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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이런 컬렉션, 아주 칭찬해” 현대 미술의 얼굴 비추는 ‘애크런미술관’

 
올해 개관 100주년을 맞이한 미국 애크런미술관(Akron Art Museum)은 오하이오 애크런 지역의 컨템포러리 아트씬을 선도하는 대표적인 현대미술관이다.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미술관 주변으로는 정원이 조성돼 있는 가운데,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의 조각 ‘Eagle Wheel’(1976~1979)이 설치돼 있어 외관에서부터 미술관임을 온몸으로 소리치고 있는 듯하다. 수베로는 뮤지엄산 정원에 있는 대형 조각으로 한국 미술애호가들에게도 익숙한 바로 그 작가다.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선 미술관 로비에는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거대한 핑크 조각 ‘Inverted Q’(1976)와 솔 르윗(Sol LeWitt)의 벽화  ‘Wall Drawing #1240, Planes with Broken Bands of Color’(2005)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처럼 전시를 본격적으로 관람하기도 전부터 유명 작가들의 거대한 스케일의 작품으로 혼을 빼놓는다. 그러나 미술관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영구 컬렉션 상설전이다. 애크런미술관은 7000점 넘는 소장품 중에서도 백미(白眉)만을 선별해 주기적으로 작품을 교체하며 컬렉션을 관람객에게 공개해오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비올라 프레이(Viola Frey)의 거대한 여인상 ‘The World and the Woman’(1992)이 문지기처럼 입구를 지키고 있다. 클레이를 소재로 남성, 여성의 모습을 빚는데 평생을 쏟은 프레이는 유머러스하고도 압도적인 사이즈의 세라믹 조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조각 역시 한창 일련의 작업에 몰두할 당시 제작된 것으로, 파란 양복을 입은 남성 조각 등과 함께 그의 기념비적인 작업 중 하나로 꼽힌다. 지구본을 등지고 앉은 여성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진 데이비스(Gene Davis)의 대표적인 연작으로 일컫는 이른바 수평, 수직의 ‘줄무늬 작업’은 1950년대 후반부터 천착하기 시작했다. 줄무늬가 반복됨에 따라 리듬감이 자연스레 형성되며 음악적 감성을 빚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보다 ‘잘’ 즐기기 위해서는 수많은 컬러 중 하나의 컬러를 선택해 그 컬러에 집중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컬러보다도 줄무늬들의 간격에 더욱 천착했다. 전시장에 내걸린 컬러풀한 줄무늬 그림 ‘Firecracker Ⅱ’(1968)는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다.
 

 
반면, 그 옆에 걸린 데이비스의 또 다른 작품 ‘Sky Hook’(1981)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이 작품은 다른 두 컬러가 절묘하게 번지며 일체를 이루는 단색의 화면을 보여주는데, 이전의 줄무늬 작업하고는 확연히 구별되는 모습이다. 엄격한 라인을 추구했던 예전과 달리 비교적 자유로운 ‘인간적인’ 선을 그어 내리며 서로 겹침이나 대조되는 것을 허용한 것이다. 실제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그림은 ‘미스테리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 같은 극장의 큰 커튼’과 같은 형태다.
 

 
조지 시걸(George Segal)의 조각은 특정한 감정이나 내재된 기억을 이끌어 내고 떠올리게 한다. 이는 작가가 일상에서 포착한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덕분이다. 특히 시걸은 실제 사람의 신체를 본떠 형상을 만드는데, 흡사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해당 조각은 의자에 주저앉아 넋을 놓고 있는 나체의 여성을 표현했다. 누드상이 에로틱하기보다는, 공허한 시선과 표정의 얼굴에서 오히려 실의와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제니 홀저(Jenny Holzer)의 대표적인 텍스트 작업 ‘경구들(Truism)’ 시리즈도 전시장 한 편을 차지하고 있다. 홀저는 지난 40여 년간 텍스트를 매개로 개인적 이슈부터 사회적 문제와 정치적 사안까지 거침없이 다루는 탓에 그의 작업에 호불호도 있지만, 명실공히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다.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과천관에 선보인 커미션 작품으로 한국 관람객에게도 익숙하다.
 

시그니처로 꼽히는 텍스트 작업은 1970년대 후반부터 격언, 속담, 잠언 등과 같은 형식을 빌린 경구들을 뉴욕 거리에 게시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엄격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명령조로 공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경구는 홀저의 트레이드마크다. 1980년대 초반부터 LED를 즐겨 사용해왔는데, 움직이는 LED 사인의 형태가 구두로 전달하는 사람의 말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설명한 바 있다. 
 

 
이외에도 솔 르윗의 기하학적인 조각, 오드리 플랙(Audrey Flack)의 극사실주의 인물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등이 내걸려 있다. 다채로운 매체를 아우르며 동시대 미술의 얼굴을 그대로 비추는 이번 전시는 연중 진행된다.
 

 

 

출처 : 아트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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