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6 (수)

  • 흐림동두천 1.7℃
  • 흐림강릉 2.2℃
  • 구름조금서울 3.2℃
  • 구름조금대전 3.4℃
  • 구름많음대구 5.3℃
  • 울산 6.7℃
  • 흐림광주 7.3℃
  • 흐림부산 7.3℃
  • 흐림고창 5.3℃
  • 흐림제주 10.3℃
  • 맑음강화 3.0℃
  • 맑음보은 1.4℃
  • 흐림금산 4.8℃
  • 흐림강진군 6.8℃
  • 흐림경주시 6.1℃
  • 흐림거제 8.4℃
기상청 제공

사회뉴스

[선생님도 쉬는 시간] 매뉴얼, 지침에 의문을 가져야 할 때

구글 크롬과 파이어폭스, 인터넷 익스플로러. 모두 웹브라우저에요. 우리가 인터넷 검색을 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지요. 2013년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어요. 경제학자 마이클 하우스먼Michael Housman이 고객 상담업무를 하는 사람들 3만여 명을 대상으로 근속연수를 조사한 연구 결과였지요. 모두 비슷한 웹브라우저인데 구글 크롬과 파이어폭스를 사용한 사람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사용한 사람들보다 재직기간이 15%나 더 길었다고 해요. 사용자들의 결근 자료를 분석해보았더니 구글 크롬과 파이어폭스 이용자가 인터넷 익스플로러 이용자보다 결근하는 확률이 19%나 낮았고요. 왠지 이런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다음 주 교직원 회의 시간에 “구글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를 쓰세요”라는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이야기의 핵심은 웹브라우저의 효율성이 아니에요. 문제는 ‘웹브라우저를 쓰기 위해서 사용자들이 어떤 일을 했느냐?’이지요.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컴퓨터를 켜면 이미 윈도우에 내장되어 있어요. 맥북을 사용한다면 사파리가 내장되어 있지요. 그런데 구글 크롬이나 파이어폭스는 내장된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따라서 크롬이나 파이어폭스 사용자들은 내재해 있는 것을 암묵적으로 따르는 것보다는 자신의 의지대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주도성을 가진 사람일 가능성이 커요. 이런 주도성이 업무의 효율과 직장 내에서의 만족도를 가른다는 것을 우리는 웹브라우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 셈이에요. 
    

학교라는 조직 사회. 우리는 많은 것들을 매뉴얼을 통해서 수행해요. 학교폭력,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학생 자치회. 매뉴얼에 의해서, 공문에 의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규범이고 뒤탈을 피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에요. 하지만 누군가가 정해놓은 매뉴얼에 의문을 품지 않는다면 교직 사회는 타성에 젖을 수밖에 없어요. 교육 활동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업무가 최우선이 되는 학교를 자주 목격할 수 있지요. 교육이 아니라 업무처리로 평가되는 교사의 자질. 어쩌면 그것이 공교육을 한층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는 요인이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학교라는 조직이 교육이라는 본질에 더욱 가까워지기 위해서 우리는 주도성을 가져야 합니다. 종종 아이들에게 듣는 말, ‘왜 꼭 그래야만 하는데요?’라는 질문을 우리 자신에게 던져 보아야 하지요. 가령 학부모회 업무를 처리할 때, 왜 학부모회에 그렇게 열을 올려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해요. 요즘 학부모 총회는 참석률이 너무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학부모님들이 ‘학부모회장’, ‘녹색어머니회장’, ‘어머니 폴리스 회장’ 등을 맡는 것을 꺼리셔서 일부러 참석을 안 하는 경우도 많으시지요. 그래서 아무리 홍보를 해도 어떤 반에서는 참석자 수가 ‘0’이 될 수도 있어요. 특히 고학년이라면 참석률이 저조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요. 문제는 그럴 때, 어떤 학교에서는 담임교사를 불러 질책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에요. 그런 문제가 담임교사의 문제는 아닌데도 말이지요. 또, 어떤 학교에서는 어차피 참여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으니까 공문에 나온 지침대로 회의만 주관하기도 하고요. 
    

왜 꼭 그래야만 할까요? 학부모회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하는 것일까요? 민주적인 학교를 위해서? 학교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서? 그것이 어찌 됐든 참여하지 않는 민주적 절차라면 정책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것들은 개별 학교의 의지대로 처리할 수 없는 문제에요. 지침과 공문, 매뉴얼에 의해서 이뤄지는 활동이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문제의식을 느낀다고 하더라도 쉽게 해결될 수는 없지요. 자, 여기서 우리의 고민은 시작돼요. ‘바뀌지 않을 테니 입 다물고 있자.’, ‘그래도 해결하기 위해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할까요?
    

어떤 매뉴얼과 지침도 모든 변수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실행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정된 매뉴얼과 지침이 나오게끔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요. 무조건 순응하는 자세보다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태도가 필요한 이유에요. 업무든 교육이든 주도성을 가지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어요.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