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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행사·여행

왜 사과였나… 윤병락의 ‘사과’가 오늘날 영글기까지

 
“제게 사과란 유년 시절의 기쁨을 동반하는 고향의 향수가 어린 과실입니다. 감상자 개인마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겠지만, 행복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햇빛, 비, 바람 등 자연의 수혜 속에 결실을 맺은 사과는 수확의 기쁨이자 풍요로움의 상징이죠. 온 우주의 에너지가 사과 한 알에 응축돼 있는 셈입니다. 햇살을 담뿍 받은 작품 속 사과를 보며 긍정적인 행복의 에너지가 전해지길 기대합니다.”
 

한입 베어 물면 아삭거릴 것 같은 빨간 사과가 궤짝에 한가득. 윤병락의 ‘사과’는 실제보다도 더 먹음직스러운 윤기가 자르르 흐른다. 작가는 평소 사과를 두고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고향과 같은 존재’라고 설명하곤 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족해지는 이유다. 
 

 
실제 그의 사과 회화는 센세이셔널하리만큼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시와 아트페어에 내놓았다 하면 완판 행렬을 이어왔다. 별다른 변주 없이 그저 탐스러운 사과 하나로 시장의 이토록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그를 향해 ‘사과 장수’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그러나 윤병락이 사과에 천착하게 된 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그림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본래 윤병락은 사과 그림과는 다소 다른 전통적인 미학에 심취해 있었다. 인두, 보자기, 풍경(風磬) 등 낡고 퇴색됐을지언정 정감 넘치는 이들 옛 사물의 정취를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표현해 유년 시절의 기억과 어머니 세대와의 교감을 화면에 담아냈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과를 소재로 삼게 된 것은 2003년경인데, 그 이전부터 접시 위에 놓인 과일 따위를 화면에 옮기기 시작했다. 작가에게 사과는 곧 고향과도 같았다. 부친은 과수원을 운영했고 모친은 소년 윤병락의 교육을 위해 과일 행상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사과밭이 지천으로 널린 경북 영천에서 어린 시절을 지낸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과일은 본디 풍요로움을 상징한다. 윤병락의 사과 그림에서 진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은 그 안에 삶에 대한 진정성과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전 ‘윤병락: 아카이브’가 6월 18일까지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윤병락의 지난 25년 화업 전반을 되짚는 자리로, 작가의 오늘날 화면이 완성되기까지 그 기반을 이룬 구작을 통해 윤병락의 ‘사과’가 기인한 배경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는 1993년 미대 재학 중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후보까지 올라갔던 작품을 포함해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주요 시즌을 대표하는 엄선된 작품 30여 점을 선보인다. 7미터 크기의 초대형 스케일 작업은 물론, 사과 하나에 2미터가 넘는 회화 등 대작이 다수 내걸렸으며, 특히 작가의 첫 실크스크린 판화도 출품돼 미술애호가들을 설레게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 아트매니지먼트 대표는 “‘사과 그림=윤병락’이란 수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번 전시는 ‘사람들은 왜 그리도 그의 사과 그림을 좋아할까’란 질문에서 시작됐다. ‘윤병락: 아카이브’전(展)에서는 작가의 구작에서 사과가 어떻게 파생됐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위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며, 윤병락의 사과만이 지닌 고유의 매력과 생명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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