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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에서 재능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면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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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개봉하는 수많은 영화들 속에서
더 재밌게, 더 뜻깊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우리.

교양도 쌓고 인문학적 소양도 쌓을 수 있는
영화 어디 없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고교독평이 소개하는 이달의 영화!

영화가 삶을 바꿀 수 있을까? 한 편의 영화가 주는 감동과 깨달음이 한 사람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 나는 자못 회의적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가끔 일상에 파묻혀 보이지 않던 삶의 아름다움이나 어둡게 녹슨 내면의 거울을 다시금 밝게 비추는 영화들이 있다. 무뎌진 마음과 감각을 깨우는 찰나의 순간만으로도 어떤 영화는 존재할 가치가 있다. 삶의 이유와 목적을 살피는 질문에서 시작해 살아 있는 기쁨의 경지까지 감동적으로 나아가는 소울, 바로 그런 이유에서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에 꼭 필요한 치료제 같은 영화다.

음악 교사로 일하며 재즈 클럽에서 공연하기를 꿈꿔 온 조 가드너는 최고의 밴드와 무대에 설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공연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벌어지고, 조는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을 앞둔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로 가는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냉소적인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과 간디, 테레사수녀마저 멘토가 되길 포기한 22와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조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영화 <소울> 스틸컷

언뜻 보면 소울은 우리 내면의 열정을 다루는 이야기 같다. 고대하던 데뷔무대를 앞두고 어떻게든 다시 살아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조, 불꽃을 찾지 못해 암담한 22 모두에게 자기 소명은 매우 중요한 테마다. 지구 통행증을 얻는 데 필요한 마지막 단계가 불꽃이라는 점 역시 소명과 탁월함의 실현을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로 여기는 문명의 오래된 조류를 반영한 설정이다. 자기 삶의 정수가 음악임을 확신하는 조와 어떠한 일에도 그다지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22의 대비는, 소명의 의미가 좁아져 개인의 고유한 재능 혹은 적성만을 가리키게 된 오늘날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처럼 기발한 설정으로 현대의 자기계발 신화를 넌지시 풍자하는 소울은 과묵한 영혼 카운슬러 제리의 입을 빌려 본심을 드러낸다. 3D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신비롭고 추상적인 2D로 존재하는 제리는, 불꽃을 재능과 동일시하며 삶의 전부처럼 대하는 조를 보며 인간은 참 어리석다고 한숨을 내쉰다. 그 읊조림에 깃든 체념의 깊이로 짐작해 보건대, 불꽃에 대한 오해는 무수히 많은 인간이 저질러 온 실수임이 분명하다. 아닌 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조는 가까스로 데뷔무대를 무사히 치르고서 미묘한 허탈감에 빠진다.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건만, 삶은 대단한 피날레 없이 그저 흘러갈 뿐이다.

영화 <소울> 스틸컷

영혼 세계의 온갖 환상적인 풍경보다 더 인상적으로 우리를 압도하는 이미지는 다름 아닌 평범한 나무 한 그루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쭈그려 앉은 (조의 몸에 들어간) 22의 머리 위로 단풍나무가 빛나고, 곧이어 단풍나무 잎사귀와 씨앗이 바람개비처럼 천천히 날아와 22의 손바닥 위에 안착한다. 시간이 잠시 느려진 듯이 선명하게 새겨지는 어떤 찰나를 겪는 동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22의 가슴엔 불꽃 하나가 들어선다.

지금 내 피부를 스치고 지나가는 공기의 촉감, 얕게 부는 바람, 찬란한 햇빛. 이런 것들이 우리를 살게 한다는 사실을 소울은 다정하게 속삭여 준다. 몇 마디 말과 글로 요약하면 그저 뻔하게 느껴지기 쉬운 주제가, 애니메이션만이 선사할 수 있는 체험의 영역 속에 녹아들자 뭉클한 깨달음이 되는 마법이 소울속에 있다.

감탄과 함께 극장을 걸어 나오며 영화가 삶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다시 대답하고 싶어졌다. 삶을 바꾸진 못해도 살게할 수는 있다고. 소울이 바로 그런 영화라고.

영화 <소울>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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