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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뉴스

[에듀팡 요즘자녀] 초등학생들이 ‘담배’를 구매합니다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초등학생들이 ‘담배’를 구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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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중외일보에 실린 방정환 선생의 동화 「담뱃갑」은 당시 ‘보통학교’인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합니다. 동화 내용에는 교사가 불시에 학생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켜 담배를 가진 학생들을 색출하는 장면이 나오죠. 하지만 이야기는 한 학생이 들키지 않기 위해 담뱃갑을 몰래 버리면서 교장 선생님이 범인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범인이 나오지 않자 교장 선생님은 범인이 나올 때까지 학생들을 운동장에 세워놓습니다. 몇 시간이 지나서 학생들이 지치기 시작할 무렵 그때 한 학생이 “자신이 담뱃갑을 버렸다”라고 자수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학생은 다른 학생들이 힘들어해서 일부러 거짓 자백을 했고, 이를 알게 된 교장 선생님은 ‘희생정신’을 칭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이 동화는 당시의 초등학생들이 얼마나 담배에 호기심을 가졌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담배’ 이야기를 하자니, 최근에 본 단편영화 한 편이 생각이 납니다. 요즘 ‘짧고 강한’ 콘텐츠가 대세이다 보니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한국 단편 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OTT(Over-the-top media service) 서비스 때문에 ‘거실 극장’이 가능해지면서 사람들이 TV 리모컨을 놀리는 모습도 현란해졌죠. 이제 사람들은 1시간이 넘는 영화에 자기 시간을 할애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스낵 컬처(Snack Culture)’ 세대인 아이들은 더 그렇지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단편영화가 요즘 사회가 요구하는 ‘숏폼 콘텐츠’로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상업영화에 비해 오락과 재미는 다소 떨어지지만, 짧은 시간 안에 신선한 주제와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요즘 트렌드에 제격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젊은 영화감독을 응원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요. 한 편의 영화가 백 권의 책을 대신할 수 있는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단편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 ‘왓챠’나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 동영상 시청은 일상이 됐죠. 그래서 몇 달 전, 저도 큰마음 먹고 ‘왓챠’에 가입했습니다. 한 번 가입했더니 온 가족이 다 함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더 좋더군요. 한 푼이 아쉬운 두 아들에게 인심 쓰듯 계정을 나눠주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대신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부모와 함께 계정을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찔한 요즘 영상물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해서라도 부모가 아이들의 콘텐츠 등급을 관리할 필요가 있거든요.

‘왓챠’에 가입하고 모처럼 영화를 본답시고 고른 영화가 「대리 구매」라는 단편영화였습니다. 올해 개봉한 영화인 데다, 주제 또한 요즘 아이들과 밀접한 내용이어서 망설이지 않았죠. 「대리 구매」는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대리 구매’ 일명 ‘댈구’의 내용을 짧고 강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40대 가장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부업으로 중·고등학생들에게 담배를 배달하며 수수료 3천 원을 챙기는데, 자신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킨 사람이 초등학생이라는 걸 알게 되고, 40대 남자는 아무리 아이들에게 담배를 팔고 있지만, 초등학생에게 담배를 파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담배 구매를 강하게 거부하죠. 그러면서 아이와 남자가 실랑이를 벌이고, 아이는 다시 다른 대리 구매 업자에게 연락해 담배를 사려고 해보지만 이마저도 40대 남자가 못 사게 가로막습니다. 결국, 아이는 아저씨를 벗어나 집으로 가더니 한 놀이터에서 한 고등학생에게 웃돈을 주고 담배를 사면서 영화가 끝납니다. 초등학생에게 담배를 팔았던 고등학생은 바로 40대 남자로부터 담배를 샀던 학생이었죠.

영화의 내용이 놀랍지 않았던 건, 지금 아이들의 담배 대리 구매가 소수점에 해당하는 미미한 수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흡연율이 증가하는 이유 또한 ‘대리 구매’와 무관하지 않죠. 리서치 기관에서 내놓는 아이들의 흡연율 통계가 매년 감소한다고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통계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대리 구매’라는 신종 직업이 있기 전에는 초등학생이 담배를 산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마음조차 먹지 못했죠. 중·고등학생이야 신체적으로 발육이 좋아서 가게 업주가 성인이라 착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초등학생은 누가 봐도 초등학생이니까요.

그러나 대리 구매의 등장으로 이제는 초등학생들이 손쉽게 술과 담배를 접할 수 있고, 또 최근에는 부모 명의를 도용해 전자담배를 구매하는가 하면 구매 대리 홍보 문자에는 성 기구까지 판매한다고 부추기고 있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더구나 담배를 구매하는 아이들은 탈취제와 구강청정제까지 세트로 구매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입니다. 아이들의 담배 대리 구매는 인터넷 커뮤니티보다는 개인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자주 이뤄집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소셜미디어를 확인하지 않으면 아이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죠. 최근에는 성 착취물과 마약성 약품 거래까지 드러나면서 일반 소셜미디어보다 보안이 강한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구매 대리 업자들이 여학생들을 겨냥해 다른 목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여학생에게는 수수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담배를 구매해 준다’라고 홍보하면서 성범죄를 노릴 가능성이 커졌죠. 실제 사례에서도 한 대리 구매 업자가 여학생에게 담배를 구매해 주고 수수료 대신 성적 만남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스토킹한 사실이 밝혀졌고, 또 최근에는 담배 심부름을 해주고서 수수료 대신 유사 성행위를 요구하다 아이의 신고로 한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는 아이들의 ‘대리 구매’ 문화를 단지 담배와 술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대리 구매’는 엄연히 유사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행위라는 걸 꼭 인식해주세요.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들과 소통을 통해 ‘대리 구매’라는 잘못된 문화에 관해 대화를 나눠주시고요. 아이들의 또래 집단 사이에서 ‘대리 구매’에 대한 문화를 알고 모르고를 점검해주시고, ‘대리 구매’를 목격하게 되면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에게 무조건 알려 달라고 약속을 꼭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해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런 주제의 대화는 의심의 눈초리를 해서는 대화가 진행될 수 없다는 것도 기억해주시고요. 중요한 건, 아이들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게 바로 아이들과 연결된 ‘유해 매체’와 ‘유해물질’입니다.

최근 들어,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의 문제를 아이의 문제가 아닌 또래 집단이 가진 ‘밈(meme)’의 문제로 접근해달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행동 전염’도 강조했었죠. 그러니까 아이들의 행동에는 그 행동을 부르는 문화나 유행이 존재하고, 특히 디지털 세대인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에서 잘못된 문화가 전염처럼 형성되기 쉽다는 뜻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의 ‘대리 구매’ 또한 심각한 ‘밈’으로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 중요한 건, 부모가 모르는 사이 또래 집단에서 잘못된 문화가 만들어지면, 우리 아이는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 ‘필연적 주체’가 되기 쉽습니다. 일제 강점기와 오늘날은 달라도 너무 다른 시대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부모가 주목해야 할 건, 시대를 막론하고 ‘밈’이 우리 아이들의 행동을 바꾼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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