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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전시체험] “수묵으로 힐링해요”, 가을 늦휴가는 南道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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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한가운데 작고 둥근 섬에는 백일홍 나무 한 그루가 불에 타오르듯 붉은 꽃을 활짝 피우고 있다. 이곳이 바로 낙원이지 싶다. 진도 그림의 뿌리이자 한국 남화의 고향 ‘운림산방’이다.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남화의 대가 소치 허련(1808~1893)이 말년에 거처하며 그림을 그렸던 곳이다. 소치가 이곳에서 걸작을 완성해낸 것이 놀랍지 않을 만큼 푸른 정원과 아름다운 연못이 조화를 이룬다. 연못 위에 있는 작은 섬은 자연석으로 쌓아 만들었으며 백일홍 나무는 실제 소치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그 뒤로는 첩첩 산경이 펼쳐지며 고즈넉하고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2021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10월 31일까지 진도 운림산방 일대, 목포문화예술회관 등을 비롯해 남도 곳곳에서 열린다. ‘오채찬란 모노크롬- 생동하는 수묵의 새로운 출발’이라는 주제로 수묵의 향연을 펼친다. 고루한 옛것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이것도 수묵?’이란 재발견이 가능한 자리로, 남도 지역의 풍광과 함께 예술로써 힐링할 기회다.

 

전 세계 15개국 200여 명 작가의 작품을 목포문화예술회관, 남도전통미술관 등 6곳에 내걸었다. 수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지필묵의 재료적 한계를 초월한 서양화, 조각, 설치미술, 미디어, 천연염색까지 다양한 장르의 수묵 작품을 선보이고,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는 디자인을 수묵으로 재조명한다.
 

 
전남도는 대한민국 수묵의 화맥이 시작된 곳이자, 수묵화의 전통을 잘 지켜온 고장으로 공재 윤두서, 소치 허련, 남농 허건 등 수묵화 거장의 발자취가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러한 역사·문화적 기반을 바탕으로 수묵화를 널리 알리기 위해 전남도는 2018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이건수 비엔날레 총감독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묵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편견을 이제는 떨쳐내야 할 때가 됐다. 올해 수묵비엔날레를 계기로 수묵이 널리 소비되고 소통되는 대중화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운림산방 주변으로 위치해 있는 남도전통미술관, 소치기념관에서는 각각 ‘물(水), 불(火), 돌(石)’, ‘바람(風)’이란 주제로, 김용호(Pian 2011-01), 손문일(관계 11) 유의정(신청자 운학코카콜라명문 매병), 이상협(Red Moon), 한복의 대가 이영희(구름) 등 공예, 도자기, 의류·패션, 현대미술 등 수묵이 우리 생활 속에서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남도전통미술관에서는 윤상렬, 박종규, 김용호, 김세중 등 동양화와 서양화 각 정신이 혼합된 감각적인 작품을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숯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진우의 작품이 눈에 띈다. 이진우는 한지 위에 잘게 부순 숯 조각을 얹고 그 위에 한지를 겹겹이 발라 쇠솔질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데, 쇠솔을 두드릴수록 숯 조각이 모여 이룬 돌밭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거친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기보다는 궁극적으로는 끊임없이 버려내고 비워내기를 실현하는 작가다. 
 

더불어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는 ‘묵연(墨緣)- 상생과 화합의 수묵이야기’란 주제로 김은자(설악산 권금성), 박병락(비개인 오후), 박항환(육자배기) 등 국내외 69명의 작품이 내걸린 국제교류전과 영호남 교류전이 진행된다.
 

 
목포에서는 총 네 군데에서 전시가 열린다. 그중에서도 윤진섭과 윤동희가 큐레이터로 참여해, 독특한 장소적 특성을 십분 활용한 전시를 눈여겨볼 만하다. 유달초등학교(옛 심상소학교)에서는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 이율배반적 수묵의 최신 버전’을 주제로, 수묵의 정신을 계승한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이 걸렸다.
 

흙을 소재로 사회적 관계에 대한 철학을 녹여내는 김지아나 작가는 우리네 삶과 사회현상, 인간의 감정 등 무수한 동시대 이야기를 포슬린 조각으로 고안해낸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로 풀어내 왔다. 화면 위에 수없이 꽂힌 크고 작은 포슬린 조각은 강하고 날카로워 보이지만 동시에 그 속성은 실로 섬세하고 가녀린 이중성을 지닌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사이를 오가며 사회 비판적이면서도 해학성을 잃지 않는 특유의 작품으로 각광받아온 중국 영화감독이자 아티스트 쥐안치도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즉흥적이고 자유로운 연출 방식과 거침없는 카메라 움직임을 바탕으로, 현실과 사회 구조를 은유적으로 다루며 현대인의 공허함과 아이러니 등을 적나라하게 다룬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외에도 문성식, 손동현, 이해민선 등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유달초등학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는 수묵 없는 수묵(無墨水墨), 수묵은 도처에 있다’라는 주제로 박대성(천년배산), 이종상(독도풍우), 윤형근(청다색), 변시지(화업), 이응노(군상) 등 거물급 작가의 수묵 작품과 허윤희(나뭇잎일기), 제여란(어디든 어디도 아닌), 이재삼(달빛), 윤석남(1025, 사람과 사람없이) 등 국내 미술계를 주도하고 있는 중견작가의 작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이곳 전시장 내에는 법정스님 작품 다섯 점으로 꾸려진 ‘법정스님방’이 마련돼 잠깐이나마 명상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법정스님방에서 실제 차를 마시지는 못하지만, 작가의 ‘차시’ 시리즈를 감상하며 눈으로나마 차를 음미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노적봉예술공원미술관에서는 ‘시대의 수묵- 경계의 확장’이란 주제로 김종경(반추목), 김선두(북어), 김천일(월출산 신흥마을), 홍정호(백두대간), 김호득(흐름) 등 25명의 지역 수묵화가 작품 중심으로 구성해 남도 미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아울러 주전시장인 목포와 진도 외에도 광양 전남도립미술관,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 나주 한국천연염색박물관,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특별전시가 진행되고, 구례, 보성, 해남, 영암 등 도내 9개시군, 15개 전시관에서 펼쳐지는 시군기념전을 통해, 수묵비엔날레 기간 중 남도 전역에서 수묵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건수 총감독은 “수묵화는 달빛에서 시작된 문화예술이다. 강한 빛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닌, 은은한 빛을 두고 봐야 수묵의 진가를 알 수 있다”라고 수묵 감상법을 전했다.
 

  •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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