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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캠프

[그림책 에세이] 평범해서 소중한 우리의 『오늘은』

[에듀인뉴스] 그림책에 녹아 든 인간의 삶을 어떤 모습일까. 교사 등 교육자의 교육활동뿐만 아니라 삶에 있어 그림책은 어떤 통찰을 전해줄까. <에듀인뉴스>는 그림책으로 삶을 탐구하는 교사들의 모임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와 함께 그림책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김다혜 서울 불광초 교사/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운영진
김다혜 서울 불광초 교사/ '좋아서하는그림책연구회' 운영진

모두의 일상을 뒤흔든 2020년이 지나고, 다시 2월이 찾아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작년 2월만 하더라도 이 바이러스가 우리의 2020년을 통째로 바꿔놓을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다.


특히나 학교에서 마주한 코로나는 매일이 생경했다.


나는 지난해 아이들과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 많이 만났다. 온라인에서 아이들과 이루어지는 소통은 아주 두껍고 커다란 비닐 막이 우리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투명한 비닐 막 건너에 아이들은 앉아있고, 우리는 서로 잘 보이지만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인사하려면 비닐이 만져지는 것이다.


다행히도 목소리는 마이크를 사용하면 잘 전달되었다. 하지만 커다란 막을 통과해 전달된 서로의 목소리는 자주 겹쳤고, 아무래도 답답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6월에 처음으로 아이들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등교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여름이지만 다시 봄바람이 불어온 듯 설렘과 긴장이 가득했다. 온라인에서만 소통하던 친구들과 선생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이니 어색하면서도 신나는 감정은 너무나도 당연했을 테다.


설레는 첫 등교가 지나고, 원활한 학교생활을 위한 다양한 시도 끝에 아이들은 차츰 온·오프라인 혼합 수업에 능숙해졌다. 교실도 다양한 비접촉 활동들로 교실다움을 되찾았다.


여전히 체온을 나누며 대화할 수 없었고, 아이들은 가림판과 마스크로 자신을 가려야 했지만, 학교는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비접촉 수업들이 정착되어 갈수록 정작 아이들의 심리적 불황은 점점 깊어만 갔다. 아이들은 ‘답답하다.’, ‘심심하다.’, ‘우울하다.’와 같은 단어로 하루를 정리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오랜 시간 지속 되면서 고립된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 너무나도 심심하고, 무료한 일상들을 견디고 있었다.


그림책 '오늘은 하늘에 둥근 달'(아라이 료지 저, 김난주 역, 시공주니어, 2020)
그림책 '오늘은 하늘에 둥근 달'(아라이 료지 저, 김난주 역, 시공주니어, 2020)

소중한 오늘을 되찾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아라이 료지의 그림책 『오늘은 하늘에 둥근 달』을 읽었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은 둥근 달님이다. 휘영청 밝은 달은 매일 밤 우리 모두를 공평하게 비춰준다. 유모차 속 아이에게도, 엄마에게도, 학원을 마친 소녀에게도, 할아버지, 할머니, 곰, 고양이, 바다 속 고래까지도.


각자의 일상을 마친 사람들은 달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이렇게 모두의 밤에, 각자의 밤에 선물 같이 찾아오는 달님은 우리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말을 걸어오는 것 같다. ‘오늘 하루 힘들었지? 정말 수고 많았어!’ 하고 말이다.


청명한 밤하늘 위로 따뜻하게 세상을 비춰내는 달님의 모습은 아름답다.


매 장면이 ‘오늘은 하늘의 둥근 달’로 마무리되는 책을 읽어나가다 보니 아이들이 ‘그림책이 한 편의 시 같아요!’라고 말한다. 운율이 도드라지는 시를 읽으며 아이들은 지금 이 시공간의 평온함,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되찾는다.


“이제 우리의 하루를 살펴보자. 재밌고, 때론 심심하기도 한 평범한 일상 속 네게 마음의 위안을 건네는 대상은 무엇이니? 나의 일상을 떠올려봐. 그곳에서 나에게 평온함을 안겨주는 것들을 찾아보자. 어떤 장면이 떠오르니?”


아이들은 곰곰이 자신의 일상을 되새기며 소중하고 고마운 대상을 떠올렸다. 아이들이 써 내려간 장면, 단어들을 읽으며 교실 속 공기가 포근하게 데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생님 저는 제 가족 햄스터 토리가 밥을 잘 먹을 때마다 위로가 돼요. 잠을 잘 자고, 쳇바퀴를 구를 때에 도요.”


“저는 숙제를 다 끝내고, 동생이랑 침대에서 노는 시간이 제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동생이 없었으면 너무 너무 심심했을 거예요.”


“저는 베란다에서 키우고 있는 바질을 볼 때 평화로워요.”, “저는 맛있는 피자요!”, “선생님 저는 저녁에 소파 위에서 따뜻한 우유를 마실 때 푹 쉬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기쁨과 안정을 주는 대상들을 들으며 나도 같이 위로받았다. 내게 평온함을 주는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서로 나누고, 간직하고 싶어 함께 학급그림책 『오늘은』도 완성했다.


불광초 5-4반 학급 그림책 『오늘은』. 쿨북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불광초 5-4반 학급 그림책 『오늘은』. 쿨북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코로나로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하지만 평범해서 소중한 오늘의 평안함까지 잃을 수는 없다. 코로나로 심리적 불황을 겪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불광초 5학년 4반 친구들의 학급그림책 『오늘은』을 추천한다.


목탄연필로 차곡차곡 그려나간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훈훈하게 데워져 오는 온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해서 소중한 나의 오늘을 되찾고, 가꿔나갈 수 있을 것이다.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운영진.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는 그림책으로 삶을 탐구하는 교사 모임이다. '아이들 곁에서 교사도 창작하는 삶을 살자'는 철학으로 9명의 교사 운영진이 매주 모여 그림책을 연구한다. 한 달에 한 번 오픈 강연을 통해 새로운 삶의 화두를 던지고, 학교 안팎의 다양한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 운영진. ‘좋아서 하는 그림책 연구회’는 그림책으로 삶을 탐구하는 교사 모임이다. '아이들 곁에서 교사도 창작하는 삶을 살자'는 철학으로 9명의 교사 운영진이 매주 모여 그림책을 연구한다. 한 달에 한 번 오픈 강연을 통해 새로운 삶의 화두를 던지고, 학교 안팎의 다양한 사람이 한 자리에 모여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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