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초등

[엄마와 함께 읽는 인문학] 박씨부인전

초등 매거진 '톡톡'으로 고입 전 '필독' 인문학 맛보기!



초등 매거진 '톡톡'으로 고입 전 '필독' 인문학 맛보기!
본 기사는 초등 매거진 <톡톡> 3월호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전쟁 패배의 설움을 달래준 슈퍼우먼!
박씨부인전
소설 속 통쾌한 승리로 패배의 상처를 치유하다!

조선시대에 일어난 전쟁, 병자호란을 알고 계시나요? 병자호란은 조선과 비교적 평등한 형제관계였던 후금이 청으로 이름을 바꾸며 조선에 군신관계를 요구한데서 시작됐어요. 청나라는 금과 말, 지원병 등을 무리하게 요구했고 조선은 이에 불복했어요. 그러자 1636년 12월, 청이 10만 대군을 몰고 와 조선을 침범했죠. 조선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어요. 조선의 왕 인조는 청나라 왕에게 절하며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모든 신하와 백성들은 전쟁으로 잃은 것이 많아서 울고, 왕이 절하는 모습에 서러워서 또 한 번 울었답니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이때 소설 ‘박씨부인전’이 등장했어요! 이 소설은 슬퍼하는 백성들의 마음을 달래주며, 사람들이 슬픔을 거두고 기운을 차릴 수 있도록 힘을 주었죠. 바로 10만 대군 청나라를 멋지게 물리치는 조선 시대의 슈퍼우먼 이야기 ‘박씨부인전’입니다.

[주요 등장인물]

박씨 부인 
재주와 학식이 뛰어난 인물. 박색한 외모로 남편의 외면을 받지만, 도술로 남편을 과거 장원급제 시키고 나라를 짓밟은 오랑캐 장수를 잡아낸 여성 영웅

이시백 
박씨 부인의 남편. 아내 덕분에 장원급제를 했지만 못생긴 박씨 부인을 줄곧 외면하다가 아내가 허물을 벗고 아름다워지자 그제야 지난날을 반성하며 사과한다.

이득춘 
이시백의 아버지로 ‘이판서’라고도 불린다. 모두가 박씨 부인의 외모를 보고 구박하지만 그녀를 심성과 재주를 알아보고 감싸주는 따뜻한 성격의 인물.

임경업 
병자호란 때 명나라와 합세해 청나라를 치고자 했으나 실패했던 장군으로 실존 인물이다. 박씨전에서는 이시백과 함께 나라를 지키고 왕을 호위한다.

기홍대
호국(청나라)의 공주로 이시백과 임경업을 죽이러 설중매로 변장해 조선에 온다. 외모와 무술이 출중하다.

용골대 
청나라 장수로 10만 대군을 거느리고 조선을 쳐들어와 병자호란을 일으킨 실존인물. 박씨전에서도 조선을 침략해 임금의 항복을 받아내지만, 아우의 복수를 하려다가 실패한다.

구박에도 굴하지 않는 내조의 여왕, 박씨 부인

조선 인조임금 때 벼슬 이조참판을 지낸 이득춘은 아들 이시백을 금강산에 살고 있는 선비 박처사의 장녀와 혼인시켰어요. 그런데 결혼 후 첫날 밤 신랑은 방을 뛰쳐나오며 말했어요.

“신부가 마치 끔찍한 괴물 같은 여자라 경악하였습니다. 그런데 몸에서 더러운 냄새까지 진동하여 토할 것만 같아서 급히 나왔습니다"

그 뒤로 아내 박씨는 뒤뜰에 거처하며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참여하지 못하고, 잔치에도 나가지 못했어요. 그러나 슬퍼하지 않고 집안을 위해 재주와 학식을 발휘했답니다.

한 번은 박씨 부인이 남자 종을 보내 빼빼 마르고 기운 없는 말을 제 값보다 훨씬 비싸게 주고 사오라 하더니 3년 후 그 말을 10배가 넘는 비싼 값에 팔았어요. 사실 볼품없어 보였던 그 말은 잘 먹이고 키우면 천 리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말이었던 거죠.

또 한 번은 시백이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데 요상한 연적을 하나 주며 꼭 이 연적으로 시험을 보라고 했죠, 그 연적을 들고 시험을 치룬 시백은 단번에 장원급제로 시험을 통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친정아버지인 박처사가 구름을 타고 딸을 찾아와 주문을 외우며 박씨 부인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어요. “금년으로 너의 액운이 다 하였도다.” 그러자 그 흉하던 얼굴 허물이 벗겨지고 옥같이 고운 얼굴이 드러났어요. 시백은 마침내 미인으로 변한 부인에게 지난날을 사과했어요.

용감한 아내, 가정을 넘어 나라를 구하다!

한편 왕은 평소 이시백의 재주와 덕행을 높게 평가해 평안감사 벼슬을 내리며 임무를 주었어요. “오랑캐가 명나라를 침범해 명나라 조정이 요란하니, 이시백이 적당한 인물을 군관으로 삼아 군대를 모아 떠나라”고 말이지요. 시백은 임경업과 함께 길을 떠났죠.

그러자 오랑캐의 나라, 호국에도 임경업과 이시백의 위용이 알려졌어요. 호왕이 탄식하며 “조선에 뛰어난 명장이 있어 조선을 깔보고 범하지 못하겠도다.”라고 말하자, 공주가 나서서 이시백과 임경업을 없애버리고 오겠다고 말했어요.
 
공주는 기생 설중매로 변장해 이시백을 찾아왔답니다. 그러나 이를 미리 알고 있던 박씨 부인은 설중매에게 술을 먹여 잠들게 한 후 숨겨두었던 칼을 뺐었어요. 날이 밝자 공주는 깨어났고 박씨 부인에게 크게 혼난 후 호국으로 돌아갔답니다.

하지만 호왕은 이 소식을 듣고 포기하기는커녕 3만 대군과 함께 용골대 형제를 보냈어요. 이 또한 미리 알고 있던 박씨 부인은 임금에게 고하지만 ‘여자가 하는 말’이라는 이유로 신하들에 의해 무시되었다가 결국 청나라의 습격을 받은 후에서야 광주로 피신했어요. 그제야 왕은 박씨 부인의 말에 따라 용골대에게 ‘세자 대군을 볼모로 잡아 떠나라’는 항서를 보냈죠.

이 때, 박씨 부인의 몸종 계화는 서울을 점령하던 용홀대를 죽이고 부인의 말에 따라 용홀대의 머리를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었어요. 용골대는 항서를 받고 세자와 왕대비를 데리고 떠나다가 용홀대의 소식을 듣고는 호통을 치며 달려왔지만, 계화의 무술 솜씨에 혼비백산해 왕대비를 석방했어요. 세자 대군은 용골대와 함께 호국으로 돌아가 약속 한 대로 삼 년이 지난 후에 안전히 귀국했어요.

이로써 박씨는 충렬정경부인이 되고, 시백은 조선시대 최고의 중앙 관직인 영의정이 됐습니다. 또한 세자를 교육하는 세자사(世子師)가 되어 그 자손에게까지 벼슬이 내려졌답니다.

[더 생각해보기!]

통쾌한 한방을 날려준 ‘박씨부인전’

박씨전은 작가와 창작 시기가 밝혀지지 않은 작품이에요. 사람들에게 이렇게 큰 힘을 준 작가가 누구인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아 큰 아쉬움이 남아 있지요. 다만 100여 종의 필사본과 활자 기록이 남아 있은 것을 보아 고전 소설인 <춘향전>과 <구운몽>만큼이나 인기가 많았던 소설임을 짐작해 볼 수 있어요. 왜 이렇게 인기가 많았을까요?

병자호란은 앞서 말했듯이 우리나라 왕과 군사들 모두가 무기력하게 당했던 전쟁이었어요. 오랑캐라 부르던 나라의 장수에게 왕이 머리를 숙였다 해서 ‘삼전도의 굴욕’이라고 부르기도 했죠. 그러나 박씨전에서는 임금도 벌벌 떨게 했던 용골대가 박씨 부인에게 혼비백산해 자기네 나라로 도망을 가죠. 패배감에 빠져있는 백성들은 짜릿한 반전 소설을 통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통쾌한 복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된 것이죠.

엄격한 신분제 조선,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졌다! 

조선시대는 남성 중심의 지배 사회였기 때문에 여성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았어요. 소설 속 처음 등장하는 박씨 부인도 남편에게 외모만으로 평가받고 박대당하는 힘없는 여성이었죠. 하지만 소설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여성은 전반과 달리 나라를 구한 엄청난 ‘영웅’이 됐어요. 여기서 조선시대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볼 수 있는데요.

병자호란이 있기 전, 1592년 조선에는 일본이 쳐들어와 온 나라를 점령했던 임진왜란이 있었어요. 그리고 44년 뒤인 1693년에 병자호란이 발생했죠. 조선역사에서 가장 큰 고난이었죠. 두 전쟁을 거치며 백성들이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이제까지 임금이나 벼슬을 하는 양반들을 믿고 따라왔지만, 위기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한 지배계층을 믿을 수 없게 된 거죠.

남성이 주를 이루는 지배계층을 따르기만 했던 평범한 백성들, 그리고 여성들 모두에게 저항의식이 생겨났어요. 그래서 박씨부인전이 말하는 영웅은 단지 여성만을 말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해요. 무능한 지배 계층에 저항하는, 담 안에 웅크리고 있던 소외된 민중 모두를 말하고 있죠.

관련기사



배너

지금은 토론중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