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 교원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교사 18만4358명 가운데 77.1%가 여성이었다. 사실상 초등학교 교사 10명 중 8명이 여성인 셈. 남교사가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도 전국적으로 50여 곳이나 됐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6년간 한 번도 남교사 담임을 만난 적이 없는 초등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초등 교원의 성비 불균형이 ‘역대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3월 새 학년 개학이 다가온다. 개학을 앞둔 지금은 새로운 담임교사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기대와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 이에 에듀동아는 새 학년 개학을 계기로 초등 교원의 성비 불균형에 대해 실제 학생, 학부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13일(화) 전국 초등생 2580명과 학부모 1308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 초등생 58.9% “남자 담임 선생님 만난 적 없어요”
수치로 드러나는 초등 교원의 성비 불균형은 실제 교육 현장에서도 쉽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남자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었던 적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초등생 응답자 2580명 가운데 58.9%가 “없다”라고 답한 것.
특히 본인이 6학년이라고 대답한 학생 중 ‘남자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었던 적이 없다’고 답한 학생이 48.6%에 달해 초등학교 기간 내내 남자 선생님을 만나지 못한 채 졸업하는 학생의 비율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1308명의 학부모 중 65.7%도 “자녀의 담임교사가 남자 선생님이었던 적이 없다”고 답했다.
○ 초등생, 학부모 모두 “선생님 성별, 상관없다”
그러나 초등 교원의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육서비스의 수혜자인 초등생 및 학부모는 이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생과 학부모 모두 담임교사로 특별히 남자 교사를 선호하고 있지는 않았던 것.
초등학생 56.4%는 “남자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새 학년의 담임 선생님이 어떤 성별이긴 바라는지 묻는 질문에도 ‘아무나 괜찮다’라고 답한 응답이 50.7%로 1위를 차지했다. 오히려 여자 선생님을 원하는 답변이 39.4%로 2위를 차지했고, ‘남자 선생님을 원한다’는 답변은 9.9%에 불과했다. 또한 학생 74.9%가 담임 선생님이 여자 선생님이어서 불편한 적은 ‘없다(74.9%)’라고 답했다.
학부모의 의견도 크게 차이가 없었다. ‘자녀의 새 학년 담임교사로 선호하는 성별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상관없다(43.85)’, ‘여성 교사(39.8%)’, ‘남성 교사(16.4%) 순으로 답했다.
○ 학부모, “교사 성비 불균형 해소할 별도 조치 필요없다” 과반 넘어
일부 학부모들은 담임교사의 성별이 여성 교사로 치우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자녀의 새 학년 담임교사로 남성 교사를 원한 응답자에게 이유를 묻자 ‘자녀가 다양한 성별의 선생님을 만났으면 해서’란 답변이 59%로 가장 높았던 것. 이어 ‘자녀가 남자아이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22.1%로 2위를 차지하면서, 남아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 사이에 일부 고민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성별보다는 선생님의 인성이 더 중요하다’, ‘성별에 관계없이 선생님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등의 답변을 남기는 등 전반적으로 교사의 성별보다는 교사 각각의 인성, 지도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초등 교사의 성비 불균형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서도 학부모의 35.2%는 ‘남성 교사가 늘었으면 좋겠지만 인위적으로 조정할 문제는 아니다(35.2%)’라고 답했다. 이어 “여성 교사에게서 부족함을 느낀 적이 없고, 성비 불균형에 대해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도 17.1%로 나타나 별도의 조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과반을 넘었다. 반면 ‘학교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남성 교사가 근무하도록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은 27.7%로 집계됐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