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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위기에 처해있는 국민 마음 건강, 해법은?

대한민국 국민 100만 명 이상(22년 통계)이 우울증으로 의학적 진료를 받고 있다.

사진출처:에듀팡

 

2022년 1만 2906명(1일 3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진료비, 치료비, 노동력 손실 등을 포함해 약 90조 원에 달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첫째, 마음 건강 서비스 대상의 점진적 확대이다. 전통적으로 정신건강의 문제는 중증‧만성 환자의 치료 및 사후 관리라는 의료적 서비스의 측면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새로운 사업은 정신질환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행복을 훼손하는 일상적 분노, 불안, 우울감의 조절,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정신질환을 예방하는 서비스를 포함한다. 자살, 자해와 같이 위급한 상황에 빠진 대상을 조기에 발견하여 의료진에게 신속히 의뢰하며, 치료 후에는 사회에 재적응하게끔 돕는 비의료적 서비스를 포함한다. 이것은 기존 의료체계와 긴밀하게 협력하되 인력, 재정의 제한으로 기존 의료체계에서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이다. 

 

김창대 서울대학교 교수, 전문상담사 단체협의회 회장.
▲ 김창대 서울대학교 교수, 전문상담사 단체협의회 회장.
 

물론 현 정부의 국정 목표 중 하나가 자살률 감소임을 반영해 사업 초기인 24년에는 정신건강 위험군과 자살 시도자와 가족의 5%(약 8만 명)에 집중된다. 그러나 26년부터는 예방 기능을 강화하여 서비스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며, 27년에는 국민의 1%(약 50만 명)에게 전문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관점 전환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마음 건강의 문제는 정신질환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국민의 마음 건강 증진은 정신질환이 발생하기 전에 일상적 감정 조절과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예방하고 사회에 재적응하도록 도울 때 훨씬 효과적이며, 경제‧사회적 비용의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둘째, 혁신적인 정보화 시스템의 구축이다. 이 사업은 수요자에게 직접 현물 서비스 바우처를 제공하는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투명하고 효율적인 급여 지급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제공한 서비스 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상담의 효과성을 평가해 서비스 개선에 환류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존의 시스템을 보완하고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공단 수준의 정보화 시스템도 계획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중증 정신질환의 치료라는 의미가 아니라, 전 국민의 마음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고 자살과 중증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국민의 행복을 증진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는 선진화된 시스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에 투입될 전문가의 확보와 관리이다. 앞에서 밝혔듯이 이 사업은 ‘전 국민’의 마음의 건강과 행복의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이 사업은 국민을 잠재적 정신질환자로 보는 관점이 아닌 지속적 모니터링, 사전 예방, 돌봄을 통한 마음 건강과 관계의 회복, 재난과 트라우마로의 극복, 사회 재적응이 필요한 대상으로 보는 전 의료적(pre-medical), 비의료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마음 건강에 대한 ‘전문상담’ 분야는 국가의 의료‧복지 서비스 체계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그러는 사이 전문상담의 가치와 필요성은 시장에서 먼저 인정돼 민간자격증이 무분별하게 발급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인간의 내면에 직접 다가가는 전문 상담 서비스가 시장 원리에만 휩쓸려가는 문제를 자각하고, 국민의 마음 건강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 전문상담 관련 단체들은 전문상담사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양성, 관리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이를 구체화한 전문상담사 자격법안도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전 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의 성공을 위해 이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이 사업에 투입할 전문상담사를 법적‧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볼 만한 해결책이다.

 

 

위기는 극복을 요구하며, 극복은 성장을 낳는다.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 건강은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기존의 의료‧복지 서비스 체계의 사각지대에 있던 온 국민 마음 건강에 대한 비의료적 서비스를 양성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보화 시스템과 전문가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한다면, 대한민국은 마음 건강을 지원하는 선진 서비스 보유국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대한민국에서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든든한 마음으로 사는 우리 국민의 모습을 꿈꾸어 본다.

 

출처: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