은 네 발이 변화된 것이니 ‘불 화’(火)의 변형인 ‘灬’로 보면 안 된다. 駿馬(준:마)는 ‘뛰어나게 잘 달리는[駿] 말[馬]’을 이른다. 그 반대는 둔마(鈍馬)이다.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게으르면 쓸모가 없게 된다. 예수보다 약 300살 많은 순자(기원전 313-238) 가라사대, “준마라도 한꺼번에 열 발짝을 뛸 수 없고, 둔마라도 천 리를 가는 것은 쉬지 않는 공덕 때문이다.”
[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關 鍵 *빗장 관(門-19, 5급) *열쇠 건(金-17, 2급) ‘자율적인 시민을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민주주의의 발전에 가장 큰 관건으로 대두된다’의 ‘관건’이 ‘어떤 사물이나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비유하여 이르는 까닭을 이해하자면, 반드시 ‘關鍵’의 속뜻을 잘 알아야 한다. 속이 후련하도록 깊이 파보자. 關자는 ‘문빗장’(a bolt)이란 뜻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대문 문’(門)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그 안쪽의 것은 빗장을 걸어 놓은 모습이 변한 것이다. 串(꿸 관)에서 유래된 상단과, 하단의 丱(쌍상투 관)은 발음요소 구실을 하는 셈이다. ‘잠그다’(lock) ‘관계하다’(relate to) 등으로도 쓰인다. 鍵자는 ‘열쇠’(key)를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쇠 금’(金)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建(세울 건)은 발음요소다. 關鍵은 ‘문빗장[關]과 열쇠[鍵]’가 속뜻이다. 말을 잘하는 관건은 뭘까? 중국 송원(宋元) 시대 작자 미상의 소설책인 ‘경본통속소설’에 나오는 명언이 답이 될 수도 있겠다. “언사는 통속적이어야 멀리 퍼지고, 언어는 세속적이어야 깊은 감동을 일으킨다.” 話須通俗方傳遠, 語必關風始動人 -
[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拾 得 *주울 습(手-9, 3급) *얻을 득(彳-11, 4급) 분실(紛失)의 반대말을 한자로 쓰시오? 답을 한자로 쓸 줄 알아도 각 글자 속에 담긴 뜻을 모르면 헛일이다. 오늘은 ‘拾得’이란 한자어에 쓰인 두 글자를 샅샅이 뜯어보자. 그래야 뜻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뜻을 아는 한자는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拾자는 손으로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다’(pick up)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만든 것이었으니 ‘손 수’(手=扌)가 표의요소로 쓰였다. 合(합할 합)은 표음요소였는 데 음이 다소 달라졌다. ‘十’(십)의 갖은자로 쓰일 때에는 [십]으로 읽는다. 得자는 원래 ‘돈’을 가리키는 貝(패)와 ‘손으로 잡다’는 뜻인 又(우)가 합쳐진 꼴로 ‘(돈을 손으로) 줍다’(pick up)는 뜻이었는데, 후에 ‘길거리 척’(彳)이 덧붙여졌다. 따라서 본래부터 不勞所得(불로소득)의 의미가 다소 담겨 있는 셈이다. 후에 일반적 의미의 ‘얻다’(obtain; acquire)로 확대 사용됐다. 拾得은 ‘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주워서[拾] 얻음[得]’을 이른다. 그런데 우리네 삶은 운전과 비슷한 점이 있다. 오늘은 송나라 때 선비(소동파의 동생)가 남긴
槿 域 *무궁화 근(木-15, 2급) *지경 역(土-11, 4급) ‘우리나라’를 일러 ‘근역’이라고도 하는 까닭을 알자면 ‘근역’이 아니라 ‘槿域’을 잘 분석하여 그 속뜻을 알아내야 한다. 표음문자로 표기한 것은 음을 읽기는 쉽지만, 의미는 알 수 없다. 槿자는 ‘무궁화나무’(an althea)를 뜻하기 위한 것이었으니 ‘나무 목’(木)이 의미요소로 쓰였다. 堇(노란 진흙 근)은 발음요소다. 뜻이 좋아 이름을 지을 때도 많이 쓰인다. 域자의 본래 글자는 或이었다. 나라의 영역을 가리키는 口, 땅을 상징하는 一, 그리고 국방 수단을 가리키는 戈를 통하여 ‘나라’(a country)나 ‘지경’(a boundary)을 뜻하였다. 후에 이것이 ‘혹시’(maybe)라는 뜻으로 활용되는 예가 많아지자, ‘나라’는 따로 國자를 만들어 나타냈고, ‘지경’은 土를 첨가하여 만든 ‘域’으로 나타냈다. 槿域(근:역)은 ‘무궁화[槿]가 많은 곳[域]’이 속뜻이기에 우리나라를 가리키기도 한다. ‘근역 삼천리 강산’이 그러한 예이다. 소동파는 명언 명구도 많이 남겼다. 그 가운데 하나를 옮겨본다. “자기 몸을 다스림에서 효도보다 앞서는 것이 없고, 나라를 다스림에서 공적인 것보다 앞
[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苦 楚 *괴로울 고(艸-9, 6급) *가시나무 초(木-13, 2급) ‘경기가 좋지 않아 고초가 더욱 심했다’의 ‘고초’가 ‘어려움’을 뜻하는 까닭을 알자면 ‘苦楚’의 속뜻을 알아야 한다. 苦자는, ‘씀바귀’(a bitter lettuce)를 뜻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니, ‘풀 초’(艸)가 의미요소이고, 古(옛 고)는 발음요소일 따름이다. 씀바귀는 맛이 매우 쓰기 때문에 ‘쓴맛’(bitter)이나 ‘아픔’(an ache)을 형용하는 것으로도 쓰인다. 楚는 원래는 ‘수풀 림’(林)과 ‘발 족’(足)의 조합형으로 ‘우거지다’(grow thick)는 뜻을 나타냈다. 후에 足이 疋(발 소)로 바뀌어 발음요소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가시나무’(a thorny plant)를 가리키는 것으로도 쓰인다. 苦楚는 ‘고난(苦難)의 가시나무[楚] 길’이 속뜻이기에 ‘어려움’을 이르기도 한다. 고초나 고생과 관련된 명언을 찾아보았다. 고생 끝에 두보(712-770)의 시에 적절한 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56세 때 지은 시(柏學士茅屋)의 끝 구절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미 널리 알려진 저명 명구이니 특별히 새로운 발견은 못 된다. “부귀는 정녕 고생
[에듀인뉴스=황그린 기자] 彌 縫 *두루 미(弓-17, 2급) *꿰맬 봉(糸-17, 2급) 국어사전에서 ‘잘못된 것을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꾸며대어 맞춤’을 일러 ‘미봉’이라 한 까닭을 알자면 ‘彌縫’의 속뜻을 알아야 한다. 속뜻을 알고 나면 이해가 잘 되고 기억도 잘 된다. 彌자는 ‘(활줄이) 느슨하다’(be loose)는 뜻을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었으니 ‘활 궁’(弓)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爾(너 이)가 발음요소임은 濔(치렁치렁할 미)도 마찬가지다. ‘두루’(widely) ‘대충’(generally) 등으로도 쓰인다. 縫자는 실로 ‘꿰매다’(sew; stitch; mend)는 뜻을 나타내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었으니 ‘실 사’(糸)가 의미요소로 쓰였다. 逢(만날 봉)은 발음요소일 따름이다(蓬 쑥 봉). 후에 ‘바느질하다’(sew) ‘꿰어 맞추다’(stitch) 등으로 확대 사용됐다. 彌縫은 ‘두루[彌] 대충대충 꿰맴[縫]’이 속뜻이다. 임시로 꾸며대어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대책을 일러 ‘미봉책(彌縫策)’이라 한다. 그런데 대충대충 함부로 해서 될 일은 없다. 옛 선현 왈, “군자는 시작을 신중하게 한다. 한 치 차이가 있어도 나중에는 천 리만큼 큰 차이가
[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輔 弼 *도울 보(車-14, 2급) *도울 필(弓-12, 2급) ‘대통령을 보필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다.’의 ‘보필’ 같이 한글로만 써놓은 한자어는 수박 같아서 겉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니 ‘輔弼’이라 쓴 다음에 하나하나 그 속을 쪼개보아야 한다. 輔자는 ‘수레바퀴 덧방나무’를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으니 ‘수레 거’(車)가 의미요소로 쓰였고, 甫(클 보)는 발음요소다. 그것은 수레에 무거운 짐을 실을 때 바퀴에 묶어 바퀴를 튼튼하게 보조하는 것이었기에 ‘돕다’(help) ‘도움’(aid)같은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뜻이 좋아 이름자로 많이 쓰인다. 弼자도 ‘돕다’(help)는 뜻인데, 자형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이런 경우에는 말을 억지로 꾸며내는 것보다 그냥 통째로 외우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輔弼은 ‘윗사람의 일을 도움[輔=弼]’, 또는 그런 사람을 이른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잘 만나야 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 옛말에 이르길, “나라의 흥망은 정치에 달려있고, 정치의 득실은 보좌에 달려있다.” 國之廢興, 在於政事; 政事得失, 由乎輔佐 - ‘後漢書’. ● 글쓴이: 전광진, 성균관대
사진 박준언 (숭실대) 교수.[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현재 인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다양한 지식, 정보와 기술의 무한한 융합(convergence)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 기술들로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5G 통신망,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디지털 보건(digital healthcare), 자율주행(autonomous driving), 핀테크(Fin Tech), 유전체학(genomics), 생명(biotechnology) 확장가상세계(metaverse) 활용, 3D 프린팅, 로봇공학(robotics) 등등 이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의 산업체계들을 뿌리채 흔들어놓을 대변혁적(disruptive, transformative)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은 인류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할 것이고, 이미 이러한 변화들이 삶의 현장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교육현장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4차산업혁명의 가장 심대한 영향을 받는 영역 중의
[에듀인뉴스=장도영 기자] 岐 路 *갈림길 기(山-7, 2급) *길 로(足-13, 6급) ‘사랑의 기로에 서서 눈물을 흘리지 말아요’의 ‘기로’ 같은 한자어는 수박 같아서 겉으로는 알 수 없다. ‘岐路’라 써서 그 속을 파 봐야 속 시원히 알 수 있으니... 岐자는 산 이름을 위하여 고안된 것이었으니, ‘뫼 산’(山)이 의미요소로 쓰였고 支(가를 지)는 발음요소였다. ‘갈림길’(a branch road)을 뜻하기도 하며, 지명에도 많이 쓰인다. 路자는 발로 밟고 가는 바닥, 즉 ‘길’(a road; a way)을 뜻하기 위해서 고안된 것이었으니 ‘발 족’(足)이 의미요소다. 各(각각 각)이 발음요소임은 輅(수레 로)도 마찬가지다. 岐路는 ‘갈라져[岐] 나뉜 길[路]’을 이른다. 길도 여러 가지다. 넓어야 좋은 길, 열려 있어야 좋은 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을 수 있는데, 송나라 역사를 적어 놓은 책에 전하는 답을 소개해 본다. “인재의 길은 넓어야 하지 좁아서는 안 되며, 직언의 길은 열려야 하지 막혀서는 안 된다.” 賢路當廣而不當狹, 言路當開而不當塞 - ‘宋史’․ 喬行簡傳. ● 글쓴이: 전광진, 성균관대 명예교수 ▶[첨언] 한글전용 시대에도 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