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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아트뉴스] 유명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또 다른 방법, ‘소품’

“작아서 더 좋다!” 10호 이하 마이크로 소품부터
활용도 높은 20~30호 사이즈 작품까지
10월 아트쇼 ‘더리뷰’, 조선일보미술관·노블레스컬렉션서 선봬

 
이름만으로도 작품 세계가 충분히 설명되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가는 대개 수천만원부터 수억원을 호가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검소한 예산으로는 이들 인기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방법이 정녕 없는 것일까.
 
누구나 소장하고 싶은 블루칩 작가의 작품 컬렉션은 먼저 ‘소품(小品)’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소품은 단순히 작은 사이즈의 그림만을 뜻하지 않는다. 크기는 작더라도 그 안에는 대작의 그것과 비견되는 작가의 예술혼이 그대로 응축돼 있다. 작가의 예술세계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품만을 고집하는 마니아 컬렉터가 있을 정도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접근성 높은 가격대까지 더해지니, 소품은 알면 알수록 그야말로 ‘볼매(볼수록 매력적인)’다.
 

특히 작품 수집에 처음 발을 들이는 초심자라면 더더욱 소품부터 구매하길 추천한다. 아직 자신의 취향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거나, 어디에 작품을 두어야 할지조차 판단이 쉬 서지 않는 초보 컬렉터에게는 작품의 사이즈가 작을수록 구매 실패 확률은 낮아질 것이다. 이를테면, 10호 이하의 마이크로 사이즈부터 20호 미만 크기의 작품이라면 굳이 벽에 못질할 필요 없이 책장이나 협탁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쉽게 감각적인 분위기를 낼 수 있다. 
 

 
2040 컬렉터를 겨냥해 유명작가의 소품을 전략적으로 선보이는 아트쇼 ‘더리뷰(THE REVIEW)’가 다가오는 10월 7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0월 17일까지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미술관과 청담동 노블레스컬렉션에서 동시 개최된다. 노련한 컬렉터의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은 물론, 미술 초심자의 첫 컬렉션을 돕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국내 최초 미디어 연합형 아트쇼로, 조선미디어 아트 전문 매체 ‘ART CHOSUN(아트조선)’과 ‘TV CHOSUN’,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노블레스’, 아트 전문 매거진 ‘아트나우’가 공동으로 기획에 나서 완성도와 공신력을 높였다. 
 

‘더리뷰’에는 샌정, 민병헌, 강강훈, 고산금, 백현진, 정희승, 김근태, 이진우 등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인기 있는 중견 작가들의 10호 이하의 소품부터 활용도가 높은 20~30호 사이즈의 작품이 다수 출품돼 컬렉터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진주알로 옮긴 문자, 고산금
 

한 자 한 자씩 지나갈 때마다 영롱한 흔적이 남는다. 진주가 된 글자는 시간이란 줄에 꿰여 화면(畫面)으로 빚어진다. 고산금(56)은 새하얀 우드패널 위에 핀셋으로나 겨우 집을 정도의 자그마한 새하얀 진주알을 수없이 촘촘히 붙이는 독특한 조형 언어로 잘 알려져 있다. 글자 한 자는 곧 진주알 한 알이다. 글이 없으면 그의 화면도 없는 셈이니, 글과 그의 작업은 그야말로 불가분의 관계다. 다독가이기도 한 작가에게 작업 다음으로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이 독서라고 하니 놀랍지 않다. 신문기사, 소설, 노랫말부터 법률 서적에 이르기까지 관심 취향이 다양한 만큼 그의 작업은 다채로운 이야기를 담아낸다.
 

글자 하나하나는 진주알 한 알 한 알로 치환되며 문자의 기능은 상실되고 본래의 역할은 무화된다. 읽을 글자가 없지만 앞에 선 관객은 어느새 그의 작품을 읽고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글로는 담아낼 수 없다는 그 지점을 고산금은 아름다운 진주로 한 알 한 알 대신한다. 감동의 한 구절, 충격의 한 구절을 진주가 대변해주니 누구는 기쁨을, 누구는 슬픔을 각자의 감상대로 마주하며 보이지도 않는 글을 읽게 된다. 문자는 작디작은 오브제로 대치되지만 그 의미는 보다 확장되며 다층적인 시각 언어로 작동된다.
 

 
◆극사실주의 ‘딸바보’ 작가 강강훈
 

리얼리즘 작가 강강훈(42)은 얼굴의 미세한 솜털과 땀구멍까지 정밀하게 묘사해 마치 사진으로 보이는 인물화 작업으로 대변된다. 특히 자신의 딸을 소재로 삼은 회화는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에게 딸은 자신을 투영한 존재로서, 자유롭게 흩뿌린 물감의 형태와 성장해가는 아이의 얼굴을 유동적으로 표현하는데, 모델의 얼굴에 물감을 뿌린 뒤, 직접 조색한 색을 칠한 롤스크린 앞에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해 그중 선택된 일부를 화면에 옮기는 방식을 취한다. ‘더리뷰’에는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 <Cotton> 시리즈가 걸린다. 목화의 포근포근함이 섬세하게 묘사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상하좌우 없는 멀티아티스트 백현진
 

전시장뿐 아니라 무대와 스크린, 안방을 넘나들며 종횡무진하는 백현진(49)을 두고 어떤 이는 작가로, 누군가는 가수로, 다른 누구는 배우로 기억한다. 백현진은 화가이며 설치미술가이고 행위예술가이자 음악가이며 배우 겸 감독이다. 최근에는 인기리에 방영된 ‘악마판사’와 ‘모범택시’에서 인상 깊은 연기로 대중에게도 강렬하게 각인됐다. 그는 일일이 나열하기도 숨찰 만큼 전방위에 걸친 예술 분야를 아우르고 가로지르는 멀티아티스트로 활동해왔다. 
 

2017년 올해의 작가상 최종 4인에 들어 본격 미술계 메이저리그로 부상한 작가는 특유의 자유로운 화풍으로 인정받았다. 화면에는 화가, 가수, 행위예술가, 배우를 관통하는 그의 몸짓, 그리고 그만의 시적 리듬이 중첩돼 순수 추상과 일러스트적 구상이 어우러진다. 여러 이미지가 산재해 있어 산만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그릴 것이란 뚜렷한 목적 없이 그저 과정 속에 몸을 맡겨 도출된 우연, 불연속적 화면은 백현진만의 트레이드마크다.
 

 
◆‘민병헌 그레이(Gray)’의 민병헌
 

민병헌(66)은 폭포, 설원, 잡초, 안개 등 자연을 피사체로 삼아왔다. 잔잔한 안개 낀 새벽에 풀들이 기어 올라오는 모습같이 지천에 널리거나 혹은 쉽게 지나칠 법한 풍경을 담아 아렴풋한 모노톤, 이른바 ‘민병헌 그레이(Gray)’라는 독자적인 톤을 구현해 국내외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더리뷰’에는 작가의 새로운 시리즈 <남녘유람>이 내걸린다. 극단의 광선을 버리고 좀 더 부드럽고 따뜻한 톤이 도드라지는 사진이다. 편안한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본 자연을 담아낸 신작으로, 작품명의 ‘남녘’은 물리적 장소가 아닌, 따스함의 상징으로서 해석해주길 바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동양적 감성과 유럽 형식미가 어우러진 추상화, 샌정
 

샌정(Sen Chung·58)이 추구해온 회화는 똑떨어지는 논리적인 문장으로 명확히 짚어낼 수 있기보단, 일종의 정취를 전달하는 데에 그 의미와 목적이 있다. 꼭 언어로써 이해하지 않더라도 그의 화면을 마주하면 보일 듯 말 듯한 궤도의 환시가 부유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배경이다. 관람객의 시선은 흐릿한 궤도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다 캔버스 평면에 잠시 머문 뒤, 마치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처럼 화면 너머로 확장돼 끌려들어 간다.
 

그는 유화물감을 칠하고 마르기 전에 닦아내는 기법을 통해 캔버스의 흰 바탕색이 그대로 비쳐 보이도록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데, 이렇게 완성한 무채색 배경 위에 최소한의 색만 사용해 추상적 화면을 완성한다. 동양의 감수성을 바탕으로 유럽의 형식미를 결합한 그의 작품에선 바람과도 같이 공기의 흐름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정신성과 시간성이 축적된 김근태의 화면
 

김근태(68)는 세필이 하나하나 훑고 지나간 듯 섬세한 결이 고스란히 드러난 회화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국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단색 물감을 바르고 말리기를 거듭하며 마음은 비워내는 수행적인 태도를 통해 지움과 절제, 동시에 궁극의 비움을 그려낸다. 오색찬란한 색채나 화려한 이미지 없이 정갈한 붓질로 닦이고 닦인 ‘붓길’만이 자리할 뿐이지만, 보는 이에 따라 새벽 여명이 비추는 적막한 백색 설원을, 때로는 너울이 일렁이는 심해를 떠올리게 하는 회화다. 노자 사상을 바탕으로 선(禪) 수행하듯이 무형의 정신적인 세계를 탐색하며 화업을 이어왔다.
 

일견 지극히 현대적이고 세련된 서양의 미니멀리즘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바탕에는 언제나 한국적인 정서가 자리한다. 김근태는 돌의 속성을 재현하기 위해 유화물감에 석분을 접착제와 섞어 광목 캔버스와 융합해 독자적인 매체를 빚어냈다. 우리 고유의 정신성을 실현하기 위해 수 없는 실험 끝에 정착하게 된 것이 바로 돌가루였던 것. 불상의 거슬거슬한 질감, 분청사기의 질박한 표면과 소박한 문양이 평면으로 옮겨진 듯하다.
 

 
◆사진 이미지의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는 정희승

 

정희승(47)은 사진의 재현성이 지닌 가능성과 한계를 탐구하며 사진뿐만 아니라, 텍스트를 혼합한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대상을 이미지화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능성과 한계들을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오며, 특히 사물과 신체, 공간 등을 다루면서 매체의 즉물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텍스트를 활용해 이미지와 언어라는 불완전한 소통 도구들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 몰두한다. 지난해에는 ‘올해의 작가상’ 후원 작가 4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예술세계를 인정받았다.
 

 
◆한지와 숯으로 빚은 한국적 물성, 이진우
 

한지와 숯으로 작업하는 이진우(60)의 작품은 마니아층이 두텁다. 작가는 한국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뒤, 1983년 도불해 파리 8대학과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미술재료학을 공부했다. 이후 회화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에 천착하기 시작한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구현하는 데 있어 한지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때부터 한지와 숯을 재료로 삼아 고유의 작업세계를 구축해왔다.
 

한지 위에 잘게 부순 숯 조각을 얹고 그 위에 다시 한지를 겹겹이 발라 쇠솔질하기를 수십 번 반복하는데, 쇠솔을 두드릴수록 숯 조각이 모여 이룬 돌밭의 윤곽이 드러나게 된다. 이를 통해 단순히 거친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기보다는 궁극적으로는 끊임없이 버려내고 비워내기를 실현한다. 무목적인 노동 끝에 작가는 숯과 그 틈새를 뒤덮는 한지의 물성이 이뤄내는 질감을 얻게 된다. 
 

그의 회화에는 행위와 대상이 동시에 공존한다. 그는 캔버스 위에 나무를 태워 얻은 숯을 붙인 다음, 그 위에 한지로 덮어 붙인 다음 쇠솔로 문지르고 긁어낸 후 다시 한지를 덮어 바르고 그 위에 또 쇠솔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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