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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취업’, 빠른 퇴직으로 이어져… 청년 취업난 악순환

전공·일자리 ‘미스매치’ 가장 큰 이유
전공 무관 취업자, 임금도 9.8% 낮아


서울 소재 대학 문과 출신 백연화(가명·25)씨는 졸업하자마자 중견 IT 마케팅 업체에 취업했다. 이제 1년차지만 백씨는 이직을 준비 중이다. 연봉이 낮은데다 전공과도 맞지 않아서다. 그는 입사할 때부터 ‘일단 일하면서 버는 돈으로 다시 취업 준비를 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취업 준비에 드는 비용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첫 입사에 성공한 청년들이 다시 ‘바늘구멍 뚫기’에 뛰어들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에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생각으로 마구잡이로 ‘묻지마 취업’을 했다가 입사 후 ‘취업 반수·재수’를 고민하는 것이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15~29세 청년실업률은 10.5%를 기록해 지난 6월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취준생 김상희(가명·26)씨는 “꿈·적성은 배부른 소리”라며 “주위에도 수십 군데 지원하고 ‘더 어려워지기 전에 어디든 가고 나서 생각하자’는 친구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러한 ‘묻지마 취업’은 곧 이른 퇴사로 이어진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5월 공개한 ‘10년간 4년제 대졸자 노동시장의 변화’ 현황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묻지마 취업자’ 중 이직을 준비하는 비율은 17.7%로 나타났다. 2006년(8.4%)과 비교하면 9.3%포인트나 증가했다. 청년들은 낮은 임금·복지 수준, 회사의 불투명한 전망, 경직적인 조직문화 등을 이유로 꼽는다.

그러나 7일 전문기관에 따르면 근본적 원인은 전공과 무관한 일자리를 택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이 비율이 45%를 웃돌았다.

지난달 한국고용정보원(이하 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4년제 대졸자의 전공과 직장 미스매치 비율은 37.4%로 파악됐다. 2008년 34.9%에서 2011년 38.5%까지 치솟았던 미스매치 비율은 이후 소폭 낮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공별로는 인문사회계열 45.6%로 가장 높았고 자연계 43.7%, 예체능계와 공학계열은 각각 37.3%와 35.2%로 나타났다. 특히 인문사회계는 2008년 38.9%에서 매년 상승 추세다. 청년 실업난이 심화하면서 가장 직격탄을 맞는 전공이다.

이러한 미스매치 결과는 일자리 만족도와도 직결된다. 첫 일자리가 전공과 일치하는 그룹과 일치하지 않는 그룹을 나눠 살펴보면, 일치하는 그룹은 ▲임금 또는 소득 ▲고용안정성 ▲일하는 시간 ▲개인의 발전가능성 등 일자리 만족도에 대한 모든 항목에서 일치하지 않는 그룹을 웃돌았다. 

이재성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묻지마 취업’으로 전공과 직장 간 미스매치가 발생할 경우 일자리 만족도가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더 나아가 이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직이 미스매치를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진다면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교육 이전 단계에서부터 진로 지도를 강화하는 한편, 전공과 직무 불일치를 최소화하는 직무교육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또한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 취업한 청년 취업자는 그렇지 않은 취업자보다 임금도 9.8%가량 낮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불일치와 함께 학력이나 기술의 적합성 여부도 임금 수준에 영향을 미쳤다. 

고용정보원이 위 연구 후속으로 발표한 ‘청년층 노동시장의 미스매치와 직장이동’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적정 집단보다 평균 임금을 ‘학력 과잉’은 12.3%, ‘기술 과잉’은 14.6%, ‘전공 불일치’는 12.9% 낮추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이들 세 변수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취업자 요건 등을 감안해 임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스매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전공 불일치’가 평균 임금을 9.8% 낮춰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기술 과잉’(9.3%), ‘학력 과잉’(2.3%) 순이었다. 황광훈 고용정보원 고용패널조사팀 책임연구원은 “자신의 전공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취업’으로 개별 근로자가 보유하는 인적 자원 수준과 일자리에서 요구하는 역량 수준이 차이 날 경우, 인적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해 취업난, 실업률 증가 등 거시경제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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