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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심상치 않은 청소년 ‘마약’, 부모의 역할은?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19살 이하 청소년은 481명으로 2013년(58명)과 견줘 8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출처:에듀팡

 

한때 ‘마약 김밥’을 즐겨 먹었습니다. 자주 가던 단골 가게 이름이 ‘꼬마 마약 김밥’이었죠. 바쁜 일과 속에서 짬을 내 한 끼를 때우기에는 ‘마약 김밥’만 한 것도 없었습니다. 특히, 마약 김밥 자체가 식감이 뛰어나다 보니 한번 먹으면 중독성이 이만저만 아니었죠. 그래서 진짜 마약이 들어간 건 아닌지 괜한 의심도 했었습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중국에서는 운영난을 겪던 한 국수 가게 사장이 진짜 마약 가루를 타 사람들에게 판매해 체포되는 사건도 있었다죠.

 

2010년대 들어 마약 김밥이 널리 알려지면서, 음식 앞에 ‘마약’이라는 말을 붙이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마약 떡볶이, 마약 김밥 등 음식은 물론 마약 의자, 마약 베개 등 생활용품 이름 앞에도 마약이 들어갔죠. 하지만 이제 ‘마약’ 단어는 가게와 상품 이름에서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회는 어린이나 청소년이 마약을 기호식품으로 여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음식 이름에 ‘마약’이란 표현을 쓸 수 없도록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특허청에서도 마약 단어가 들어간 상호를 금지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표현의 자유보다 청소년 보호가 먼저라고 봤던 거죠.

 

하지만 공교롭게도 ‘설마’ 하던 우려가 현실이 됐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중국발 보이스피싱 일당이 청소년에게 집중력이 좋아진다는 음료를 홍보하는 척하며 마약이 든 음료를 먹게 하고 그 사실을 빌미로 부모에게 돈을 요구해 충격을 준 사건이 있었죠. 범행 당시 사용된 마약 음료에는 1병당 3회 투약 분량의 필로폰이 들어 있었고, 복용한 아이 중에는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아이도 다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대낮에,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버젓이 마약이 든 음료를 청소년들에게 나눠준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죠. 경찰과 검찰은 발표를 통해 ‘마약 음료’ 사건의 제조책 등 일당 3명을 재판에 넘기고 특히, 일당들에게는 미성년자에게 영리를 목적으로 마약을 투약하게 하면 최대 사형을 구형할 수 있는 법률 조항까지 적용했습니다. 말 그대로 앞으로 청소년에게 마약을 먹이면 사형까지 각오하라는 경고의 메시지였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마약의 심각성이 알려진 건, 한 지역에서 청소년 40여 명이 ‘펜타닐 패치’라는 암 환자의 진통제를 다량으로 구매해 복용하고 거래하다 경찰에 적발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검거된 아이 중에는 학교 화장실에서 ‘펜타닐’을 흡입한 사실이 알려져 학교는 물론 부모까지 할 말을 잃도록 만들었죠. 이후 청소년 마약 범죄는 언론을 통해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약을 복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비틀거리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한 여중생은 SNS로 손쉽게 마약을 구입하다 적발됐는데 놀라운 건 마약 구입 가격이 ‘피자 한 판’ 값 정도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부모님들이 주목할 건, 이처럼 최근 청소년 마약 범죄가 심상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 마약 관련 통계만 보더라도,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단속된 19살 이하 청소년은 481명으로 2013년(58명)과 견줘 8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고등학생 연령대에 해당하는 15∼18살 마약류 사범은 지난해 291명으로 확인됐는데, 통계가 시작된 2016년 55명과 비교하면 5.3배가량 늘었습니다. 그야말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게 바로 청소년 대상 마약 범죄죠. 특히, 마약 범죄는 드러나지 않는 범죄 즉, 암수율이 중요한데 한 연구에 의하면 암수율이 28.57배 된다고 하니 실제 청소년 마약사범은 481명이 아니라 13,742명으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결국, 마약 문제와 관련해 초·중·고교 담장 안이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죠. 무엇보다 아이들을 위협하는 대형 범죄 항목에 ‘디지털 성범죄’와 ‘사이버 도박’에 이어 이제 ‘마약’까지 포함해야 하는 순간을 마주하게 돼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이제 마약으로부터 자녀를 지킬 수 있는 대안을 살펴볼까요. 먼저, ‘인식’입니다. 부모님들은 마약과 마약성 약물이 생각보다 자녀 가까이에 있다는 걸 인식해주세요. 더구나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끼고 노는 세대라는 걸 고려하면, 지금도 아이들은 스마트폰 안에서 마음만 먹으면 각종 SNS에서 돌아다니는 마약 은어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노출되는 마약 은어를 보면 ‘아이스’, ‘작대기’, ‘캔디’ 등과 같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언어를 사용해 접근한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고요. 텔레그램 같은 특정 SNS에서는 아이들에게 친숙한 ‘이모티콘’으로 암호화해 마약을 광고하고 있어 꼭 주의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마약을 경험하게 되는 공통점을 주목해주세요. 마약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어떻게 마약을 하게 됐나요?”라고 물었더니 아이들 대부분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말하거나 ‘선배와 친구’를 지목했습니다. 그러니까 선배나 친구가 “기분 좋은 게 있는데 한번 해볼래? SNS나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서 합법이야”라고 속여서 마약을 복용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일부 아이들은 마약으로 의심되기는 했지만, 마약에 동참하지 않으면 왕따를 당하거나 집단 괴롭힘을 당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마약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여자아이들 사이에서는 다이어트를 위한 식욕억제제가 인기를 얻다 보니 친구나 SNS 심지어 인터넷 장터에서 ‘나비약’ 같은 마약성 약물을 구해 복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걸 주목해주세요. 

 

마지막으로 기억할 것은 ‘신고’입니다. 부모님들은 꼭 자녀와 관련되어 있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마약이나 마약성 약물 판매가 의심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되면 청소년 안전을 위해서라도 신고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또 자녀나 지인을 통해 마약 중독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있다면 이 또한, 그냥 무시하지 말고 ‘긴급범죄 신고 전화’로 신고하거나 또 중독 상담이 필요한 경우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로 연락해 상담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부모로서 필요한 행동입니다. 중요한 건, 청소년 관련 마약 신고는 처벌의 목적이 아니라 보호의 목적이라는 걸 기억하고 머뭇거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잠깐 연습 한 번 해볼까요? 길거리에서 아이들을 붙잡고 불법 음료를 시음하는 걸 목격하거나 의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죠. 일단 신고하는 겁니다. 부모님들이 잘 알고 있는 음료 브랜드라도 시음 행사에서 직원이 아이들에게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거나 공부할 때 졸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듣는다면 사실 확인을 위해서라도 신고부터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또, 자녀가 SNS를 하다 마약 광고를 받았거나 게시물에서 마약 은어로 의심되는 내용을 보았다고 알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이 또한 지나치지 말고 신고부터 해야 합니다. 대신 신고하기 전에 광고 내용을 지우지 않고 보관하는 게 중요하고, SNS의 경우 캡처를 해둬 사용자의 아이디 계정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면 수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청소년은 단 한 번이라도 절대 마약을 경험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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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서민수 경찰관 #조선에듀

 

출처: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