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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올리 페카 헤이노넨 IBO 사무총장, “한국, 세계적 변화에 잘 적응... 첨단 기술·혁신 도입한 교육 현장, 노력 계속돼야”

“IB, 개별 국가의 문화·특성 존중... 글로벌 인재 육성 위한 프로그램 설계”
“全人교육 실천하는 학교, 신뢰 더욱 높아질 것”
“국제적으로 공인된 IB, 공정성·객관성 이슈 제기되지 않아”
“핀란드 公私立학교 IB 프로그램 도입... 경쟁력·혁신적 마인드 갖춘 인재 양성에 도움”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éat)’는 중등과정 졸업시험이다.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비슷하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줄여서 ‘bac’라고 부른다. 1808년 나폴레옹집권 당시 시작됐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 바칼로레아’만 있는 게 아니다. 유러피안 바칼로레아, 잉글리쉬 바칼로레아, 스페인 바칼로레아 등 여러 가지다. 

 

국내 일부 시도교육청이 도입했거나, 도입하려는 바칼로레아는 ‘국제 바칼로레아(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다. 국제 바칼로레아기구(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주관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IBO는 1968년 설립된 비영리교육재단이다.

 

IB는 ‘학생 개인의 역량 강화’와 ‘자기 주도적 탐구학습을 통한 성장’을 교육 목표로 한다. 수업 방식으로 논·서술 중심의 토론을 적극 활용한다.

 

“IB 프로그램 도입에 긍정적인 분위기 확인”

 

IBO를 총괄 운영하는 올리 페카 헤이노넨(Olli-Pekka Heinonen·58) 사무총장(Director General)을 지난달 20일 오후 4시, 화상(畫像)회의 프로그램으로 만났다. 그는 “제네바, 이곳은 현재 아침 8시”라며 “오늘 인터뷰를 위해 조금 일찍 출근했다”고 했다.

 

핀란드 국적의 올리 페카 사무총장은 핀란드 교육과학부를 비롯해 여러 정부 기관에서 일했다. 2016년에는 교육부 장관으로 4년간 국가 교육을 책임졌다. 또 핀란드 교육 시스템의 국제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교류하며 과학기술 교육, 맞춤형 평생교육에 집중했다”고 소개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서울, 경기, 충남, 대구, 제주 등 전국의 교육감을 만났다. 방문 목적은 무엇이었나. 

“한국을 네다섯 차례 방문했다. 3년 전 대구시교육청, 제주도교육청과 IB 프로그램의 공립학교 도입을 위한 상호 협력 문서를 교환했고 성과도 있었다. 작년 대구 지역의 한 공립학교가 디플로마 프로그램(DP·Diploma Programme)을 처음 도입한 것이다.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학교의 진척 상황과 성과를 점검하고, 애로 사항을 듣기 위해 한국을 들렀는데, 현지 주요 교육청과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IB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감들의 반응은 어땠나.

“교사와 학생, 교육 당국자 등을 다양하게 만났다. IB 프로그램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몇몇 교육감들은 공립학교의 IB 프로그램 도입에 매우 긍정적이었고, 강한 도입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IB 도입을 반대한다. 

“항상 새로운 도전은 초기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이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대구와 제주의 공립학교 교사, 학생들이 교실 현장을 학생 중심으로 바꿔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깊이 감사드린다. 최근 경기도교육청과 IB 프로그램 도입을 위한 협력 의향서 (LOI)를 교환했다. 다른 교육청들과도 다양한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다.”

 

-며칠 전 서울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일부 초·중학교에 IB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인데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IB는 학생과 교사, 학교가 함께 문화·교육적 다양성 반영하는 유연한 프로그램”

 

-IB는 유럽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이어서 문화·사회적 배경이 다른 한국 상황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IB 프로그램은 많은 국가에서 채택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는 특정 국가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상의 교육을 제공한다. 유럽에서 시작했지만, 개별 국가의 문화와 특성을 존중하고, 그들에 맞는 교육과정을 선택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예를 들어 초등(PYP), 중등(MYP) 프로그램은 해당 국가의 교육과정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 어떤 언어로도 교육이 가능하며 학생들에게 충분한 재량권도 부여한다. 요컨대 IB는 학생과 교사, 학교가 함께 문화·교육적 다양성을 반영하는 유연한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대학 입시가 매우 중요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내신 성적 높이고, 수학능력시험까지 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급 학교가 IB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보는가.

“제주·대구·경기 교육청과의 협력, IB 도입 효과 등이 주요 잣대가 될 것이다. 현재 DP 이수 수험생은 수시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걸로 안다. 이는 IB 프로그램이 대학 입시에도 도움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일부 한국 대학들은 수시 전형에서 IB 프로그램 이수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IB 프로그램은 글로벌 시각을 갖추고 호기심 많은 인재를 육성한다. 따라서 대학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 이후에도 뛰어난 실력을 갖춘 미래형 인재로 성장할 것이다. DP 과정을 통해 다른 형태의 시험에도 응시할 수 있다.”

 

“한국 대학에 DP 관련 정보 제공할 것”

 

-국내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IB 교육과정을 한국어로 번역해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IBO 측에서 파악하고 있는 ‘한국 도입 현황’을 알려줄 수 있나.

“물론이다. IB 프로그램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DP가 현지어로 제공된다. 2019년부터 제주와 대구교육청과의 협력 관계를 이어오면서 영어와 한국어로 해당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역사, 생물학, 화학, 수학 등 일부 과목은 한국어로 진행되는데, 해당 과목 교사들에게 연수 프로그램 등을 한국어로 제공한다. 전문가 그룹이 전문 용어를 번역할 때는 한국어 교재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도록 해 통일성도 기하고 있다. 물론 일부 과목은 영어로 진행된다.”

 

-한국 내 IB 프로그램 도입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한국의 기존 교육 체계 안에서 IB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역 교육청을 비롯해 중앙정부와도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다.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했다. 현재 4개 교육기관에서 IB 교사 자격증을 부여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해당 자격증을 보다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한국의 대학들에 DP 관련 정보도 제공할 것이다.”

 

 

“조만간 한국에서 IBO 주최 글로벌 컨퍼런스 열 계획”

 

-일부 정치색을 띠고 있는 교육 단체의 IB 도입 반대 기류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자체 교육감들이 다양한 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지만, 공립학교에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위해선 상호 협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의 목적과 학생들이 갖춰야 할 역량에 초점을 맞춘다면, 부정적 견해와 우려를 극복하고 건설적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말씀드린 대로, 한국 방문 시 많은 교사와 교육 당국자를 만나 IB 프로그램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교육제도의 혁신과 새로운 시도는 정책 당국자와 지역사회, 교육가들이 항상 객관적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우려를 이해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젊은 세대를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결정해야 한다. IBO는 매년 세 차례 다양한 국가에서 글로벌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청취하고, 지역 사회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성공 스토리를 공유한다. 조만간 한국에서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IB 프로그램이 소수 부유층만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인식이 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제주도와 대구시교육청과의 협력을 약속한 이후 다수의 공립학교가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 IB 월드 스쿨의 52%가 공립학교다. IBO의 목표는 학생들이 출신 배경에 상관없이 IB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DP는 한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번역되고 있다. 이를 더 많은 언어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全人교육 실천하는 학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

 

-한국에서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IB 프로그램이 대학 입시제도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한국의 대학입시 제도 개혁에 관한 토론을 많이 봐왔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린다면, IB가 제도 개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IB 프로그램은 학습 능력과 사회적 기여 의지를 두루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다. 한마디로 전인교육(全人敎育)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이다. 이는 한국의 국가적 교육 목표와 부합한다. IB 교육과정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프로그램이어서 공정성과 객관성 이슈도 제기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교육부는 IB 프로그램의 하나인 ‘DP 프로그램’ 도입에 유보적인 입장이다. 교육부와도 협의하고 있나.

“IBO는 현재 제주도, 대구시교육청에 이어 경기도교육청과 소통하고 있다. 우리의 IB팀이 11월 중순경 부산시교육청을 방문하기로 돼 있다. 물론 한국 교육부와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않아 입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한국 교육부와 협력할 수 있다면 우리에겐 큰 영광이 될 것이다.”

  

-한국 사회는 ‘출신 대학’을 중요시 한다. 교육행정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국가는 독특한 역사, 문화, 경제, 정치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살고, 후손들이 물려받을 세상은 다양한 형태의 열정과 지적 능력, 전문 기술,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는 교육 과정을 세계의 변화에 맞도록 끊임없이 혁신하고 있다. 한국도 지속적으로 미래형 인재 육성을 위해 국가 교육과정을 개정해왔다. 전 세계 대학들도 보다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균형적인 시각에서 전인(全人)교육을 실천하는 학교에 대한 신뢰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세계가 겪고 있는 難題 해결에 IB가 실마리 제공할 수 있기를”

 

-핀란드 교육부 장관을 역임했다. 핀란드의 IB 프로그램 도입 과정은 어떠했나. 반대는 없었나.

“현재 공사립학교 구분 없이 IB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경쟁력과 혁신적 마인드를 갖춘 인재 양성에 IB 프로그램이 도움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IBO 사무총장으로 향후 목표는 뭔가. 

“IB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시작됐다. 전쟁 없는 세상, 인류가 함께하는 세상을 위해 ‘교육’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한 것이다.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난제(難題)를 해결하는 데 IB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IB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기를 희망한다. 실무적으로는 IB 프로그램의 디지털화를 꾀하고, IB 교사들의 지도 역량 강화 등이 있다. 또 저소득 국가들에 IB 프로그램을 전수해 현지 학생들이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꿈을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교육의 글로벌화’를 위해 조언한다면.

“과거 핀란드 교육부 정책 당국자로 일한 경험에 비춰볼 때, 국가의 교육제도는 그 나라의 문화와 기대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교육 당국자는 국가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가르침과 배움을 중시해왔고, 앞으로도 이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한국은 세계적 변화에 잘 적응해왔으며, 교육 현장에도 첨단 기술과 혁신적 방법을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한다.”

 

관련기사: [조선에듀] 2022년 10월 31일, “국제 바칼로레아 국내 도입 확산세... IB로 공부하면 대학 성적 좋아” 

 

[연령별 4개 IB 프로그램]

 

PYP(Primary Years Programme)은 3~12세 대상의 초등 과정으로 배움에 흥미를 갖고, 올바른 학습 태도와 습관을 갖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MYP(Middle Years Programme)은 13~15세 대상의 중학교 과정이다. 교사의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발표와 토론 등을 통해 교사와 학생간의 쌍방향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영어(Literature·Language)와 수학, 과학, 역사, 국어, 인문학, 체육, 음악, 미술 등 10개 과목을 배운다. 균형 잡힌 인재 양성을 위해 음악·미술·체육·봉사활동 등 분야에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장려한다.

 

DP(Diploma Programme)는 16~19세 대상의 고등교육 과정으로, 대학 진학에 초점을 맞춘다. 모국어, 외국어, 수학, 인문학(경제학·국제정치학·지리학·심리학·철학·역사·경영학 중 선택), 과학(물리학·화학·생물학·컴퓨터 중 선택), 예술(시각디자인·미술·음악·영화·댄스 중 선택) 등 6개 과목을 이수한다. 

CP(Career-related program)는 16~19세 대상의 직업 교육 프로그램이다. 직업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실용적 지식 교육이 CP의 핵심이다. DP 수업과 외부 인턴십 가운데 2개를 이수해야 한다.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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