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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불도그는 죄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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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도그쇼 크러프츠(Crufts). 매년 영국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참가한 개들 중에서 부문별로 세계를 대표하는 개를 뽑습니다. 130년 된 유서 깊은 이 대회에 이름을 올리면, 그야말로 최고의 명견이라는 소리를 들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진돗개가 크러프츠에 출전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죠.

2003년에는 고대 중국 황실에서 키우던 페키니즈 품종의 대니가 크러프츠 최고‘BIS’(Best In Show)를 차지했습니다. 페키니즈는 작고 납작한 얼굴과 사자 갈기를 떠올리게 하는 털이 특징이에요. 대니는 페키니즈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영예의 수상을 했죠.

그러나 대니가 숨을 잘 쉬지 못해서 수술받았고, 더위에도 약해 시상식 때 집중되는 카메라플래시 때문에 아이스팩 위에 앉아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어요. 이렇게 허약한 개가 세계 최고의 명견상을 받았다니? 이때부터 도그쇼에 대한 회의론이 차츰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육종 열풍이 불다

크러프츠는 1891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작은 도그쇼에서 출발했어요(현재는 버밍엄에서 열립니다.). 그 당시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는 개나 소, 돼지, 비둘기 같은 동물을 교배하여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일(육종)이 성행했죠. 육종이 유행하면서 뛰어난 동물을 뽑는 품평회도 자주 열렸고요. 브리더(육종가)들은 품평회에서 상을 받으면 이름을 알릴 뿐 아니라 교배 요청이 잇따라서 큰돈을 벌기도 했죠.

육종이 성행한 근대 이후 소나 돼지 등은 경제적 목적에 맞게 품종 개량되었고, 의 경우 사냥이나 수렵·목양 등 실용적 목적 외에도 귀엽거나 아름답게 보이는 생김새에 집중해 개량됐어요. 특히 개는 아주 다양하게 분화했습니다. 두 손에 들어가치와와와 웬만한 어린이보다 큰 그레이트데인은 같은 종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예요. 얼굴을 찡그린 듯한 퍼그, 다리가 짧아 뒤뚱뒤뚱 걷는 불도그, 곱슬곱슬한 털의 푸들 등 개의 품종은 인간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죠.

그런데 개 품종을 개량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나타났어요. 특정 형(들창코, 짧은 다리, 곱슬거리는 털 등)을 고정하려면 같은 형질의 개체끼리 지속적으로 교배해야 해요. 그렇다 보니 근친교배에 기댈 수밖에 없죠. 근친교배는 개성 있는 외모를 다음 세대로 전하는 손쉬운 방법이지만, 동시에 바람직하지 않은 유전자가 발현되는 위험한 거래입니다. 그래서 근친교배로 형성된 대부분 품종은 갖가지 유전병에 시달려요.


당신의 개가 기형이라면?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듯한 불도그는 유전자조작의 가장 극단적인 예입니다. 과거 불도그는 지금보다 크고 날씬한 모습의 늠름한 개였어요. 그러나 외양적 특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체구는 작아졌고, 다리는 짧아졌으며, 얼굴은 압착기로 누른 듯 평평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눈꺼풀이 안으로 말려 들어갔고, 코가 짧아져 호흡이 힘들어졌죠. 체구에 비해 지나치게 큰 머리 때문에 제왕절개 없이는 새끼를 출산하기도 어려워졌고요. 퍼그도 익살스러운 얼굴이 특징인데, 불도그와 마찬가지로 얼굴 내부의 여러 기관에서 문제가 나타납니다.

불도그와 퍼그처럼 머리가 납작하고 넓으며, 주둥이는 극단적으로 짧은 품종을 단두종이라 불러요. 최근에는 단두종만큼은 순종교배를 자제해 비정상적인 신체의 대물림을 막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늘었죠. 실제로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부터 단두종의 순종교배를 금지했어요. 불도그와 퍼그는 다른 품종과 교배해야 하며, 같은 품종이더라도 주둥이가 긴 개체와만 교배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불도그와 퍼그의 주둥이가 길어지면, 이들이 겪는 고통은 차츰 줄어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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